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록' 현실로 내려온 연상호 감독, 한국적인 이야기로 글로벌 취향 저격할까 [TD현장 종합]
2025. 03.18(화) 12:11
계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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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강렬한 판타지 요소로 ‘연니버스’를 구축해 왔던 연상호 감독이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인 ‘계시록’으로 돌아왔다. 세계적 거장 알폰소 쿠아론 감독을 비롯해 배우 류준열 신현빈 신민재와 함께 완성한 ‘계시록’으로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18일 오전 서울시 마포구 마포동에 위치한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감독 연상호) 제작보고회에서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출연 배우 류준열 신현빈 신민재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동명의 만화가 원작이다.

이번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에 이어 최규석 작가와의 작업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스토리와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로 참여한 알폰소 쿠아론과의 협업으로 완성된 연상호 감독의 신작이다. 앞서 출간된 만화 원작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며 배우 류준열 신현빈 신민재 등이 출연해 신뢰를 더했다.

이날 연상호 감독은 “제목은 이 이야기가 계시라고 여겨지는 여러 가지의 연속이다. 은유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제목이라고 생각해서 ‘계시록’이라는 제목을 선택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캐릭터들이 겪는 파멸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전작과는 달리 판타지 요소를 최대한 줄이고 사실적인 이야기와 톤으로 내밀한 심리 스타일의 이야기를 만드려고 했다”라고 제목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연상호 감독은 원작과 영화의 차이점에 대해 “원작의 큰 내용을 따라가고 있지만 톤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다. 첫 번째는 성민찬이라는 캐릭터가 원작에서는 애초에 세속적인 인물에서 시작한다. 류준열 배우가 성민찬이라는 인물이 원작과는 다르게 좀 더 관객들이 이입하기 편하게 평범하고 신실한 캐릭터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해주셔서 반영을 많이 했다. 연희 역시 원작에서는 강인한 인물처럼 묘사가 됐지만, 죄의식에 짓눌려서 언제 아스라 질지 모르는 불안감 같은 것들이 영화 내내 지배했으면 좋겠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영화 ‘그래비티’로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고, 넷플릭스 영화 ‘로마’로 제75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제91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감독상, 촬영상, 외국어영화상을 휩쓴 멕시코의 거장 감독 알폰소 쿠아론이 ‘계시록’의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Executive Producer)로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날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영상을 통해 ‘계시록’에 참여한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계시록’은 우리의 신념이 어떻게 형성하는지 그리고 믿음과 인간성, 진실과 인식, 선과 악의 미묘한 경계에 대한 영화다. 류준열 신현빈 신민재 등 압도적인 연기로 완성된 몰입도 높은 심리 스릴러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여러분에게 오래 남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 협업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알폰소 쿠아론 감독님이 롱테이크의 대가 아닌가. 항상 영화를 찍을 때 영화적 발명을 영화마다 넣는 느낌이라서 제 나이 또래 영화감독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신 감독님이다. 그러다 어느 날 알폰소 쿠아론 감독님이 제작사를 통해 저와 함께 작업을 하고 싶다는 연락을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연상호 감독은 “그 당시 제가 ‘계시록’에 대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던 중이었다. 오히려 ‘계시록’은 한국적인 면이 많은 작품이어서 글로벌적으로 어필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님에게 한국적인 이야기도 글로벌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전했다. 그 이후에도 여러 버전의 편집본을 보내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알폰소 쿠아론 감독과의 협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연상호 감독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님이 처음에 같이 하고 싶다고 하셨을 때 제 영화 중 ‘부산행’이 해외에서 가장 많이 알려져 있어서 ‘부산행’ 같은 영화를 함께 하고 싶은 건가 싶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님에게 ‘계시록’ 이야기를 하면서 ‘부산행’과는 다른 작품이라고 했다. 감독님은 ‘부산행’ 같은 영화를 같이 하기 위해서 같이 하자고 한 것은 아니고 다른 영화를 하겠다고 한 점이 좋았다고 하더라. 알폰소 쿠아론 감독님이 ‘돼지의 왕’이 칸에 갔을 때부터 팔로잉을 하고 계셨다더라”면서 “처음에 감독님과 이야기를 할 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해 들으려고 하셨다. 예고편 나올 때도 그 비전이 잘 담겨 있는지 보시더라. 제가 처음에 가진 비전을 이룰 수 있도록 팔로잉을 하시는 분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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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은 극 중 신의 계시를 목격한 목사 성민찬을 연기한다. 여기에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형사 이연희 역의 신현빈 그리고 실종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받는 전과자 권양래 역의 신민재가 류준열과 함께 ‘계시록’을 이끌어간다.

연상호 감독은 류준열 신현빈 신민재와의 작업에 대해 “이번 작품은 화려한 CG 보다는 심리 스릴러라서 배우 분들의 연기가 중요했다. 세 분이 캐릭터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해 오셔서 그걸 조화롭게 만드는 게 중요했다. 세 분이 영화 후반부에 함께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그 장면을 어떻게 클라이맥스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세 분의 연기를 날 것으로 보여드리고 싶어서 롱테이크로 기획을 했다. 개인적으로 만족감이 있었다. 세 분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게 느껴지더라”라고 말했다.

류준열은 ‘계시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해외에 돌아다니다 보면 한국 작품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많다. 연상호 감독님은 해외에도 팬이 많다. 그래서 알폰소 쿠아론 감독님까지 감독님께 관심을 가지신 것 같다”면서 “이 이야기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인간의 믿음이 어떤 선택을 하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계시록’은 굉장히 현실적인 이야기이다 보니까 전 세계 시청자들이 많이 공감해주시지 않을까 싶다”라고 출연 이유를 말했다.

이어 류준열은 자신이 연기한 성민찬 캐릭터에 대해 “목사 하면 여러 가지 이미지가 있는데 저는 그중에서 자기의 직업관에 대해서 진실되고 깨끗하고 투명한 인물로 그리고 싶었다. 이 인간이 믿는 계시로 인해서 어디까지 가고 행동할지가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신현빈은 “장르적인 재미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이 안에 있는 인물들이 맞닥뜨리는 고민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기의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을 맞이할 때 어떤 선택을 할지가 흥미로웠다. 캐릭터적으로는 제가 이전에 했던 캐릭터와는 다른 면이 있어서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선택했다”라고 말했다.

신현빈은 이연희 캐릭터에 대해 “스타일적으로 자신을 가꾸는데 전혀 관심이 없는 캐릭터라 무심하게 보였으면 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주근깨나 다크서클 등 분장적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감정신에서 피부톤이 변하는 걸 많이 느꼈다. 이렇게까지 메이크업을 안 한 적은 처음이다. 외적인 모습만큼 이 사람이 안에서 겪고 있는 내적인 고민들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정의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신민재는 “감독님이 시청자들에게 불쾌함을 느끼게 했으면 좋겠다고 주문을 하셨다. 일단 외형적인 것에 중점을 많이 뒀다. 분장팀이랑 많이 고민해서 탈모가 있는 사람인 것처럼 머리를 밀었다. 흉터를 통해서 외형적으로 그런 이미지가 보여야 관객들이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말했다.

류준열은 “예고편을 보신 분들이 오컬트인 줄 알고 고민하시는 것 같더라. ‘계시록’은 인간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만들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시청자들이 재밌게 시청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연상호 감독은 “‘계시록’이라는 영화가 저에게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제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제 색깔을 정리하고 응축한 느낌을 가지고 작업을 했다. 지금까지 제가 만든 작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분이라면 ‘계시록’ 하나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계시록’은 2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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