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K팝 버블 붕괴 위기올까 [TD신년취재기획]
2025. 01.21(화)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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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김한길 기자] 코로나 엔데믹(2023년 5월) 이후, 훈풍이 불 것만 같았던 K팝 시장이 얼어붙었다. 음반 판매량이 줄고, 옴니버스 공연 시장이 위축되며 ‘K팝 버블’ 붕괴 우려까지 제기된 상태다.

하지만 음반, 공연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붕괴 보단 ‘정상 궤도’를 찾아가는 중이란 시각을 주로 내비쳤다. K팝뿐 아니라 사회 전반이 경기 악화로 고전 중임을 짚으며 ‘버티기’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 뚝 떨어진 음반 판매량, 위기일까?

한터 차트 등을 기준으로 지난해 K팝 음반 총 누적 판매량은 약 8777만 장으로 집계됐다. 이는 약 1억359만 장을 팔았던 지난 2023년 대비 15% 정도 감소한 수치다.

소위 말하는 ‘슈퍼 스타’들의 감소 폭이 컸다. 2023년 최다 음반 판매량(약 1094만3112장)을 기록한 세븐틴은 지난해 646만7774장의 판매량을 기록, 40% 가량 감소한 수치를 보였고, 그룹 스트레이 키즈와 엔시티 드림,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제로베이스원 등 밀리언셀러들의 음반 판매량도 모두 지난해 2023년 대비 3~40% 가까이 떨어진 수치를 보였다.

‘부익부 빈익빈’ 양상도 지속됐다. 소위 말하는 K팝 4대 기획사(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의 2024년 누적 음반 판매량은 약 5474만 장으로 전체 음반 판매량의 약 62%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밀리언셀러들을 보유한 큐브엔터테인먼트,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웨이크원, KQ엔터테인먼트 등이 더해지면 80%에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두드러진 음반 판매량 감소와 양극화 현상을 놓고 일부에선 K팝 버블 붕괴 시그널이란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2025년 K팝 시장을 그리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았다.

한터글로벌 김혜경 이사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와 비교해 음반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맞지만 이는 시장 발전에 부정적인 시그널이라기 보다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가 일종의 특수였던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라며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특별한 상황에서 영상 팬미팅 등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서 일시적으로 음반 판매량이 증가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정상 궤도를 찾아가는 중”이라고 봤다.

더불어 “음반 판매량이 줄었다고 하더라도 전 세계 음반 시장을 통틀어 K팝만큼 많은 음반 판매량 수치를 보여주는 시장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K팝 시장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너 변화를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늘려야 할 때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K팝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 산업이고,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중 유일하게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선도하는 콘텐츠 분야다. 변화를 한답시고 엉뚱한 방향으로 길을 잘못 잡으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드러냈다. 김 이사는 “양극화가 심해질수록 중소 기획사들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단 점”에는 동의한다면서 “신(Scene)의 다양성과 지속적인 발전을 뒤해 대형 기획사와 민·관 차원에서의 관심과 투자가 지금보다 더 이뤄지는 것이 옳은 해결책”이라고 제시했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최광호 사무총장은 음반 판매량이 줄고, K팝 활동이 위축된 것엔 동의하면서도 올해는 다양한 긍정 요소가 있어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최 사무총장은 “지난해 앨범 판매량이 그 전해에 비해 떨어졌다는 것은 팩트다. 해외 수출량 역시 감소됐다”라면서 “아무래도 지난해에 가요계에 부정적 이슈가 많았다. 뉴진스 사태, 피프티 피프티 사건 등 빅스타들의 빅히트 이후 갈등들이 대중에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인과관계는 생각해야겠지만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라고 짚었다.

이어 “그러다 보니 활동이 위축됐다. 앨범 판매, 마케팅과 관련해 언론과 팬들의 지적이 시장을 많이 위축시키는 요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양극화 현상을 크게 우려하지는 않았다. 최 사무총장은 “부익부 빈익빈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빅스타가 시장을 견인해야 시장이 성장한다는 것은 다 아는 내용이다. 아무래도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가 올해는 완전체 활동을 앞두고 있다. 이렇게 된다면 시장을 견인하는 메이저 가수 덕 그 아래 있는 가수들의 판매량이 올라가는 현상이 벌어지는 그런 긍정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양극화를 우려하기 보단 상생이 필요할 것이란 생각이다. 흥행 사업은 골고루 성장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소위 말하는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으로 대변되는 신인 여자 걸그룹들이 한 3년 전부터 두드러졌다. 그걸 보고 중소 기획사들이 대거 걸그룹을 제작했다. 지난해에도 이 양상이 두드려졌지만, 시장을 견인하는 메이저 그룹은 르세라핌 등을 빼곤 다 하향세를 보였다. 20개 이상의 걸그룹이 론칭됐다는데 괄목할만한 가수가 없다는 게 시장 이야기였다. 시장이라는 게 블랙핑크, 방탄소년단 등 걸출한 스타들이 견인했을 때 반사 이익이라는 게 발생한다. 시장 자체가 경쟁하는 구도라지만 서로 협업하지 않으면 시장에 공통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미치니 이런 부분에서 상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최 사무총장)

◆ 공연 시장, 경기 악화에 직격타 “버텨야 산다”

음반 판매량뿐 아니라 공연 시장에 부는 찬바람도 ‘K팝 버블’이 깨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단 우려가 나왔다. 지난해 기획된 다수의 K팝 옴니버스 공연이 저조한 티켓 판매량을 이유로 무산된 점이 이를 뒷받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 기획사 관계자는 “아티스트 건강상의 이유나 사회 상황을 고려해 취소된 콘서트가 다수였는데, 이 중 일부는 티켓 판매가 손익 분기점을 넘기지 못해 제작사가 결단을 내린 케이스”였다면서 “빅스타들의 단독 공연을 제외하고는 시장이 전체적으로 어려워진 게 맞다”라고 짚었다.

공연 업계 역시 시장의 어려움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를 K팝의 하향세와 연결짓기 보다는 경기 악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장으로 봤다. 일부 공연들이 남아도는 티켓 탓 고전 중이라지만 여전히 대형 아이돌, 트로트 가수의 단독 공연이나 일부 내한 공연의 티켓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했다.

고기호 인넥스트트렌드 총괄이사 겸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부회장은 “아무래도 공연 시장은 경기에 탄력적인 산업이다. 경기가 어려우면 당연히 티켓 매출이 떨어지긴 한다”라고 했다.

고 부회장은 “팬덤 공연 같은 경우는 비탄력적이다. 충성도가 높은 공연들은 경기에 그렇게 많은 영향을 받지 않는데, 대중성 있는 공연들이 조금 힘든 시장이었고 앞으로도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바이다. 예전에는 이것저것 다 가리지 않고 했는데 이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했다.

옴니버스 공연 시장이 위축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해석하며 “(구매가 위축되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나오는 공연일지라도 단독 공연을 선호하게 됐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 외 두, 세 가수가 나와서 시간을 나눈다면 선택에서 조금 멀어지는 형태가 되는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그렇다고 ‘버블 붕괴’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는 조심스러움을 드러냈다. “경기를 타는 것”정도로 보며 “요즘 대부분 단독 공연, 대형 기획사의 공연은 직접 진행되지만 옴니버스는 공연 기획사에서 이벤트 형태로 진행할 때가 많다. 행사 형태로 진행을 하다 보니까 K팝 버블과는 조금 다른 성격을 보이는 것 같다. 그걸(옴니버스 공연 시장 위축)로 잣대를 두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중소 공연 기획사가 위기를 겪고 있음에는 동의했다. 경기가 어려운 속에서도 어떻게든 공연을 만들어 보려고 하지만, 잘 안 팔리고 하다가 무산되기도 하니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봤다. 고 부회장은 “팬덤을 이용한 관광 상품 같은 것을 개발하려고 해도 어차피 남는 공연은 필요할 때 티켓팅을 하면 되니 여행 상품으로도 못 만들어지는 분위기”라며 “K팝의 붕괴라기 보다는 경기가 되게 힘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시장 변화를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고 부회장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과한 제작을 하지 않는 것” 정도를 제작자들이 노력해야할 점으로 짚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지만 경기 회복세에 부정적 전망이 따르고 있는 만큼 이 역시도 당분간은 어려운 것으로 봤다.

고 부회장은 “시장 자체가 변하기 보단 경기 극복이 우선이 돼야 할 것 같다. (정부 등의) 지원이 필요한데 지금 나라에도 돈이 없지 않나. 나라에서 청년들에게 바우처를 주고 하는 게 공연, 대중음악에는 없었다. 순수예술에는 있었는데. 그것도 예산이 남아서 남은 예산만큼은 1~2월 중 공연에서 써도 된다는 데 홍보가 안 돼서 그 바우처를 대중음악에서도 못 쓰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에서 타개할 방법을 찾기보다는 경기 회복을 기다리며 버텨야 할 때라고 했다.

롤링홀의 김천성 대표 역시 사회 상황이 현 공연 시장의 위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봤다. 김 대표는 “K팝의 위기는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째는 경제적 측면에서 계속되는 경기 불황 및 소비 심리의 감소에 있다. 전체적인 산업들의 대외적인 수출 감소에 따른 영향과 정치적인 불안 요소 등이 전반적인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문화 산업은 정치, 경제의 불안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크다. 둘째는 문화적 측면에서 한국 문화는 1.0 한류에서 시작해 현재 4.0 한류까지 온 시점이다. 산업 자체의 볼륨도 커지고 해외 진출을 통해 월드 와이드 스타도 많아졌고 팬덤 문화의 강고함까지 지난 몇 년 동안 K팝의 호황이 이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홍콩 영화의 시대가 한순간에 저물 듯 K팝도 향후 대안에 대해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타개를 위한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며, 첫 번째로는 지자체의 지원대책이 시급하다는 점을 꼽았다. 김 대표는 K팝 붕괴 위기의 돌파구를 문화의 다양성에서 찾아야 한다고 보고, 이를 위해 “공연장, 레이블, 정부가 유기적 활동에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봤다.

김 대표는 더불어 신규 팬덤 확보를 위한 중, 소 공연장 활용과 인디신과 메이저 가수들의 상호작용 등을 버티기를 위한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는 “강고한 팬덤 문화의 이면에는 확장성의 한계가 존재한다. 즉 신규 팬의 유입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대형 콘서트 장소만이 아니라 신규 팬들에게 접근성이 좋고 문턱을 낮춘 중, 소 공연장을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 할 때”라고 했다.

또 “인디신에서 메이저로, 메이저에서 인디신으로 상호 작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요즘 인디신 전체로 볼 때 신규 팬들의 유입이 크다고 볼 수 있다. K팝 스타들의 팬들의 수와는 물리적으로 비교 불가지만 다양하고 독특한 뮤지션들이 신규 팬들을 늘리고 있고 시장 자체 볼륨을 높이고 있고 스타디움 공연장을 꽉 채우는 등의 활약을 하고 있다. 이 또한 해결책의 한 부분이라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사진=티브이데일리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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