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 아홉살 생명 뺏어간 오렌지족, 최종 형량 1년 6개월 받은 이유[종합]
2022. 10.13(목) 23:26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꼬꼬무'에서 1993년 아홉 살 아이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충격적인 뺑소니 사고를 조명했다.

13일 밤 방송된 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서는 '서울 그랜저 97XX- 7대의 타이어 자국'이라는 주제로 그날 이야기가 공개됐다.

1993년 1월 23일 설날, 반포 친척 집에 놀러 간 아홉 살 찬이는 세뱃돈을 받고 기뻐하고 있었다. 세뱃돈을 받은 것도 좋았지만 이 돈으로 전부터 먹어보고 싶었던 햄버거 가게에 꼭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기회는 오늘뿐. 엄마를 졸라서 허락을 얻어낸 아이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외투도 입지 않고 집을 나섰다.

찬이가 햄버거 가게에 간 지 1시간 후, 찬이 아빠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집으로 돌아오다 찬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연락이었다. 급히 병원으로 향한 부모님은 숨이 멈춘 아들을 마주해야만 했다. 길 건너 햄버거 가게에 갔던 찬이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찬이의 사망 원인은 장기 파열이었다. 사고를 목격한 찬이 형은 사고 당시에 대해 "1월 23일 설날 저녁 7시 20분 쯤 햄버거를 사먹고 횡단보도에서 내동생이 신호등의 불이 파란불이 된 순간 뛰어갔는데 차가 내 동생을 치고 거들떠보지 않고 갔다"라고 적었다.

보통 사고가 나면 흔적이 남기 쉽지만, 이 현장은 너무 깨끗했다. 당시 CCTV와 블랙박스도 없던 상황이었다. 찬이 형은 너무 큰 충격에 사고 당시를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때 5명의 목격자가 나타났다. 목격자에 따르면 파란불로 신호가 바뀐 순간, 찬이가 달려나갔고 이를 발견하지 못한 차가 그대로 들이받았다. 차 앞바퀴 쪽에 찬이가 쓰러져 있었고, 이를 목격한 대학생 2명은 "앞에 아이가 있다"고 외쳤다. 멈춰 있던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앞바퀴에 찬이가 끌려갔다. 그러다가 차가 찬이를 넘어갔고, 그대로 차는 도주했다. 이를 지켜보고 잇던 택시가 뺑소니 차를 쫓아갔다. 하지만 끝내 뺑소니 차량을 놓치고 말았다.

목격자들은 차가 도망가는 순간 번호판을 유심히 지켜봤지만, 번호판을 비추던 후미등이 꺼져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했다. 뺑소니범이 일부러 후미등을 껐기 때문이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뺑소니 차종은 그랜저, 색은 쥐색이었다. 차량번호는 '서울 9716'이었다. 그 결과 용의 차량은 총 7대로 추려졌다.

첫번째 '서울 1 두 9716' 차량의 소유주는 양주에 사는 40대 남성이었다. 해당 남성은 사고나기 5일 전 치질 수술을 위해 입원한 상태였다. '서울 1 즈 9716' 성북구에 거주하는 50대 보험회사 직원이었다. 사고 당일 딸이 방문해 집에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4 추 9716'의 소유자는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40대 사업가였다. 그러나 해당 인물은 면허가 없었다. 그러나 차는 타고 다닌다고 했다. 운전기사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3 즈 9716' '서울 2 무 9716' 등 2대의 소유주들은 알리바이가 확실했다. 외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3 호 9716'은 설날 아침 동대문 큰집에 방문해 자정이 다 돼서야 집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확인 결과 알리바이가 확인됐다.

문제는 마지막 그랜저 '서울 1수 9716'이었다. 압구정동에 사는 37 K씨였다. 앞선 6대의 용의 차량 소유주들은 경찰 조사를 받았지만, K씨만 받지 않앗다. K씨의 직장은 흑석동으로 주거지에서 직장으로 향하는 길에 사고 지점을 지나야 했다. 수소문 끝에 찾아낸 K씨는 스키장에 있었다. K씨는 "지금 당장 못 간다"면서 조사를 미뤘고, 사고가 난 지 5일 만에 경찰과 만났다. K씨는 자신은 사고와 상관이 없다며 화를 냈다. 이에 경찰은 K씨를 상대로 거짓말 탐지기를 이용했다. 거짓말 탐지기 결과 K씨는 "사고 현장을 지났냐" "횡단보도에서 사람을 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이 없다고 했지만, 거짓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거짓말 탐지기의 경우 법적 효력이 없었고, K씨는 집으로 돌아갔다.

K씨에게도 증거를 못 찾아내면서 사건은 장기화됐다. 사건 발생 4개월 후 서초경찰서 강력계 탁신천 형사를 만나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탁신천 형사는 '서울 1수 9716' 차주를 주목했다. 해당 차주가 거짓말 탐자기에 거짓 반응을 일으킨 이유는 해당 사건이 아닌 과거에 자전거를 탄 사람을 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탁신천 형사는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탁신천 형사는 찬이가 사고 당시 입었던 옷에 남은 타이어 자국을 찾아냈다. 이에 타이어 흔적을 수사하는 윤적 수사가 시작됐다. 윤적수사 결과 비슷한 타이어를 가진 차는 '서울 1 즈 9716' '서울 4 추 9716' '서울 2 무 9716' 세대였다.

국과수 감정 결과 찬이의 가슴에 타이어 자국을 남긴 차는 '서울 2 무 9716'이었다. 해당 차 소유주 부부는 사고 당시 미국 LA에 체류중이었다. 이에 경찰은 소유주 부부의 세 아들에게 집중했다. 첫째 아들은 27살 회사원으로 면허증은 있지만 장롱면허였다. 둘째 아들은 25살 대학생으로, 운전을 잘했다. 셋째 아들은 23살 군인이었다.

이에 경찰은 첫째, 둘째 아들을 불러 거짓말 탐지기로 수사에 나섰다. 두명 모두 "당신은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느냐"라는 질문에 거짓반응이 나왔다. 두 형제가 안다는 범인은 셋째 아들 이 일병이었다. 탁 형사가 두 형제를 추궁했다. 사고 당일 이 일병이 외박하거나 외출한 기록이 없었다. 알고 보니 정식으로 나온 것이 아니었다. 이 일병은 용산 국방부 소속 군 장군 차 운전수였다. 정식 보고도 없이 휴가와 외박이 가능했었다.

경찰은 이일병을 불러 조사에 나섰다. 이일병은 사고 당일 오후 5시 압구정 집으로 향했고, 옷을 갈아입은 뒤 서초동 삼촌집을 방문했다. 이후 삼성동에 위치한 나이트클럽에서 머문 뒤 다음날 새벽에 귀가했다. 이일병은 택시만 타고 이동했다고 했다. 이에 경찰은 사건 기록을 다시 살폈다. 그러던 중 당시 뺑소니 차량을 추격했던 택시기사가 "여자라고 추정되는 사람이 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옆으로 머리카락이 늘어져 있는 모양을 하고 있어 여자라고 생각했다"라고 진술했던 것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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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경찰은 동승자를 찾아내는데 주력했다. 이에 경찰은 나이트클럽 '주병진' 웨이터를 찾아갔다. 웨이터는 이일병에 대해 "단골 손님이다. 매번 차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웨이터는 이일병이 사고 당일 차를 가지고 왔는지 보지 못했으며, 부킹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일병은 소위 서울 압구정 일대 부유층 자녀들을 일컫는 말인 오렌지족이었다. 대신 이일병이 처음부터 어떤 여자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일병에게 동행한 여자에 대해 물었다. 이일병은 전 여자친구라고 했다. 경찰은 전 여자친구를 찾았지만, 진술과 생김새가 달랐다. 전 여자친구에 따르면 이일병은 사고 당일 다른 여자와 나이트클럽을 방문했다. 이에 경찰은 이일병이 동행한 여자의 존재를 숨기려는 것을 간파했다. 그러나 이일병은 이 여자에 대해 함구했다.

이에 경찰은 이일병의 면회자 명단을 입수했다. 명단에 있는 여자들 대부분 이일병이 길거리 헌팅을 통해 만난 여자들이었다. 탁형사는 명단에 있는 여자들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26살 최 씨를 만났다. 사고가 있기 한 달전 이일병과 헌팅을 통해 만난 사이였다. 최 씨는 사고 당일에 대해 묻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탁형사가 "거짓말 하면 범죄 은닉죄로 같이 입건된다"고 말하자 최씨는 울면서 "저는 자수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사건 발생 1년만이었다.

사건 당일 최씨는 이일병이 몰고 온 그랜저를 타고 옷을 사러 갔다. 옷을 산 뒤 이일병과 함께 나이트클럽으로 향했다. 그러던 중 이일병이 몰던 그랜저가 찬이를 들이받았다. 최씨에 따르면 이일병은 도주후 다시 사건 현장으로 돌아갔다. 주변 상인들로부터 찬이가 병원에 실려갔다는 말을 듣고도 나이트클럽으로 향했다고. 최씨가 계속해서 자수를 권했지만, 이일병은 자수하지 않았다. 끝까지 버티던 최일병은 최씨의 증언이 나온 후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군인 신분으로 군사재판으로 넘겨진 이일병은 최종 형량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찬이 부모님이 선처해줬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똑같이 갚아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가해자 아버지가 찾아와 용서를 비는 모습에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찬이 아버지는 "젊은이의 앞길이 구만리같이 있는데 용서해주라고 그렇게 말하고 우리는 돌아 나왔다"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SBS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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