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실화의 힘은 대단하다. 그러나 바둑을 모르면 좀처럼 그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몰입하기 힘들다. 바둑을 모르면 낭패인 영화 ‘승부’다.

세계 최고의 자리에서, 그것도 자신이 어릴 때부터 가르친 제자에게 지면서 밑바닥으로 끌어내려진 스승의 심정은 어땠을까. 모두에게 배은망덕하다며 손가락질받는, 그리고 자신을 아비처럼 키워준 스승을 이긴 제자는 무슨 마음이었을까. 그리고 내가 그 스승의 입장이었을 때, 다시 도전할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그 모든 답이 담긴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다.

영화는 조훈현과 이창호, 우리나라를 너머 전 세계 바둑계 레전드인 스승과 제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스승과 제자가 최정상 자리를 두고 겨르고, 패배 이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 다시 제자와 붙는 조훈현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실화가 워낙 극적이다 보니 극 전개 자체가 흥미롭다. 어린 시절 똘똘하던 제자가 스승의 가르침을 받아 자신만의 바둑을 찾아가는 과정이 꽤나 몰입도 있게 그려진다. 여기에 조훈현을 집어삼킨 듯 캐릭터와 완벽한 일체를 보여준 이병헌의 연기가 두 눈을 즐겁게 한다.

그 시대를 살면서 실시간으로 조훈현, 이창훈의 역사를 본 이들이라면 스크린으로 재현된 두 사람의 이야기에 큰 감명을 받을 수도 있겠다. 큰 화면에서 펼쳐지는 레전드들의 대국 장면은 바둑 마니아들의 박수를 받을만하다.

다만 영화의 큰 장점도 바둑이오, 큰 벽 역시 바둑이다. 바둑을 모르고 보는 사람에게는 각 대국의 의미들이 사실상 크게 와닿지가 않는다. 얼마나 치열한 수싸움 끝에 승리를 거머쥐는지, 패를 기록하는지 알 수가 없다. 해설 장면을 통해 어느 정도의 정보를 알려주지만, 그 정보로만은 그 대국들을 완벽히 이해하기가 힘들다.

물론 대국 자체가 중요한 영화가 아니라며 빠져나갈 수도 있겠다. 그렇다기엔 대국 장면이 꽤나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바둑 문외한이라면 러닝타임의 상당 시간 몰입도를 방해받는다. 두 개의 흑돌 사이에 흰돌을 놓는 것의 의미가 무엇이길래 조훈현과 이창호의 의견이 갈리는지, 알 수 없으니 몰입하기 힘들다.

유아인의 연기도 진입장벽이다. 그와 관련된 논란들을 모두 배제하고 보기에 힘들다. ‘돌부처’ 이창호의 면면보다 그 ‘유아인’이 먼저 눈에 들어오니 기실 문제다. 물론 그 논란들을 모두 뛰어넘을 정도로 뛰어나지도 않다.

‘승부’의 배급은 전방위적인 바이럴 마케팅으로 죽은 영화도 살린다는 바이포엠이 맡았다. 바이포엠이 바둑과 유아인 등 엄청난 진입장벽에도 ‘승부’도 영화 ‘소방관’ ‘히트맨’에 이어 흥행에 성공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승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