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완비' 이준혁과 대화를 나누다 [인터뷰]
2025. 02.23(일) 08:00
이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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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흔히들 배우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배우 이준혁과의 대화는 늘 각자의 세상을 조금씩 넓혀가는 과정과 같이 느껴진다. 우리가 몰랐던 세계를 그의 작품으로 알아가고, 캐릭터의 옷을 입은 이준혁과의 대화가 늘 유의미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지난 14일 12회 방송을 끝으로 종영된 SBS 금토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극본 지은·연출 김재홍,이하 ‘나완비’)는 일’만’ 잘하는 헤드헌팅 회사 CEO 지윤(한지민)과 일’도’ 완벽한 비서 은호(이준혁)의 밀착 케어 로맨스로, 이준혁은 극 중 싱글 대디 은호를 연기했다.

음모와 권모술수, 피를 봐야만 끝나는 폭력으로 가득했던 이준혁의 세상이 따뜻한 파스텔톤으로 물들었다. 장르물로 가득했던 이준혁의 필모그래피에서 ‘나완비‘는 어떻게 보면 독특하면서도 새로운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이준혁도 ‘나완비’의 은호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존에 독특하고 새로운 것을 좋아해서 장르물을 했었는데, 그렇다 보니 되려 은호가 독특하고 새로웠다”고 회상할 정도였다.

장르물로 필모그래피를 채워가던 이준혁은 왜 ‘나완비’를 선택했을까. 이준혁은 “은호라는 인물을 통해서 제가 보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다. 뛰어난 능력자는 아니지만, 문 손잡이 하나 고쳐주는 것만으로도 좋을 수 있다는 포인트들에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싱글 대디로서 일과 육아, 집안일을 해내는 은호의 이야기를 통해 집안일도 그 자체로 멋있는 일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단다.

이준혁은 이에 대해 “그동안 집안일이 너무나 등한시 됐던 것 같다. 저는 뭐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건강한 집밥을 만드는 일이 지윤이 하는 일보다 안 좋은 건 아니지 않나. 집안일도 멋있는 일이라는 게 전달 됐음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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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호는 여러 방면에서 역클리셰 캐릭터다. 여타 작품에서 주로 여성 캐릭터로 그려졌던 비서라는 점이 그렇다. 무엇보다 살림하는 남자 캐릭터는 미디어나 현실에서나 보기 드문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역클리셰 캐릭터를 준비하며 어려웠을 법도 한데, 지난 경험들이 이준혁을 도왔다. 이준혁은 “제가 했던 역할들이 대부분 기존에 있던 거를 한 일이 드물었었다. 그래서 캐릭터에 접근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부침은 의외의 곳에서 튀어나왔다. 은호가 지윤의 비서가 된 이후, 목적성을 잃어버린 캐릭터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상당했단다. 이준혁은 “은호의 가장 힘들었던 지점은 은호가 비서가 되면 주인공으로서 목적성을 잃어버리는 캐릭터다. 그때부터 은호의 삶은 목적이 없다. 그런 캐릭터를 끌고 가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준혁이 그 고민 끝에 찾은 방법은 음악으로 치면 베이스처럼 등장하는 모든 장면에서 잔잔하게 은호의 존재감을 담아내는 것이다. 마치 은호가 피플즈에서 지윤의 비서 일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 방안을 찾는 등 피플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여기저기 자신의 손을 보태는 것처럼 말이다.

그 방법은 시청자들이 자연스럽게 은호에 몰입하며 그를 사랑하게끔 했다. 한없이 다정하고, 또 자기 일에 열심히며,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사람. 이준혁이 그려낸 은호는 그렇게 피플즈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에게도 스며들었고, 이는 ‘나완비’가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동력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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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준혁의 노력으로 완성된 ‘나완비’는 방송 단 3회 만에 시청률 두 자릿수를 돌파, 시청자들의 큰 사랑 속에 여정을 마무리했다. 조금은 낯설었던 로맨스 장르에서 거둔 성공인만큼 이준혁의 만족감 역시 컸다. 더불어 이준혁은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 등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치열하게 고민하며 만든 작품인 만큼, 시청자들의 사랑에 깊은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의 취향이 통했다는 생각에 시청자들과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라고. 이준혁은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만들고 그걸 선보였을 때 시청자들이 좋아하면 저는 그분들과 대화하는 느낌이 든다”면서 “시청자들과 1대 1로 대화한 건 아니지만, 추억을 같이 공유한 느낌이다”고 말했다.

곁에서 지켜본 이준혁의 여정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취향을 대중에게 설득시키는 과정이었다. 그 출발은 소수의 누군가만 만족하는 일이었을지라도, 꾸준하게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끊임없이 소개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이준혁이다. 늘 새롭고 도전적인 장르물로 유일무이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이준혁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그가 걸어온 길에 있다.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취향껏 작품을 선택하고, 최선을 다해 연기해 최상의 작품을 선보였던 이준혁의 길은 이제 대중이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이유가 됐다.

대중의 취향을 한 번 만족시킨 것에 안주하지 않고, 또 다른 자신의 취향으로 빚은 작품으로 대중과 대화를 나눌 그날을 위해, 이준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이준혁이 어떤 작품으로 우리에게 대화를 걸어올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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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스튜디오S, 이오콘텐츠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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