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무비' 박보영의 성장 [인터뷰]
2025. 02.23(일) 09:00
멜로무비 박보영
멜로무비 박보영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배우 박보영의 성장은 비단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진 요행이 아니다. 스스로도 타인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박보영이 지난 영광에 머무르지 않고 부단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했던 지난 20년의 산물이다.

지난 14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멜로무비’(극본 이나은·연출 오충환)는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애매한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이 되어주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영화 같은 시간을 그린 로맨스로, 박보영은 극 중 영화를 싫어했지만 영화감독이 된 여자 김무비를 연기했다.

박보영이 ‘멜로무비’ 대본을 받고 가장 먼저 한 질문은 “이 대본을 저에게 주신 것 맞느냐”였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뽀블리’라는 수식어처럼 우리가 기존에 자주 접한 박보영의 이미지는 러블리하면서도 귀여운, 주로 밝은 면이 많이 부각된 캐릭터였다. 그의 필모그래피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캐릭터도 대부분이 그러했다. 그러나 김무비는 그 영역에서 조금 비껴간 캐릭터였다. 쉽게 마음을 열지 않고, 어딘가 시니컬해 보이기까지 한 캐릭터다.

그렇지만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박보영에게 ‘멜로무비’는 어떻게 보면 기회나 다름없었다. 오랜 갈증을 풀어내고 거기다가 이나은 작가와 오충환 감독, 배우 최우식까지 좋은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박보영에게 ‘멜로무비’를 거절한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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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뽀블리’는 잠시 접어두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박보영은 조금 욕심을 내서 김무비를 선택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부친과 관련된 상처로 사람들에게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 김무비의 ‘버석한’ 연기 톤을 어떻게 잡을지부터가 난관이었다. 오충환 감독도 박보영에게 톤을 낮춰달라고 주문했을 정도로, 박보영은 김무비가 되기 위해 ‘뽀블리’의 면들을 조금씩 벗겨내는데 집중했다.

또한 단순 멜로가 아닌, 조금 더 성숙한 결의 로맨스를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기도 했다. 박보영은 “저는 ‘멜로무비’를 통해 제가 지금까지 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조금 더 성숙한 멜로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멜로지만 그 안에 각자의 성장이 크게 있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을 성장하게 하는 것도 있지만 스스로의 상처를 마주하며 본인이 성장해 가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무비의 성장을 그려내며 박보영도 스스로의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늘 ‘뽀블리’만이 자신의 모습이 아니라며, 자신에게는 또 다른 모습이 있다며 해명 아닌 해명을 했던 박보영에게 “매번 밝은 척하면 안 힘드나”라는 김무비의 대사는 묘한 감정을 불러오기도 했다. “저 그렇게 밝은 사람 아니다”라고 외치고 다녔던 박보영에서 “매번 밝은 척하면 안 힘드나”라는 대사를 순수하게 연기만을 위해 내뱉을 수 있는 박보영으로 성장한 것이다.

비단 그 대사뿐만이 아니다. 김무비 자체가 박보영에게 갖는 의미는 컸다. 밝은 캐릭터를 연기하면 현장에서도 부러 밝게 행동해 왔다는 박보영이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오해할 사람은 없었지만, 스스로가 만들어낸 틀에 갇혀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김무비를 연기하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직접 경험하며, 박보영은 그 틀에서 스스로 한 발자국씩 나오며 또 한 번의 성장을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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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그리고 ‘멜로무비’까지. 세 작품을 거쳐오며 박보영은 대중에게 자신에게 ‘뽀블리’ 말고도 다른 모습이 있다고 증명해 왔다. 대중이 그런 자신의 모습을 잘 받아들일까 걱정했던 것과 다르게 우리는 박보영의 또 다른 모습에 울고 웃으며 때로는 위로를 받고, 때로는 큰 응원을 받았다.

차근차근하게 자신의 영역을 넓혀 온 박보영은 앞으로도 도전을 게을리하지 않을 예정이다. 박보영은 “그전에는 한쪽 면이 부각되는 작품만 한 것 같아서 저도 뭔가 넓혀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려면 꾸준히 시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제가 할 수 있는 선택을 최대한 하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가 몇 년 간의 작품으로 나왔다. 이제 또 여러 가지를 해야 하니까 다시 밝은 것도 하고, 많은 것들을 해보려고 한다”라고 했다.

“무비가 저에게 너무 소중해요. 그동안 스스로에게 이 정도면 잘 해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거든요. ‘멜로무비’는 저에게 데뷔한 지 20년이 되어서야 캐릭터로 성장해 냈다고 말해줄 수 있는 작품이라서 특별하게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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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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