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영화 '도가니' 탄생 비화 "공유가 제안" [TV온에어]
2025. 02.14(금) 07:00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꼬꼬무’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조명했다.

13일 밤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영화 ‘도가니’의 모티브가 된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력 사건을 다뤘다.

지난 2005년 6월 광주 인화학교에 재학 중이던 김선화(가명)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행정실장, 보육교사 등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 측은 이를 극구 부인했다. 행정실장이 교장의 동생이었던 것. 더불어 교장은 재단 이사장의 장남이었다. 이사장은 재단 내 모든 시설 요직에 친인척을 배치했다. 전형적인 족벌 운영이었다. 서로가 친인척 관계였기 때문에 학교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은폐하기 쉬운 구조였다.

피해자는 선화 뿐만이 아니었다. 결손 가정이었던 재학생 중 상당수가 이미 피해를 입은 상황이었다. 홍은아 당시 학부모 운영위원은 “사건을 고발하면 경찰에서 다 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고 했다. 사람들은 수사가 늦어지는 이유로 카르텔을 추측했다. 인화학교가 속한 우석 법인은 당시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기관이었고, 충분히 어떤 식으로든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생활재활교사 A는 남녀 가리지 않고 추행을 일삼았다. 형제 두 학생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만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생활재활교사 B는 상습적으로 여학생을 추행했고, 조사관에게 “다른 교사가 여학생한테 뽀뽀하는 걸 보고 저도 해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B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았다.

교장의 동생이자 이사장의 둘째 아들 행정실장은 총 다섯 건의 범행으로 고소를 당했다. 성범죄 친고죄, 항거불능 조항까지 당시 성범죄 판결마다 논란이 많았던 조항 덕에 행정실장은 법망을 피해갈 수 있었다. 이에 행정실장은 총 5건 중 2건만 인정돼 각각 징역 8개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다음은 교장이었다. 선화의 이야기가 처음 알려졌을 때 적극 부인했던 교장이다. 교장 역시 가해자였다. 친구들을 기다리던 여학생을 교장실로 데려가 성폭행을 했고, 이를 목격한 목격자의 진술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최종 판결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사실상 형을 살지 않은 것이다. 교장은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 가족을 만나 회유하고 협박을 했고, 학교 공금으로 합의금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게 인화학교 사건은 잊혀져 가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이 대책위에 찾아오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았다. 공지영 작가였다. 공지영 작가는 “기사의 마지막 구절이 집행유예로 범인들이 풀려나는 순간 법정 안은 청각장애인들이 지르는 알 수 없는 비명으로 가득했다는 기사였다. 저는 청각장애인을 본 적이 없는데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바로 다음날 광주로 갔다”고 했다.

공지영 작가는 대책위의 도움을 받아 피해 학생들을 만났고, 피해 사실을 듣는 내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공지영 작가는 취재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위해 작가로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그렇게 완성된 소설이 ‘도가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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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소설책을 쥐고 “이거 영화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그 누군가는 당시 군대에서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은 서른한 살의 배우 공유였다. 영화 ‘도가니’가 만들어진 결정적인 계기가 공유였다. 공유는 개봉 당시 인터뷰에서 “제안이라는 말도 맞지만 저는 여쭤봤다. 무언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였었다. 일차적으로는 약간 흥분했었다. 배우가 아닌 이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으로서. 저는 배우니까 이것을 스크린으로 옮겨서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하는 생각을 이차적으로 했다”고 밝혔다.

배우의 결심을 실현시킨 것은 제작사였다. 당시 제작사 대표는 “원작 소설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많은 분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배우로서는 모험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헌신의 마음이 없다면 선택하기가 어려울 텐데 공유라는 얼굴이 포스터나 예고편에 등장하면 안심하고 봐도 될 거라고 그 비주얼이 말해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황동혁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 바로 ‘도가니’였다. 황동혁 감독은 처음 연출 제의를 받았을 때 한 달 동안 고민하다가 수락했다. 황동혁 감독은 당시 인터뷰를 통해 “이 이야기를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목적과 선과 악이 분명했던 사건이 어떻게 가벼운 형벌로 풀려나게 됐는지 보여주면서 기득권 사회와 아직 가지지 못한 자와 가진 자 사이 높은 벽이 존재하는 현실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후 다시 재판대에 선 가해자인 행정실장은 징역 12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여기에 더해 10년 간 정보공개와 위치추적 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최종적으로 8년 형이 선고됐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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