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과 ‘대치맘’, 두 사랑 사이에 놓인 한 끗의 다름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
2025. 03.30(일) 07: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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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내 자식이 최고로 잘 하고, 뭐든지 다 잘 한다는 광례에서 애순, 관식으로 이어지는 ‘폭싹 속았수다’의 사랑은 여전히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무엇이다. 반면, 내 자식이 가장 중하여, 가장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일명 ‘대치맘’으로 상징되는 사랑은 사람들의 가느다란 시선을 피하지 못한다. 둘 다 자녀에게 모든 걸 쏟아붓는 부모의 사랑을 공통분모로 하고 있건만 이토록 큰 차이를 갖는다. ‘폭싹 속았수다’(이하 ‘폭싹’)의 애순이 딸 금명을 있는 것 없는 것 바득바득 긁어 뒷바라지를 해주는 마음이나, 자신의 시간을 통째로 잘라 붙여 아이들을 각종 학원에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수많은 대치맘의 것이나, 자녀의 삶이 제 부모의 것보다 훨씬 낫기를 바라는 동일한 소망에서 기인한다는 점에서 별다르지 않을 테니까. 이들을 가르는 한 끗의 다름은 무엇일까. ‘폭싹’ 8화에 등장하는 제니 엄마이자 김 양이라는 인물을 통해 조금이나마 그 답에 근접해 볼 수 있다. 딸 제니를 좋은 대학에 입학시키고 싶었던, 과거 김 양이라 불렸던 그녀는 과외교사에게 입시 비리를 사주하나 야멸차게 거절당한다. 이에 앙심을 품고 해당 과외교사에게 도둑질했다는 누명을 씌우는데, 집안 일을 봐주던 아주머니의 혜안으로 그녀의 계략은 실패하고 만다. “덕 쌓고 살아라, 덕 쌓고. 부모 덕도 고대로, 업도 고대로 간다이.” 이때 아주머니, 알고 보니 제니 엄마가 과거 김 양일 당시 마담이었다는 아주머니가, 이제 제니 엄마가 된 김 양에게 건넨 조언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자기 자녀 잘되게 하려고 다른 이의, 다른 이의 자녀 눈에서 눈물 흘리게 하면 이게 업이 되어 그대로 자신의 자녀에게로 간다는 것. 이는 ‘폭싹’ 전체를 관통하는 맥락이기도 하다.
또 다른 등장인물인 미옥, 애순의 계모인 그녀가 남편 염 씨에게 한 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업보가 딴 게 아니라고. 짐승 밑에 짐승 크고 짐승 밑에 짐승 나. 자식한테 고대로 물림 되는 게 애미, 애비 싸가지더라.” 즉, 자녀가 잘살길 바라는 마음을 가진 부모라면 더더욱 가져야 할, 내 자식만 귀하고 중한 게 아니라, 다른 이의 자식도, 다른 이들도 귀하고 중하다는 이타적인 마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니 ‘폭싹’에서 나오는 부모의 사랑은 대중없이 아름다운, 이상적인 모양새로 받아들이게 될 수밖에. 이에 비해, 어쩌다 ‘대치맘’이 상징적인 명칭이 되어버린 부모의 사랑은 오로지 내 자녀에게만 쏠려 있다. 모든 경쟁에서 내 자식만 살아남길 바라는, 승리하여 꼭대기에 서길 바라는, 이를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설사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에 가까운 박탈감을 안긴다고 하더라도. 이 세계가 굴러가는 방식이 원체 비틀려 있고, 아마 누구라도 제 새끼가 가장 귀하지 않겠냐고, 부모의 마음이란 게 다 그렇지 않겠냐고, 별다르지 않게 굴 것이라며 암묵적인 양해를 구할 따름인데. 절대 틀린 말이 아님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마음 한구석 어딘가 자꾸 허기와 그늘이 지는 느낌이 드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었다. 이런 우리에게 ‘폭싹’이 원형의 상태에 가까운 어느 부모의 사랑을 다시금 상기시킨 게다. 제 새끼가 가장 귀하기 때문에 다른 이의 새끼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 이 마음의 연대가 부모의 사랑을 얼마나 거대하게 확장시키는지, 이 확장된 사랑이 결국 이 세계를 꾸려 나가고 있음을 새삼 깨닫게 한 것이다. 그러니 자꾸 울 수밖에 없다. 비어 있던 게, 잃어버리고 있던 게 무언지 맞닥뜨렸으니까, 이게 바로 ‘폭싹’이 선사한 한 끗의 다름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넷플릭스 SNS, 이수지 유튜브 채널 콘텐츠 ’휴먼다큐 자식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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