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이병헌도 연기가 어렵다 [인터뷰]
2025. 03.30(일) 09:00
승부 이병헌
승부 이병헌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자타공인 연기 고수이지만, 아직도 어렵다. 방법을 모르니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열심일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배우 이병헌을 ‘연기파 배우’ 반열에 올려놓은 힘이었다.

지난 26일 개봉된 영화 ‘승부’(감독 김형주)는 대한민국 최고의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병헌은 극 중 조훈현 국수를 연기했다.

이병헌은 ‘승부’가 바둑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극적인 이야기에 매료됐기 때문에 ‘승부’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특히나 이병헌의 마음을 사로잡은 부분은 조훈현 이창호 국수의 관계성이다. 한 집에 함께 살면서 아들처럼 키운 제자와 결승전에서 붙다니. 그것도 그 결승전 당일까지 함께 밥을 먹고, 차도 같이 타고 이동해 대국이 끝난 뒤 다시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일련의 감정들을 직접 표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열망에 휩싸였다고 했다.

이병헌은 “말할 수 없는 묘한 감정들이 이 드라마틱한 영화의 가장 핵심 정서가 아닐까 싶다. 저도 그렇고 유아인 씨도 그렇고 그런 정서를 연기하고 싶어서 선택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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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연기할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인물이 실존한다는 건, 엄청난 이점이면서도 단점이다. 끊임없이 실존 인물과 비교당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병헌에게는 이점이 훨씬 컸다. 이병헌은 “조훈현 국수님이 제 앞에 계시니까 저에게는 너무 용이했다. 그분을 다 담아낼 수는 없지만, 내가 관찰할 수 있는 대상이 있고 또 우리나라 전설이었기 때문에 자료화면이 너무 많다. 그래서 캐릭터를 잡아가는데 다른 작품에 비해서 의존하고 기댈 데가 많았다”라고 했다.

이어 이병헌은 “그분의 버릇이라던가 겉모습이라던가 그분의 생각 같은 것을 많이 듣고 그것을 그대로 옮기면 되니까 기댈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면서 “조훈현 국수님은 지금도 바둑 현역으로 계신 분이기 때문에 더 조심스러운 부분은 있다. 다만 이미 현존하지 않는 ‘남한산성’이나 ‘남산의 부장들’ 같은 경우에는 어느 정도의 상상을 하면서 해야 하니까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되려 바둑에 대한 부분은 부담이 없었단다. 이에 대해 이병헌은 “바둑기사들처럼 바둑돌을 딱 갖다 붙이는 느낌을 위해 연습했다. 프로다운 손놀림에 대한 훈련이었다”면서 “바둑의 실력은 상관없다. 제가 악기를 연주하는 캐릭터라면 어느 정도 연주를 배워야 했지만 돌 하나 뒀을 때의 포스와 울림이 얼마만큼 조훈현 국수 같은 느낌으로 보이고 느껴지느냐에 대한 것이 숙제였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승부’에서는 이병헌의 미세한 감정 연기가 압도적이다. 정적인 분위기 속에 상대에게 수를 읽히지 않기 위해 감정을 절제하는 와중에도 세밀한 찰나의 표정으로 조훈현의 감정을 단번에 설득시키는 이병헌이다. 마치 세필붓으로 그리듯 감정을 미세하게 그려내는 작업은 이병헌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병헌은 이에 대해 “바둑을 두면서 느꼈을 긴장과 환희 혹은 절망감 등 속에서는 엄청난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지만 모든 것은 정적인 가운데 표현을 해야 했다”면서 “미세한 감정표현이나 떨림 같은 것들이 저는 굉장히 중요한 표인트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미세한 감정을 캐치해 내려면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틈새 홍보도 잊지 않은 이병헌이다.

‘연기의 신’으로 불리는 이병헌이지만 늘 자신만만한 것은 아니다. 그에게 유달리 걱정을 안겨준 장면이 있다. 바로 조훈현이 이창호에게 결승전에서 패배하고 홀로 대국장을 떠나 담뱃갑을 꾸기는 일련의 장면들은 이병헌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줬다. 이에 대해 이병헌은 “대국 후반부에서 더 이상 방법이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담뱃갑 꾸기는 장면까지가 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했다”면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다. 다른 장면보다 그 신에 테이크를 많이 갔다. 감독님에게 다시 찍을 수 있냐고 물어볼 만큼 계속 욕심이 나는 장면이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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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작품마다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며 ‘연기 신’이라는 호평을 받는 이병헌이지만, 그에게도 연기는 늘 어렵다. 정답이 없는 연기이기 때문에 훈련하는 방법도 잘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병헌은 “연기를 전공하지 않아서 교수들이 어떻게 가르치는지 저는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까 후배에게 그런 질문이 들어오면 명확하게 대답을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병헌은 “연기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저도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그 방법을 안다면 저도 그것만 열심히 할 것 같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병헌은 “연기 잘하는 보석 같은 후배들과 동료들은 순위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어떤 작품을 보면서 ‘저런 연기를 내가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많아졌다. 작품을 함께 할 때 처음 만나는 경우가 많더라. 그때마다 저는 경쟁심을 느끼지는 않고 좋은 영화 나올 것 같다는 들뜨는 감정으로 매일 촬영했던 것 같다. 롤모델이라고 할게 따로 없이 배울 점이 고루 있다. 누가 연기를 더 잘한다고 말할 수 없는 시기가 왔다”라고 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바이포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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