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종도 봄동비빔밥을 좋아했을까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
| 2026. 04.17(금) 11: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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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이제 단순히 천만 영화가 아니다. 개봉 67일째에 영화 ‘극한직업’의 성취를 넘어서며 역대 관객 수 2위에 올랐으니까. 즉, 지금껏 상영된 상업영화 중에서 한국 대중이 두 번째로 많이 본 작품이 된 것이다. ‘왕과 사는 남자’가 이렇게 거대한 관객을 불러들인 비결은 영화 자체로 충분히 설명되나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인다면 장항준 감독의 존재일 터. 대중은 특유의 구김 없고 솔직한 면모를 지닌 장항준 감독을 아끼는 경향이 있고 이게 ‘왕과 사는 남자’의 여러 특출난 요소와 맞물리며 유감없이 발휘되었다고 할까. 일명 ‘대국민 말티즈 눈물 닦아주기 프로젝트’, 여기서 말티즈는 장항준 감독의 애칭이다. 사실 이 맥락에서 ‘왕과 사는 남자’의 성과가 보여주는, 어떤 흥미로운 양상이 있는데 대중문화 전반을 이끄는 힘, 유행이 오늘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다. 어느 순간부터 ‘왕과 사는 남자’의 관객 수는 영화의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웃돌며 대중에게 있어 마치 하나의 퀘스트처럼 작용하고 있는 까닭이다. 천만이 되기 전에는 천만 퀘스트, 천만이 넘고 나서는 역대 흥행 영화 순위 올리기 퀘스트가 되어, 너도나도 즐거이 참여하여 기록을 깨보자는, 미션을 완수하자는 유희적인 느낌이 짙게 배어 있는 것이다.
즉, 앞서 언급한 ‘대국민 말티즈 눈물 닦아주기 프로젝트’가 대중에게, 마치 ‘두쫀쿠’나 ‘봄동비빔밥‘ 등과 같이 하나의 유행으로 선택된 현상이라 할 수 있겠다. 이것은 예전의 유행이 보인 모양새와 분명한 차이를 갖는다. 예를 들어 아이팟이 유행이라고 하면 대중은 그저 사면 되었고, 영화 ‘타이타닉’이 유행이라면 그저 보는 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오늘의 대중은 만들어진 유행을 소비하고 소유하는 수용자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 유행을 소비하고 소유할 뿐 아니라 확산시키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유행을 완성시키고 있다고 보는 게 옳겠다. 이는 플랫폼이 활성화되며 생긴 변화로, 어떤 완료된 결과로서의 유행을 전달하기보다 지속적으로 파생될 가능성이 있는, 유행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끝없이 재생하는 플랫폼 특유의 작동 방식이 개입한 결과다. 좋은 영화를 보았다가 아닌, 보고 어떤 부분이 좋았고 얼마나 울었음을 공유하는 동시에 관련 콘텐츠 등을, 그러니까 장항준 감독의 미담 등과 같은 것을 새로이 생산하게끔 만들어 사람들에게 너도나도 참여해야 할 하나의 프로젝트로 인식시킨다. 유행이 유행으로서 확산되는 데 자발적으로 동참하게 이끄는 것이다. 이제 유행을 만드는 게 유행인 시대다. 물론 그 중심에는 그럴 만한, 대중이 대체로 공감할 만한 콘텐츠가 존재해야 하고. ‘왕과 사는 남자’는 여러모로 아주 마땅하고 적합했다. 단종이란 역사적 소재와 누구나 마음이 동할 수밖에 없는 사사의 구조, 감독과 배우들의 매력 등, 유행으로서 선택될 만한 조건을 충분히 갖췄으니까. 오늘의 ‘왕과 사는 남자’ 유행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쇼박스SNS,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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