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은 좋겠다, ‘나혼산’이 건네는 불쾌감의 출처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
2025. 04.07(월) 0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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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최근 일부 대중이 보이는 ‘나 혼자 산다’에 대한 불쾌감은 어디서 기인할까. 먼저 불쾌감, 좀 더 순화하여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된 연유는 다음과 같다. 박나래의 집에 이어, 김대호, 제이홉, 키에 이르기까지 보통의 직장인 또는 일반적인 급료를 받는 일반인이 쉽게 가져보지 못할 형태의 집들이 등장했기 때문. 사실 BTS의 멤버 제이홉 편에서 등장한 집은 그가 머무는 공간의 의미를 지닌 집이라기보다 음악 작업을 위해 얼마간 빌린, LA의 풍족함이 깃든 장소로 보는 게 옳겠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여느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법한 모양새가 어느 정도 위화감을 안기기에 충분했고, 결정타는 키의 집이었다. 한강의 반짝이는 풍경을 눈앞에 둘 수 있는, 휘황찬란한 뷰를 가졌으며 집주인이 해놓은 인테리어를 그대로 쓰고 있다고 했는데 주거 공간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싶을 만큼 전체가 하나의 작품처럼 꾸며져 있었다. 그렇다고 실용적인 면을 간과한 것도 아니었다. 감추어진 수납공간이 상당했으니까. 게다가 복층 구조다. 위로 올라가면 미니 라운지 느낌으로 마련된 방과 두 마리의 반려견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드넓은 테라스가 있다. 이는 너나 할 것 없이 부러움 섞인 탄성을 내지르며 입을 헤 벌린 채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눈빛을 취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그러나 꿈에라도 가질까 말까 한, 집의 광경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감탄은 짧게 끝나고 사람들은 곧 생각한다. 무슨 일을 얼마나 하면 이런 집에서 살 수 있을까. 특히 내 몸 하나 누일 장소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서울 한복판이다. 그러나 브라운관 속 스타들은 어느 순간, 이 서울 한 복판에, 그냥 집도 아닌 그리 좋은 집을 척척 구해 살고 있다. 하나의 예로 개그맨 홍현희가 있다. 제이슨과 신혼살림을 꾸릴 때만 하더라도 반지하 전셋집이었는데 점차 넓혀 가더니 최근엔 매매가가 무려 60억짜리인 상당히 큰 평수의 아파트로 이사했다. 보통의 사람들은 따라잡기 쉽지 않은, 어쩌면 거의 불가능한, 아주 가파른 상승 곡선이다. 대중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박탈감을 느끼며, 어디선가 들은 바 있고 어디선가 내뱉은 바 있는 ‘연예인이란 꿀 빠는 직업’이란 소리를 떠올린다. 들이는 노동이나 힘에 비해 많은 돈을 벌어들인다는, 다소 비꼬는 감이 있는 말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유명해진 다음의 이야기이고 본인이 아닌 이상, 들인 노동과 힘의 양은 함부로 판단할 수 없으며, 또 어찌 되었든 그들이 이룬 성과다. 무엇보다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다 될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하지만 고된 하루를 보내고 들어와 마주하는 그들의 넓고 쾌적한 삶은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보통의 우리가 처한 현실을 더욱 부각시키고, 이쯤에서 발동된 불쾌감 또는 불편한 마음이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과 입 모양을 어느 순간 비뚤게 만든다. 사실 스타의 훤칠한 삶도, 이를 공유한 프로그램도, 대중의 꼬인 시선도 문제는 아니다. 문제라면 날이 갈수록 비대해지는 빈부격차로 박탈감을 익숙하게 만든, 현 사회에 있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MBC ‘나 혼자 산다’, 유튜브 채널 ‘성시경의 먹을 텐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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