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부지들의 불장난”…뉴진스 기행에 엔터계는 시름 [이슈&톡]
2025. 02.11(화)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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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그룹 뉴진스 멤버 5인의 ‘기행’이 계속되며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뉴진스(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는 지난해 11월부터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전례 없는 일들을 벌여 왔다.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사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일방 통보한 것을 시작으로 새 활동명을 공모해 발표하고, 자체적으로 잡은 행사 일정에서, 신곡 발표를 예고하는 등 말 그대로 일방 통행을 계속하고 있다. 소통 창구는 소속사를 대신해 자체적으로 개설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활용하고 있다.

멤버들과의 전속계약 기간이 표준 전속계약서에 적힌 대로 오는 2029년 7월까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어도어는 뉴진스에 대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전속계약유효확인의소를 제기하고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어도어는 법적 판단이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 뉴진스의 독자 행보가 “중대한 계약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우려의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반도 어도어와 유사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부 관련 협회들은 뉴진스 멤버들의 한국 엔터 산업의 근간이 되는 표준 계약서를 전면 부정하고 자신들의 주장만을 앞세우는 행위를 ‘생떼’로 규정하며 불편을 드러낸 상태다.

‘동료’로 볼 수 있는 타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 역시 뉴진스 멤버들의 이와 같은 행동이 데뷔를 앞둔 연습생 또는 현직 아이돌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유사한 방법으로 계약 관계를 흔드는 시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엔터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새 이름에 신곡까지, 말 그대로 ‘무리수’

뉴진스는 지난해 11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으로 어도어에 계약 해지를 통보하며 “계약 해지로 다른 분들게 피해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그러고 싶지 않다”라며 “기계약된 스케줄과 광고는 (어도어와)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따라 뉴진스 멤버들은 지난달 5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진행된 시상식까지를 어도어 스태프들의 지원 아래 소화했다.

물론 그 사이에도 자체 스케줄을 잡아 어도어 스태프 없이 소화하는 일이 있었다. 지난해 12월 2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어도어와 협의 없이 출연했다.

어도어의 전 현직 구성원을 매개로 일부 명품 브랜드들과 직접 접촉, 광고 계약(2자 계약)을 추진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뉴진스 멤버들과의 법적 대응을 꺼려했던 어도어는 이와 같은 시도를 포착, 업계의 혼란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단 이유로 ‘전속계약유효확인의소’와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을 제기한 상태다.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은 오는 3월 7일 첫 심문기일을 앞두고 있고, 전속계약유효확인의소는 오는 4월 중 시작될 전망으로 아직 법적 판단이 내려진 것이 없는 상태다.

어도어는 뉴진스 멤버들의 행동을 일단 지켜본다는 분위기다. SNS를 통한 자체 소통과 스케줄에 “우려”의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제동을 걸지는 않고 있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며 뉴진스의 활동 복귀를 준비하겠단 방침이다.

반면 뉴진스 멤버들은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체 SNS 계정을 개설하더니, 새 활동명을 공모해 발표했다. 그룹 엔제이지(NJZ)로 활동하겠다며, 이 이름으로 오는 3월 21일부터 23일까지 홍콩에서 열리는 글로벌 페스티벌 무대에 오른다고 했다. 심지어 이 무대에서 엔제이지라는 이름으로 신곡 발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곧 새 에이전시(소속사)와의 계약을 암시하기도 했다.

◆ 결국 ‘돈’ 때문일까

업계는 ‘돈의 논리’에서 뉴진스 멤버들의 이와 같은 행동을 해석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 전에 이와 같은 무리수를 두고 있는 이유가 결국은 ‘위약금’ 해결을 위한 전략이란 해석이다.

뉴진스 멤버들과 어도어 간 갈등의 결말은 3가지로 예상되고 있다. 우선은 극적 합의다. 양측이 합의를 통해 최상의 결론을 도출하는 것으로 뉴진스가 어도어로 다시 돌아가 활동을 재개하거나, 어도어가 뉴진스를 조건 없이 풀어줘 독립하는 결말인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상장사인 하이브의 자회사로서 주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어도어가 막대한 손해를 좌시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일 뿐 아니라, 뉴진스 멤버들 역시 지난달 공식 입장을 내고 어도어로 돌아가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다음은 뉴진스의 승소 결말이다. 위약금 없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지만 소송이 장기화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업계의 주요한 시각이다. 이 기간 동안 국내외 활동이 자유롭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 뉴진스 입장에선 활동 중단 리스크를 감내해야 하는 결말이 될 수 있다.

뉴진스의 패소 결말도 있다. 이 경우 ‘거액의 위약금’이 뉴진스의 몫이 된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법조계는 뉴진스의 공개된 매출을 토대로 위약금을 추정, 수천억대를 예상하고 있는데 뉴진스 멤버들이 엔제이지라는 이름으로라도 수익을 내려는 이유가 이 위약금 때문일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 엔터 관계자들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같은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일본 대중음악 칼럼니스트이자 사업가 토쿠리키 모토히코(덕력 기히코)는 11일 야우 재팬과에 위 세 가지 분석안을 제시하며 “멤버들이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이기 때문에 엔제이지로 활동을 지속”하며 위약금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려 할 것이라고 봤다.

◆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한숨

뉴진스와 어도어의 갈등이 장기화되고, 뉴진스 멤버들의 일방 통행이 계속될수록 업계의 한숨도 짙어지고 있다. 현직 아이돌들뿐 아니라 데뷔를 앞둔 연습생들까지 다툼의 결말에 촉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뉴진스의 이와 같은 행동이 받아들여질 경우 표준 전속계약서가 무의미해질 것이란 우려가 가장 크다. 가수가 원할 때 통보만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구조는 기획사 입장에선 ‘도산 시나리오’ 밖에 될 수 없다는 날선 비판이 업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 중소 연예 기획사 임원은 뉴진스 멤버들의 현 상황을 “철부지들의 불장난”이라고 표현하며 “업계에 미칠 파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이기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어도어 역시 시정해야 할 사항이 있겠지만, 뉴진스 멤버들이 대화 없이 독단적인 행동을 계속하고 이런 행동이 받아들여진다면 “아이돌 제작에 선뜻 투자할 제작자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예 관련 주요 단체인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매연)과 한국연예제작자협회(연제협),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 등도 일찍부터 뉴진스 멤버들의 이와 같은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한매연과 연제협 등은 “구체적 증거 없이 계약 해지를 주장하는 행위가 법적 기준과 산업적 관행을 모두 무시한, 생떼같은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철회하고 정상적 활동을 이어갈 것을 경고했다. 음콘협은 뉴진스의 국내 차트 제외 검토를 시사하기도 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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