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억+@ 받은 뉴진스 5인, 대체 어도어 무엇을 못 믿는걸까 [이슈&톡]
2025. 04.08(화)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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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아이돌 하다가 정산 한 번 못 받아 계약을 종결해달라는 사건도 처리해봤는데. (중략) 보통은 신뢰관계 깨진 게 정산 한 번도 안 해주고, 잘 안 되고 그러면 연습생들은 다른 거 먹고 살아야 하니까 깨지는 경우인데 이건 굉장히 특이한 경우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 정회일 부장판사는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유효 확인의 소' 심문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획사와 소속 연습생 혹은 아티스트의 전속계약 해지 분쟁은 일반적으로 정산과 관련한 문제인데 이 사건은 그렇지 않다는 뜻이다.

앞으로 본안 소송 재판부는 뉴진스가 깨졌다고 말하는 신뢰의 기준이 무엇인지 다툴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는 뉴진스가 어도어에게 가진 불만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멤버 5인이 어도어에 발송한 내용증명에 그 이유들이 담겼다.

뉴진스의 요구사항은 간단히 아래와 같다. '계약해지를 요구할 정도로 위법한가'를 판단하는 건 차치하자. 그건 사법부의 몫이고, 이들의 견해가 중요하다.

가. 하이브가 "뉴 버리고 새로 판 짜면 될 일"이라는 결정을 한 데 대하여, 뉴진스의 매니지먼트사로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시기 바랍니다.

나. 하니를 "무시해"라고 한 타 레이블의 매니저에 대하여, 어도어는 아직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문제를 방치했습니다.

다. 하이브 PR(조 홍보실장)이 뉴진스의 성과를 폄하한 데 대하여 어도어의 조치를 촉구합니다.

라. 뉴진스가 연습생 시설이던 당시의 사진, 동영상 등이 매체를 통해 무단 공개되었고, 아직도 삭제되지 않았습니다.

마. '밀어내기'에 의해 뉴진스의 성과가 상대적으로 평가절하된 상황을 해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바.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님과의 불필요한 분쟁, 뉴진스의 기존 작업물이 사라지는 문제 등을 즉시 해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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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어는 뉴진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았다. 멤버 5인은 위 사항을 시정하지 않은 어도어가 먼저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자동으로 전속계약이 해지됐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뉴진스가 주최한 기자회견의 요지는 첫째, 어도어가 먼저 계약을 위반했다. 둘째 그리하여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됐다로 압축된다.

언론이 제기한 의문은 누가 위법 행위를 했느냐가 아니다. 언급했듯 그건 사법부의 몫이다. 기자들의 궁금증은 계약해지가 한 측의 통보로 성사될 수 있는 것인지, 시스템에 대한 본질적 의문에서 출발했다. 어도어가 뉴진스에게 법적 절차를 생략하고 해지를 통보했어도 이들은 같은 의문을 제기했을 것이다. 계약이라는 건 양측이 합의를 거쳐 서로에게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당시 기자들에게 이 질문을 받은 뉴진스는 "어도어가 계약을 위반해서 해지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미 한 말을 또 반복했다. 오히려 민지는 의문을 표하는 기자들에게 "이해하셨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의도든 아니든, 이해한 것이든 아니든 그의 답변은 취재진의 질문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이 전쟁의 최대 쟁점은 결국 '전속계약'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에 있다. 다만 정 부장판사의 발언대로 '특이한 케이스'인 게 문제다. 기획사와 아티스트의 갈등이 비일비재한 K팝 시장에서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쟁이 내포하는 새로운 지점은 '정산', 돈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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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뉴진스의 시정 요구 사항으로 돌아가본다. 이들이 어도어와 싸우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다. 주요 쟁점만 살펴보자.

먼저 가, 하이브 문서에 등장한 단어 '뉴 버리고'를 둘러싼 논란이다. 뉴진스는 이 말이 '뉴진스를 버린다'라는 뜻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차례 재판부의 판단이 나왔다. 지난 달 21일 어도어가 제기한 기획사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재판부는 해당 문서에 뉴진스 성공을 위한 제안이 많이 포함된 점을 꼽으며 "'뉴 버리고'가 하이브가 뉴진스를 버리겠다는 뜻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음은 나, 아일릿 매니저의 '무시해' 발언 논란이다.

나는 하니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할 정도로 큰 쟁점으로 부각된 사안이다. 당시 벌어진 일을 증명할 수 있는 건 현장을 담은 CCTV 뿐이다. 어도어는 가처분 소송에서 문제의 CCTV를 공개했다.

하니의 주장에 따르면 아일릿 매니저는 아일릿 멤버들에게 '(하니를) 무시해'라고 발언했다. 하니는 이를 똑똑히 들었다고 했다. 공개된 CCTV를 보면 아일릿 멤버들과 하니는 하이브 사옥 아티스트 전용 공간에서 마주했다. 아일릿 멤버 세 명이 차례대로 하니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담겼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마, 음반 밀어내기 주장에 대해 '단정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에 대해서도 "표절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봤다.

가장 뜨거운 감자가 남았다. 어도어와 뉴진스가 갈등하게 된 결정적 계기,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다.

뉴진스는 민희진 전 대표와 그의 측근(전 부대표 A씨 등)들이 없는 어도어는 이전의 어도어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늬만 같을 뿐, 다른 회사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민희진의 부재로 어도어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는 뉴진스의 주장을 어떻게 판단했을까.

"채권자(어도어)에게는 대체 프로듀서를 영입할 역량이 충분하며 민희진이 대표이사로 복귀하는 것이 전속계약 해지의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봤다. 민희진 전 대표의 해임이 뉴진스가 어도어에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로 주장하는 근거들이 지엽적인 것에 그친다고 지적한다. 인사를 했냐 안했느냐, 연습생 영상을 공개했느냐 안했느냐로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뉴진스 멤버들이 민희진 전 대표를 지나칠 정도로 의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어도어가 지난해 뉴진스 멤버 5인에게 각각 50억 원, 250+@억 원의 정산금을 지급한 것도 뉴진스가 계약해지를 주장하기 힘든 근거로 대두되고 있다. 뉴진스가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정도로 강력히 어도어를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버니즈 일부 팬덤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지난 7일 버니즈는 하이브 사옥 앞에서 벌인 트럭 시위에서 뉴진스를 향해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보냈다.

"6인조라더니 위약금은 뉴진스 5명 몫, 어도어로 돌아가는 게 진짜 승리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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