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인지 ‘아이유’가 되고 싶다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
2025. 04.05(토) 23: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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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아이유(이지은)에겐 어느 순간부터 신비한 힘이 부여된 듯하다. 보는 이들이 ‘아이유화’ 하게끔, 그러니까 아이유를 따라 하고 싶게끔 만드는 병을 유발한다고 할까. 일명 ‘아이유병’, 흥미로운 지점은 외모나 스타일에 한해서가 아니라 특유의 말투나 행동까지, 모든 모멘트에서 모방의 욕구를 일으킨다는 거다. 어찌 보면 스타니까 당연한 현상이다. 스타라는 존재 자체가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고 욕망하는 대상이고, 선망하고 욕망한다는 것은 소유하길 원하는 무엇인가를 지녔다는 의미니까. 그러니 자연스레 대중은 스타의 위치에 오른 그 혹은 그녀와 닮길 바라 마지않는다. 그렇다고 복사본처럼 닮길 바라는 건 아니다. 그 또는 그녀가 가진 매력의 상징으로 생각되는 어느 부분을 끌고 와 마치 자신의 것처럼 소화하길 원하는 정도. 아이유를 예로 든다면, 한때 아이유로 인해 ‘단발병’이 돈 적이 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미용실에 아이유의 사진을 가지고 왔다고. 생각해 보면 단발이란 헤어스타일은 이전에도 있었다. 아이유로 인해 획기적으로 등장한 새로운 헤어스타일이 아니란 이야기. 다시 말해 단발이란 헤어스타일이 아니라, 단발마저 예뻐 보이게 만든 아이유의 어떤 매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현혹했다고 보는 게 옳겠다. 단발은 하나의 상징에 불과했다. 그런데 아이유에게서 발견되는 특별한 대목은, 사람들이 그녀의 매력을 탐하여 취하고자 하는 부분의 폭이 상당히 넓다는 데 있다. 이쯤에서 ‘아이유병’이란 신조어의 출처라고 할 수 있는, 2017년에 방영된 JTBC ‘효리네 민박’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단발 스타일은 차치하고서라도, 보라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이불을 개고 청소를 하고 책을 읽으며 때때로 멍하니 있고 초콜릿을 꺼내 ‘오물오물‘ 먹는, 이 ‘오물오물’이 핵심이다. 음식을 한가득 입에 물고 천천히 오물오물 먹는 모습은, ‘아이유병’임을 확신하게 만드는 강력한 정황 증거가 되곤 했다. 여타의 동일시와 다르게, 그녀가 지닌 외모의 어떤 지점이라던가 일부에 해당하는 모습이 아니라 그녀를 이루는 모든 요소를 따라 하며 ‘그저 아이유’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양산된 것이다. 상당히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아이유의 전체적인 모습, ‘그저 아이유’가 많은 사람들을 매혹했다. 그녀의 삶을 기반으로 형성된 모든 모멘트가 좋고 그저 따라 하고 싶은, ‘아이유병’. 이 욕망의 이면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아이유는 특유의 감성으로 주어진 삶을 유영하듯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하는 일마다 인정받는 성실한 능력자이며, 그렇다고 또 유난하게, 화려하게 굴지 않는, 수수하고 진솔하며 사랑스럽다. 어쩌면 이렇게 켜켜이 쌓인 그저 아이유, 아니 ‘사람 이지은‘으로서 존재하는 삶을 향한 강렬한 부러움과 질투를 동반한 선망이, 모방의 욕구를 작동시키는 원동력이 아닐지.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의 대대적인 성공이 ‘아이유병’을 다시금 발병시키고 있다. 물론 아이유가 맡아 연기한 오애순과 양금명, 두 캐릭터 모두 원체 저마다의 매력으로 반짝반짝 빛나기도 했고 여기에 아이유의 형태가 입혀지며, 즉 아이유가 두 캐릭터의 존재와 일생을 온전히 구현하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압도적으로 장악한 결과다. 그리하여 우리는 또 왜인지, 오애순과 양금명이 되고 싶은, 사실 두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아이유가 되고 싶은 ‘아이유병’에 전염되어 가는 중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아이유SNS, JTBC ‘효리네민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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