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따스한 레트로…‘폭싹 속았수다’에 빠졌수다 [OTT리뷰]
2025. 03.29(토)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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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내용 요약

낡았다고? 평범해서 더 빛나는 레트로 드라마,
모두가 '폭싹'에 감화된 이유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물론 호불호는 있다. 일각에서는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 낡았다"는 비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레트로(복고) 작품이 주는 안온함은 여전히 현대에도 유효하다. 1~100세까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지나온 시간들, 그 경험치는 각기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7일부터 4회 분씩 공개돼 28일 최종 16회로 막을 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폭싹 속았수다'는 '동백꽃 필 무렵'을 썼던 임상춘 작가 신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미생' 김원석 감독이 의기투합해 실상 휴먼극의 정점을 꾀한 작품이었다.

투입된 제작비만 무려 600억 원, 스태프 인원, 소품, 미술 스케일도 상당했다. 배우 아이유(이지은), 박보검이라는 상징적인 청춘 배우들의 감수성 넘치는 연기 역시 한류, 나아가 글로벌을 강타하기 충분했다.

억척스럽게 물질을 하는 제주도 해녀 광례(염혜란)는 바람과 돌이 많은 바닷가 섬에서 똘똘한 딸 오애순(아이유, 문소리)를 얻었다. 새로운 세상을 주고 싶었지만 수 십 년 전, 물질만이 살길이었던 척박한 환경은 광례에게 숨병만을 남겼다. 시 쓰기를 좋아했던 소녀는 그 동네 순박한 청년 양관식(박보검, 박해준)을 만나 문학의 꿈을 접었다.

지난했던 엄마 광례, 딸 오애순, 애순의 딸 금명이(아이유), 삼대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얼굴은 16회 내내 공간과 시간을 넘나들며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울림을 남긴다. 그 시대의 각박함과 한계를 몸소 겪어야 했던 여자들의 굴곡은 얼핏 낡은 레트로 같지만, 임상춘 작가는 가공할 만한 필력으로 전 세대를 관통하는 보편성을 획득해냈다.

지난 28일 후반부, 금명이가 겪은 IMF 시절의 척박함이 8090년대생, MZ세대마저 울렸다. 서울대학교를 나온 젊은 재원 금명이조차 전국적인 기업 파산으로 인해 책상을 뺐다. 버스정류장 한 켠, 그 옆엔 금명이 아버지 뻘 되는 부장급 중년 남성의 실직도 묘사됐다.

그런 처참했던 여름을 지난 같은 해 겨울, 부장급 남성은 '아나바다' 운동 등으로 핍진한 일상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치약을 팔기 시작했다. 버스 중앙에 선 채 목소리를 가다듬고 생계를 위해 난생 처음 영업을 시전하는 중년의 화이트칼라는 금명이에게, 그럼에도 삶을 열렬히 살아가야 하는 이유로 다가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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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싹 속았수다'는 이로써 말한다. 우리가 지나온 민주화 운동 시대, 척박하고 배타적이었던 섬 여자가 육지로 올라와 이방인로서의 외로움을 견뎠던 순간들, 그 안에서 하릴없이 피어오르는 남녀 간의 사랑, 부성애, 모성애, 가족애 등은 노스탤지어만은 아니라고. 현재진행형으로 꿈틀꿈틀, 봄 아지랑이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보편적으로 장악한 그 정서는 별 수 없는 공감대(共感帶)로 피어올랐다.

바야흐로 봄이다. 금세 여름이 올 것이며 스산한 가을, 긴 겨울을 지난 후엔 또 다시 봄이 온다. 사계절의 순환에 빗대어 자기 시대를 양껏,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우리네 복잡다단한 인생사를 꾸린 '폭싹 속았수다'는 글로벌 시청자들의 가슴에 깊숙이 공명하는 레트로로 남았다. 영영 잊을 수 없고, 뇌리에 품고 살아갈 한 자락의 포근함. 간헐적인들 냉혹한 시련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우리 모두는, 구들장에 묻어 놓은 공깃밥 같은 그런 평범한 이야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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