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의 집 공개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이 꺼림직한 이유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5. 04.12(토)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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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방송인 박나래의 집에 도둑이 들었다.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도난당했는데, 이 사실을 당사자인 박나래 또한 지난 7일에서야 인지했다고.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나, 박나래와 그녀의 집이 지닌 유명세 탓에 갖가지 추측성 소문들이 난무하고 있다.

박나래와 입장을 아주 잠깐만 바꾸어 생각해 보아도, 상당히 공포에 떨 만한 일이다. 그간 일해서 모은 돈으로 마련한, 애정을 들여 이곳저곳 가꾸어온, 언제나 ‘내 편’이어야 하고 가장 안정해야 할 ‘내 집’이 범죄의 표적이 되었는데 그게 누구인지도, 심지어 언제부터 그러했는지도 알 수 없다. 집에 편히 들어갈 수 있을까.

혹자는 그러니까 왜 방송에 집을 공개해서 이런 위험한 상황을 자초했냐고 되묻는다. 즉, 경솔했다는 이야기. 방송에 자신의 집, 주거 공간을 공개한 스타는 박나래만이 아니다. 방송인 김대호, 한혜진, 가수 이효리와 이상순 부부 등, 이 외에도 여럿인데 언급한 이들의 공통점은 저마다 예상치를 훨씬 웃도는 고충을 겪었다는 사실이다.

집 앞에 찾아와 사진을 찍고 초인종을 누르고 소란을 피우고, 이는 해당 주거지의 스타로 하여금 종국에는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날 수밖에 없게끔 했다. 그렇다면 정말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의 모양새를 공개한 또는 노출한, 스타들의 행동은 경솔한 것이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만 생각할 수만은 없는 꺼림직함이 있는데, 정확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성범죄의 원인을 옷차림이나 행동거지에서 찾는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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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꺼림직함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스타들, 연예인에게 집을 공개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집은 거주자, 사용자의 삶이 담기는 공간으로, 자가든 전세든 월세든, 크기가 어떠하든 그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가 축소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 혹은 그녀가 어떤 가치관에 몸을 담고 있는지, 어떤 취향을 가지고, 무엇을 좋아하고 또 꺼리는지 등등의 정보가 구석구석 꼼꼼하게 배어 있는 게다.

어쩌면 자신의 내부와도 같은, 이런 공간을 대중에게 꺼내어 보여주는 행위는, 우리가 가까워지고 싶은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하는 것처럼, 대체로 소통을 목적으로 한다. 당연히 예외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 노출의 위험도를 더 높게 칠 가능성이 커서, 오히려 공개하지 않는 쪽을 택하지 않을까.

아무튼 실제로 대중은, 비록 카메라를 한번 거친 것이긴 하나, 해당 스타의 삶이 놓인 자리를 보며 때깔부터 다르긴 하나,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며, 비슷한 면이 꽤 있다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 서로의 삶의 자리를 주고받는 과정을 겪는다. 바로 내적 친밀감이 상승하는 순간이라고 할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수의 시선엔 항상 잡음이 섞이기 마련이고, 이 잡음의 못된 성질은 전혀 그런 의식 없이 시작된 일에서도 불순한 의도를 끌어내어 본래 목적한 바를 퇴색시킨다. ‘소통’은 희미해지고 스타이니까, 어느 정도 예상하고 또 감수할 생각으로 공개한 것일 테니까, 그들의 사생활 침해로 고통받는 건 별문제로 삼지 않는다.

이래저래 불똥은 집을 노출한 스타에게로 향한다. 왜 굳이, ‘경솔하게’ 자신의 집을 공개하여 위화감을 조성하고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냐고 비아냥거린다. 정작 문제시되어야 하고 정죄 받아야 하는 건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하고 안전해야 할 누군가의 집을, 삶이 놓인 공간을 침범한 이들인데. 괜한 비교 의식을 갖게 만드는 현 사회의 분위기인데. 일련의 논란에 대한 꺼림직함의 실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유튜브 채널 ‘한혜진 Han Hye Jin’, MBC ‘나 혼자 산다’, JTBC ‘효리네 민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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