수면 위로 떠오른 ‘리얼’, 해당 사안이 과중한 이유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5. 03.30(일)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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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수위 높은 노출 연기’는 오로지 배우로서의 열정만을 가지고 작품에 참여하는 해당 배우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개연성을 충족할 필요가 있다. 어떤 작품성을 띤 창작물로서, 물론 ‘수위 높은 노출 연기’만을 팔기 위한 것이라면 또 다른 맥락이겠지만, 아니 설사 그렇다 해도, 유희와 오락만을 목적으로 한 작품이라고 해도, 힘겨운 결단을 내린 배우를 위해 지켜야 할 예의이자 존중의 태도다.

영화 ‘리얼’에 합류할 결정을 내릴 당시 설리(최진리)는 가요계의 최정점에 선 아이돌 스타로서의 자리를 내려놓은 상태였다. 속했던 아이돌 그룹 ‘에프엑스’를 탈퇴하고 본격적인 배우의 길에 들어서겠다고 밝힌 때여서 무엇보다 배우로서, 배우로서의 진정성을 증명할 작품이 필요했을 터. ‘리얼’은 한류스타이자 배우로서 탄탄한 입지를 쌓은 김수현의 복귀작인 동시에, 연기파 배우들을 대거 끌어안고 있어 어느 정도 검증되었다고 여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해당 작품은 평단과 관객에게 희대의 괴작이자 망작이라는 처참한 비판을 받으며 극장가에서 발 빠르게 퇴장했고, 남긴 게 있다면 그저 출연 여배우의 맥락 없는 ‘수위 높은 노출 연기’ 정도. 그럼에도 혼신의 연기를 다한 설리를 비롯한 몇몇 배우들을 논할 수 있겠으나 안타깝게도 영화는 메가폰을 쥔 감독의 역량이 더없이 중요한 장르여서 어찌 되었든 졸작이란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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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이정섭 감독이 연출을 맡아 촬영을 진행했으나 후반부 작업 도중, 제작사와 편집 방향에 대한 이견을 좁힐 수 없어 하차했고 이후 김수현의 사촌 형으로 알려진 제작사 대표 이사랑(현 이로베, 김수현의 소속사 골드메달리스트 대표)이 영화의 감독 임무를 수행한 것. 감독으로서 어떤 이력도 없고 실력도 보장되지 않은 사람이 메가폰을 잡았으니 제대로 된 완성도가 나올 리 없었다.

순제작비만 115억 원이 들어간 대작이었다. 무슨 자신감으로 감독에 임했을까. 아마도 영화라는 장르 자체를, 감독의 존재 가치와 감독이 자신의 작품으로서 영화에 가지게 되는 책임감의 무게를, 이러한 영화를 사랑하는 대중을 가볍게 여긴 까닭에 가능한 자신감이지 않았을까. 대충 인기 있는 스타들, 실력 있는 배우들 끌어모아 놓으면, 여기에 자극적인 장면들 좀 넣어주면 자연스레, 아니, 도저히 흥행이 되지 않고는 못 배길 거라는 아주 어리석은 생각을 했을 테다.

영화가 무엇이고 어떠해야 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어쩌면 영화에 대해 ‘일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만들어보겠다는 과욕을 부린 것이다. 그 탓에, 없는 개연성까지 긁어모아 최선을 다해 주어진 배역을 연기했을 뿐인 여배우들은, 감독의 저급하고 조악한 사고방식을 기반으로 한 연출로 인해 그저 노출 연기를 한 배우들로 평가절하당했다. 이는 당사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았을 가능성이 높고, 해당 사안이 과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이라도 수면 위로 올라와서 다행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영화 ‘리얼’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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