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요로운 여름방학 [연예다트] |
| 2020. 08.01(토) 14: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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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 정유미 최우식 나이 온앤오프 |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인간을 심플하고 밝고 맑고 쉽게 좋아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자주 환멸이 난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이고 싶은데, 표정과 마음이 발각되지 않으며 불특정 다수를 편히 좋아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헛된 기대 탓이다. 이런 내가 나를 하릴없이 멱살 잡고 살며, 세상 곳곳 물성으로서의 사람과 자연을 구경한다.
tvN 예능프로그램 ‘여름방학’ 방영과 함께 배우 정유미는 촬영지 강원도 고성에 실제 삶의 둥지를 틀고 있다. 건강한 현지 식재료를 다듬고 명상 싱잉볼을 두드리며 잠자리에 들기 전엔 일기를 써보기도 한다. 울창한 여름 나무들, 예쁜 동네 강아지와 스킨십을 나누는 하루 일과, 자두에 리코타 치즈와 발사믹 소스를 얹어먹는 소식(小食). 비단 카메라와 간접 광고(PPL)의 합작품이 아니더라도 ‘여름방학’은 이미 풍요로운 기반을 갖춘 ‘영앤프리티앤리치’(젊고 잘 생기고 돈 많은 사람)의 여력을 전제한다. 영화 ‘기생충’ 히어로 최우식, 충무로 레드오션을 뚫은 정유미의 작품 회당 몸값은 최소 수 천 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을 호가한다. 같은 맥락에서 tvN 관찰 예능프로그램 ‘온앤오프’는 톱 발라드 가수 성시경의 호화로운 취미 요리 스케일, 가평에 별도의 터전을 두고 수상 레저를 즐기는 배우 최여진의 몸매 관리법을 스케치했다. 젊은 감각으로 호평 받는 tvN은 예상보다 팬시(fancy)하게 사람들의 남루한 삶을 가린다. 지상파 MBC ‘나 혼자 산다’가 기안84의 상의 탈의 음주 습관마저 요란하게 클로즈업하는 한편으로 tvN이 이처럼 순백의 편집법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청률과 광고를 차치하고라도 나는 방송사들의 가공할 만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에 관련해 오늘날 부자의 정체성을 가늠해보곤 한다. 실상 2020년의 부자는 자식들에게 돈을 넘어선 인생의 유리한 자질들까지 상속하고 있다. 그들이 후대에 물려주는 것은 자산을 지키고 불리는 경제관념과 심적 여유, 주변 상류층 인맥으로 업데이트되는 정보 인프라, 무엇보다 자식들이 학업·진로·결혼 등에서 자기 선택을 책임지며 그 성실성이 안정으로 연계되도록 이끄는 유도 지침에 있다. 요컨대 부자의 아들과 손자가 미래에도 풍족하게 살게 되는 일은, 정신의 유산이 물질의 유산을 증축하는 고도화된 현대사회 필연과 맞물려 있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COVID-19) 속에서 강대국 미국이 흔들리고 거대 자본가들의 시련도 녹록치 않다. 현재로서 95%의 세계인들이 상위 부자들과 동등한 삶을 누리고 전진할 방법이 있긴 할까.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다. 난세의 회복력조차 곳간에서 나올 것이며 마지막까지 상하 계급도 뒤집히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정신의 유산 차원에서 반등을 노려볼 수는 있는가. 가령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은 수 십 년 째 하루 500페이지 이상의 자료를 훑어 두뇌를 고급 정보에 끊임없이 노출시키고 있다. 온택트 시대 대량으로 쏟아지는 정보를 선별할 수 있다면, 어느 날 양질의 정보를 자연스레 흡수할 수 있다면 삶은 한 단계쯤은 고양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저도 모르게 훈련된 뇌를 통해 자신만의 취향, 감각, 라이프스타일을 효율적으로 재편한다면, 비단 자본력을 차치하고라도 사람들의 일상은 매 순간 초라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를테면 ‘여름방학’ 뙤약볕 화면 속 스페인 음료 샹그리아만 해도, 비행기가 없었더라면 네트워크 시대가 아니었더라면 누군들 달콤한 맛을 상상조차 할 수 있었을까. 그리하여 모두에게 공평한 녹음의 계절, 쉽사리 연연하지도 일희일비하지도 않으며 세상에 품을 수 있는 선의를 가늠해보기로 한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tv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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