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이토록 유능한 ‘지옥’의 길잡이라니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1. 11.23(화)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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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순항은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유아인이 있다. 사람들의 불안함을 이용하여 탄생한 사이비 종교, ‘새진리회’의 초대 의장 ‘정진수’가 되어 돌아온 그는 ‘지옥’ 안팎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감는데 성공한다.

실재하는 세계의 사람들에게 실재하지 않는 세계를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 가장 선행해야 할 작업은 분위기를 압도하는 것이다. 당신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이해되지 않아도, 당신 주변의 모든 것이 이미 받아들이고 있고 이해하려 하고 있다고, 그들의 마음이 혹하지 않고는 못 배길 만큼의 중압감을 실어내야 한다. ‘지옥’의 첫 마디에 등장하는 유아인이 지닌 무게감은 여기서 기인한다.

‘지옥’의 세계에 어느날부터 나타난 불가사의한 현상은 사람들로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무엇이었다. 사람의 얼굴을 한 형상이 나타나 곧 죽을 것과 죽고 나서 지옥에 갈 것을 고지한다. 그리고 고지를 들은 사람은 ‘거의’ 예외없이 언급한 시점에, 미지의 괴물들에 의해 처절한 폭력을 당한 후 강제로 소멸된다. 이 끔찍한 상황을 보통의 이성으로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여기서 유아인이 맡은 인물 정진수는 신의 존재를 끌어온다. 정의롭지 않은 세계를 더 이상 두고볼 수만 없어서 신이 심판에 앞장서기 시작했다는 거다. 물론 사람들이 처음부터 믿을 리는 없고 그도 이를 잘 알고 있어서, 거액을 들여 사람들이 절대 피할 수 없는 쇼 하나를 마련한다. 바로 고지를 받은 사람이 지옥의 사자라 불리는 괴물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전 과정을 방송으로 고스란히 내보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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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해당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모든 장면과 함께, 위에서 아래를 쳐다보는 내리깐 시선으로 더 정의로워지라고 하는 정진수에게 완전히 압도되고 만다. 더이상 신의 존재와 심판을 믿지 못할 이유는 없었고 지옥행의 고지를 받은 이들은 이해의 여지 따위 없는 천벌 받아 마땅한 죄인일 뿐이었다. 이렇게 정진수를 중심으로 대두된 ‘새진리회’는 단순한 종교 이상의 것이 되어 사람들의 삶 전반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유아인은 유능한 지옥의 길잡이 정진수의 모양새를 그 특유의 광기 어린 방식으로 구현해 낸다. 순수하고 선한 얼굴과 친절한 말투에 어린 잔인한 웃음, 모든 것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듯한 눈빛에 서린 위선적인 시선 등, 사실은 특정한 신의 뜻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벌어지는 재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자신만 당할 수 없다는 악마적인 의도로 모든 사람들을 지옥으로 끌어들인 사람의 형상을 완벽히 제 것으로 소화시키고 만다.

그리하여 밖에서 ‘지옥’을 들여다보는 우리조차 그의 안내에 정신없이 끌려 들어가, ‘지옥’ 안의 사람들이 정진수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결국 믿게 되듯, 그의 연기력과 뿜어내는 분위기가 만들고 있는 ‘지옥’의 세계관에 완벽히 압도되고 설득 당한다. 그렇다면 이제 게임은 끝난 것이다. 허구의 세계 속 사람들이 겪는 인간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데에서 비롯된 공포의 감정이, 우리에게도 실재하는 몰입의 과정이 시작된 거니까. 유아인을 세계관의 길잡이로 둔 것은, 그야말로 ‘지옥’의 탁월한 선택이라 하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네이버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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