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식당', 힐링하기엔 너무 단순한 [씨네뷰]
2018. 11.22(목) 13:00
하나식당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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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영화 '하나식당'은 오키나와의 고즈넉한 풍경과 정갈한 음식 등 '힐링 영화'의 조건을 고루 갖춘 작품이다. 무자극이 주는 여유만큼을 확실하지만, 단순한 전개가 깊이감을 약화시켜 아쉬움을 남겼다.

'하나식당'(감독 김낙희·제작 에이케이엔터테인먼트)은 따뜻한 식당 주인 하나(최정원)와 행복을 찾는 20대 청춘 아르바이트생 세희(나혜미)가 오키나와의 특별한 곳 하나식당에서 만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들을 채워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영화는 자살을 위해 오키나와를 찾은 세희의 절망적인 상황으로 시작한다. 연이은 취업 실패로 좌절한 세희가 절벽 위에서 자살을 고민하는 강렬한 오프닝 시퀀스가 충격을 자아낸다.

하지만 '하나식당'은 심각한 분위기를 오래 끌고 가지 않는다. 이내 배가 고파 자살마저 포기한 세희가 우연히 하나식당을 찾아가는 과정이 유쾌하게 그려지는 것이다. 하나 역시 넉넉한 마음으로 세희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내주고, 그것도 모자라 식당 아르바이트를 제안하며 독특한 인연을 시작한다.

영화는 이후 하나와 세희의 일상을 느리게 포착하며 편안함을 선사한다. 손님이 재료를 고르면 요리를 시작하는 하나식당의 정갈한 음식은 물론, 오키나와의 고즈넉한 풍경이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차를 마시고,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고, 농사를 짓는 하나와 세희의 평범하지만 느린 일상이 이번 영화를 끌고가는 동력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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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과 요리를 소재로 한 영화 '리틀 포레스트'나 일본의 작은 식당을 배경으로 한 '카모메 식당' 등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영화들이 여럿 있다는 것은 '하나식당'이 가진 약점이다.

하나가 소수의 손님만을 위해 정성껏 내놓는 정갈한 요리는 영화 초반이 지나면 잘 부각되지 않고, 시골 마을의 고즈넉한 분위기 역시 오래 흥미를 잡아 두지는 못한다. 식당을 지나치는 손님들의 면면도 다소 개성이 부족해 지나치게 정적인 느낌을 준다.

자살까지 결심한 세희가 겪은 취업난 역시 청춘들의 어려운 현실을 빌려왔을 뿐, 그의 고민이 제대로 다뤄지지 않아 영화의 깊이감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하나가 한국에서의 경쟁을 뒤로하고 오키나와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게 된 계기 역시 불치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나름의 반전을 선사하지만, 이 역시 진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영화의 메시지를 설명적인 대사로만 전달하려고 해 지루함을 야기한다는 것이다. 조금 느려도 괜찮다는, 스스로가 행복해져야 한다는 영화의 확고한 메시지는 치열했던 삶을 경험한 하나를 통해 세희에게 반복적으로 전달된다. 직접적이고 단순한 이 방식은 자칫 메시지를 강요한다는 느낌을 안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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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어떠한 극적인 갈등도 없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하나식당'의 뚝심만은 오롯이 남는다. 시골 마을의 정적인 풍경을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활용한 정성 가득한 촬영 역시 여운을 배가시키는 요소가 된다. 오키나와 올 로케이션 촬영은 물론, 전통 가옥을 개조한 제작진의 열정 또한 영화에 묻어난다.

세희를 톡톡 튀는 연기력으로 소화한 나혜미와 하나의 따뜻한 마음과 반전을 편안한 톤으로 연기한 최정원의 '케미' 역시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진다. 다소 평이한 캐릭터에 매력을 불어넣은 두 배우의 활약이 돋보인다. 이렇듯 뚜렷한 장점과 단점을 안고 있지만, 목표만큼은 확고한 '하나식당'이다.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하나식당'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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