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성 “‘로비’,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영화” [인터뷰]
2025. 03.30(일) 10:00
로비 김의성
로비 김의성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못 한다고, 못 한다고 했지만 스스로도 경악할 정도로 잘 해냈다. 이 이상으로 지질한 ‘개저씨’를 잘 표현한 배우는 이전에도 앞으로도 없을 듯 하다. ‘로비’의 배우 김의성 이야기다.

4월 2일 개봉되는 영화 ‘로비’(감독 하정우)는 연구 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김의성 극 중 창욱의 로비 대상인 최실장을 연기했다.

지금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김의성은 ‘로비’ 제안을 받았을 때 수차례 거절했다. 캐릭터들의 티키타카 대사와 위트와 유머가 살아있는 하정우 스타일의 시나리오라서 더 그랬다. 코미디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거절하고 또 거절했지만, 계속되는 러브콜에 결국 김의성은 어떻게든 출연해야 하는 이유를 찾으려 시나리오를 다시 들여다봤다.

그 과정 끝에 김의성이 찾은 이유는 캐릭터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김의성은 “하정우표 코미디를 의식하지 않고 인물에 접근해 연기를 해나가면 괜찮을 것 같았다”면서 “‘하정우의 영화’라는 생각을 떨친다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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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가 감독으로서 김의성에게 주문한 건 의외로 간단했다. “하시던 대로 하면 된다.” 간단해 보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막막한 주문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김의성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시나리오에 표현된 최실장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 가며 연기의 방향을 잡았다.

우선 김의성은 최실장이라는 인물의 폭에 대해서 고심했다. 김의성은 “이 인물에게 좋은 면도 있지만, 안 좋은 면도 있다. 그래서 재밌다고 생각했다. 드러내느냐 그러지 않느냐에 따라 다를 뿐이지 제 안에도 그런 면들이 있다”라고 했다.

이어 김의성은 “이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설정의 폭 자체가 너무 좋았다. 꽤 공정하게 평생을 공무원으로서 커리어를 쌓은 사람이고 일에 대해서는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다. 하지만 혼자서만 사랑 혹은 애정하는 존재가 실제로 눈앞에 나타났을 때 잘하려고 할수록 이 사람의 인격적 결함이 조금씩 드러나는 과정들이 너무 재밌었다”라고 했다.

즉 김의성은 첫 등장만 해도 최실장이 청렴결백하고 젠틀한 사람으로 보였다가, 골프장에서 덕질 대상인 정세빈(강해림)과 함께 골프를 치면서 점차 지질하고 치졸한 면을 드러내는 과정을 잘 표현하려고 했단다.

또한 김의성은 “저는 이 작품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멋있고 귀여운 사람이 되려고 했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선을 다해 멋있게 보이려고 할수록 최실장의 다면성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단다. 물론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더 ‘개저씨’처럼 보여 놀랐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의성이 연기한 최실장은 이상하지만 재밌는 ‘로비’의 세계관을 완성하는 ‘킥’이다. 골프장에서 한 꺼풀씩 최실장의 ‘개저씨’ 모먼트가 벗겨질 때마다 영화는 큰 웃음 동력을 얻는다. 하지만 김의성은 자신은 코미디가 어렵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자신이 잘했다면 배우들과 함께 주고받은 티키타카와 곁가지들을 고민하지 않고 인물에 집중한 것 등 여러 이유들이 잘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겸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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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품이 소중하지만, ‘로비’는 김의성에게 더 의미가 깊었다. 1년에 제작되는 영화 편수가 확연히 줄어든 요즘, 오랜만에 배우로서 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작품이라는 점만으로도 ‘로비’는 특별했다.

김의성은 ‘로비’를 “저한테는 길고 넓은 사막 속에 오아시스 같은 영화”라고 표현하며 “정말 행복한 촬영을 했던 영화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점점 저라는 배우에게 요구하는 임팩트나 존재감은 똑같지만 촬영이나 분량은 점점 조금씩 나이 먹으면서 줄어드는 시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로비’는 충분히 인물을 빌드업해나갈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캐릭터와 저 사이에 동조 혹은 교감으로 풀어나갈 수 있었던 소중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라고 했다.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직접 소속사를 운영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는 김의성이다. 선택을 받아야 일을 할 수 있다는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불확실성에 고민하고. 소속사 운영 때문에 꿈까지 꿀 정도로 부담감을 느끼지만 김의성은 늘 즐겁게 이 일들을 해나가려고 노력한다. 김의성이 그럴 수 있는 원동력은 그 일들이 재밌고, 또 스스로에게 매우 소중하기 때문이다. 김의성은 이에 대해 “중간에 제가 10년 정도 일은 안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단절의 경험이 일에 대한 소중함을 더 크게 느끼게 해 준 것 같다. 그래서 자만하거나 일을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일에 임할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김의성은 팀 플레이어로서 현장에서 다른 세대 배우들이나 스태프들과 좋은 팀으로 일하려고 하는 노력이 자신에게는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에 김의성은 “저 사람이랑 일 하면 팀으로서 재밌어, 저 사람은 팀에 해를 끼치지 않아. 나이 먹어서 그런 배우가 되는 게 흔한 일이 아니라서 그런 면에서 그런 노력들 혹은 그런 저의 태도가 꾸준히 굶지 않고 일하게 해주는 동력이 돼주지 않나 싶다”고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쇼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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