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큰' 하정우, 소나기를 마주하는 법 [인터뷰]
2025. 01.27(월) 10:00
브로큰 하정우
브로큰 하정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불현듯 소나기와 마주한다. 그 소나기를 피하는 자세도 제각각이다. 그렇지만 결국 소나기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것뿐이다. 배우 하정우도 소나기 같은 지금의 시기를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할 일을 하며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2월 5일 개봉되는 영화 ‘브로큰’(감독 김진황)은 시체로 돌아온 동생과 사라진 그의 아내, 사건을 예견한 베스트셀러 소설까지, 모든 것이 얽혀버린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달려가는 민태의 분노의 추적을 그린 이야기로, 하정우는 극 중 동생의 죽음을 추적하는 민태를 연기했다.

하정우에게 ‘브로큰’은 늘 돌아가고 싶었던 영역이었다. 자신의 시작과 비슷한 결을 지닌 영화에 대한 갈망이 있던 하정우에게 ‘브로큰’은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전작 ‘양치기들’을 보고 김진황 감독을 눈여겨봐왔다는 하정우다. 하정우는 “일단 김진황감독이 본인의 경험을 베이스 삼아서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만든 시나리오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설득이 되더라”라고 했다.

이어 하정우는 “김진황 감독이 거친 매력이 있는데, 또 아카데미 출신이더라. 뭔가 부조화의 느낌이었는데, 그게 또 되게 매력적이더라”면서 “자기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확신이 뚜렷하면서, 또 유연한 부분도 있다. ‘브로큰’도 어떤 신은 진지한테 코미디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감독님의 느낌이 영화에 투영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면서 김진황 감독에 대해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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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는 하정우가 ‘연기할 맛’이 나는 캐릭터였다. 하정우는 “민태에게 석태(박종훈)는 자식 같은 동생이다. 그런 동생의 죽음이 도화선이 돼서 복수를 하는 것”이라면서 “문영(유다인)의 대사 중에 ‘동생을 위해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이 있다. 민태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하정우는 “사람을 대할 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일상의 톤으로 대하는데 진짜 센 사람들은 그렇다고 본다. 감정을 섞지 않는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민태의 동선이나 사람들을 대하는 걸 보면 불편할 정도의 잔혹성과 폭력성이 있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하정우는 “보통 텐트폴이나 상업 영화에서는 스토리가 선행되고 캐릭터가 기능적인 역할을 한다면 이 작품은 반대다. 이런 캐릭터는 연기할 맛이 나는 캐릭터”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민태뿐만 아니라 ‘브로큰’ 현장도 하정우에게 일종의 새로운 자극이 된 무대였다. 하정우는 “처음 호흡을 맞추는 사람들이 많았다. 김남길과 정만식 형 빼고는 다 처음 해보는 배우들이었다. 그런 배우들과 연기를 하는데 도리어 새로운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정우는 “한 신 한 신을 만들어나가는 재미가 있었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면서 “뭔가 계산하고 재단하고 꾸미고 잘 어루만져서 끌고 나가는 게 아니라 투박하게 연기하는 촬영 방식도 즐겁고 새로웠다”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브로큰’ 속 하정우를 보고 있노라면 그의 연기 초창기를 떠올리게 한다. 캐릭터뿐만 아니라 영화에도 생명력을 불어넣는 하정우의 재고 따지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연기를 보는 맛이 있는 작품이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영화를 보시고 다들 저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제가 지금까지 몇 편을 했는데”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하정우는 “많은 분들이 저에게서 원한 게 이런 거였다는 걸 새삼스럽게 깨달았다”면서 “인스타그램 계정일 개설한 지 6개월 정도 됐는데, 메이크업한 얼굴이나 정돈된 모습보다는 후줄근한 일상의 사진들이 훨씬 더 반응이 세더라. 그런 것들에 대한 반응이 좋아서 어쩌면 그렇게도 연결이 될 수도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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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얼굴, 그리고 초심으로 돌아간 듯한 날것의 연기로 최근 몇 년 간의 작품 활동 중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하정우다. 그렇지만 ‘브로큰’으로 극장가에 나서는 그의 마음은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여러 장르의 영화로 관객과 꾸준히 만났지만, 성적은 솔직히 말하면 좋지 않았다. 최근 코로나 19 이후 가속화 된 한국 영화의 위기로 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하정우라는 배우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치가 많이 낮아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소나기가 주룩주룩 내리면 피할 도리 없이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하정우도 계속해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나가는 것만이 지금의 시기를 돌파할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정우는 “저는 예상치 못한 작품이 성공했던 적도 있다. 다 ‘때’의 문제인 것 같다. 중요한 건 그 시기가 길어지느냐 아니면 짧게 겪고 반등하느냐다. 특별한 묘책은 없다. 힘을 합쳐서 영화를 만드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하정우는 올해에도 ‘브로큰’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극장가에 문을 두드리며 정공법으로 그 시기를 헤쳐나갈 예정이다. ‘로비’(가제)와 ‘윗집사람들’(가제)로 감독 하정우로도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는 그다. 하정우가 지나가고 있는 소나기가 언제 그칠지, 그의 다음 작품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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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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