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빈’으로 보는 대중의 심리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5. 03.18(화)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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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고(故) 김새론의 죽음을 대하는 원빈의 태도가, 이전에 그가 보여주었던, 그러나 크게 알려지지 않았거나 혹은 잊혔던 미담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빈을 향해 보내는 대중의 시선이 그리 곱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놀라우리만치 급변한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배우 원빈을 두고 사람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새록새록 피어났다. 배우로서의 원빈이 보고 싶은데 배우로서의 공백기가 너무 길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마지막 작품이 2010년 영화 ‘아저씨’였으니까. 어쩌면 지나친 애정과 갈구하는 마음이 불러들인 악의 아닌 악의라고 할 수 있겠다.

광고는 찍으면서 작품은 하지 않는다는 날 선 비판과 함께, 일각에서는 그를 더 이상 배우로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강도 높은 질타 또한 이어졌다. 그의 배우자인 배우 이나영의, 작품 검토는 계속하는 중이며 아직 적합한 것을 만나지 못했을 따름이라는 변도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기폭제라 할 만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지난해 6월, 원빈이 장동건과 함께 주연배우로 활약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개봉 20주년을 맞이해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재개봉하자, 많은 사람들이 드디어 공식 석상에서 원빈을 볼 기회를 얻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관련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는 강제규 감독과 배우 장동건뿐이었고.

실망감을 금치 못한 대중은, 감독과 선배도 참여한 자리에 빠진 원빈의 태도가 무례하다고 여겼다. 여기저기서 그의 인성에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어떤 이들은 그의 외모가 이전만 같지 않은 게 아니냐는, 워낙 흠 없이 잘생긴 모양새에 있어 하나의 상징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보니, 그런 조롱에 가까운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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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곧 흥미로운 전개가 이어진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배우 김새론의 빈소에, 두문불출하던, 대중이 그토록 보고자 했으나 나타나 주지 않던 원빈이 비통함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등장한 것. 원빈과 김새론은 영화 ‘아저씨’에서 연을 맺은 바 있으나 앞서 잠시 언급했듯, 무려 십수 년 전 작품이다. 그럼에도, 그렇게나 모습을 드러내는 데 있어 신중한 자세를 취했던 원빈이 직접 조문하러 왔다는 사실은, 어떤 놀라움을 안기는 장면이 되었다.

어떤 놀라움이었냐면,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김새론을 아끼는 원빈의 마음에 담긴 진정성에 관한 것이라고 할까. 이는 대중의 냉랭한 시선을 눈 녹듯이 녹게 할 만한 무엇이 되기에 충분했고, 물론 그가 의도한 바는 아니겠으나, 어찌 되었든 감동을 받은 마음은 보답하기 마련이었다. 사람들이 원빈과 관련된 미담을 하나 쏘아 올렸는데 영화 ‘아저씨’를 촬영할 당시, 그가 어린 김새론을 위해 담배까지 끊었다는 이야기다.

이제, 원빈을 둘러싼 상황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전의 비난은 게 눈 감추듯 쏙 들어가 버렸고, 영화 ‘아저씨’에서 그가 맡은 역할 그대로, 누구나 하나쯤 옆에 있으면 좋을, ‘좋은 아저씨’로 돌아왔다. 물론 이 또한, 원빈이 의도한 바는 아니다. 그는 그저 작품을 오래 골랐을 뿐이며, 그저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장례식에 왔을 뿐이다. 때때로 대중의 심리란, 군중심리란 3월 날씨와 다름없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영화 ‘아저씨’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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