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태규의 치마를 입던 입지 않던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
| 2020. 10.28(수) 18: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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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스코틀랜드의 전통 의상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킬트(kilt), 격자무늬의 남성용 치마다. 상당히 독특한 사례인 게, 전통 의상이라고 하지마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그 역사가 길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전통도 이렇게 만들어지는데 하물며 성별에 따른 복장은 말해 무엇하랴. 우린 오랜 시간 사회가 건넨 고정관념에 따라 입을 옷, 입지 못할 옷의 경계를 쥐고 살아왔다. 영국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를 여행할 때, 주로 남성들이 거치는 코스가 있다. 전통 의상인 킬트를 입어보는 것. 오늘 우리의 시선엔 격자 무늬의 여성용 치마에 불과하나, 1700년대 한 잉글랜드 자본가가 스코틀랜드 노동자들에게 입힌 유니폼으로 시작하여 19세기 이후에 이르러 스코틀랜드 귀족들에게 잉글랜드와 구분되는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한 상징적인 의상으로 선택되었다. 그리하여 스코틀랜드에는 여성의 의상으로서가 아닌, 전통 의상으로서 킬트를 입은 남자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처음엔 익숙한 광경이 아니라 좀 낯설 뿐 곧 어렵지 않게 익숙해진다. 바지가 남성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처럼 치마 또한 남성이 금기해야 할 복장은 아니니까. 즉, 의상을 성별을 드러내는 용도로 사용하는 사고방식 자체가 어떤 변하지 않는 가치관에 기반을 둔 게 아니라 결국 해당 사회의 필요에 따라 생성된 상대적인 결과물일 경우가 다반사란 이야기다.
얼마전 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봉태규’가 치마를 활용한 스타일링을 하고 등장하여 화제가 된 바 있다. 그의 말마따나 남자도 치마를 입을 수 있고 심지어 아주 멋지다는 새로운 시각을 심어주는데 성공한 셈이다. 물론 그의 의상을 두고 혹평을 가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으나 봉태규는 이에 대해서도 아주 의연하고 우아한 말과 태도로 응수한다. “어떤 경계가 사라진다는 건 개인에게 놀라울 만큼의 자극을 주고 새로운 우주가 펼쳐지더라고요” 남자는 치마를 입어선 안된다는 것, 봉태규는 이를 경계라 이야기하면서 오랜 관습에 의해 만들어진, 마치 금기처럼 여겨지지만 언제든 사라질 수 있고 변형될 수 있음을 인식시킨다. 그리하여 “치마를 입던 입지 않던 그것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즉, ’한낱’ 경계가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는 일만으로도, 우리는 새로운 우주가 펼쳐질 만큼의 “중요한 것”을 알게 된다는 거다. 중요한 것이란, 주어진 틀에 연연하지 않는 힘, 우리 안에 내재된 삶을 향한 주체성이 아닐까. 옷이나 겉모습으로 성별을 나누는 게 가능한 사회는, 결국 개인의 정체성이나 삶 또한 재단할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맥락을 인지하고 있지 않으면, 우리는 해당 사회가 제시하는 틀이나 경계를 마치 태초부터 존재하는 근본적인 질서인 마냥 따르며 자발적으로 우리의 삶과 생각을 내놓고 마는 것이다. 조금만 사고해보면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불과하다는 걸 바로 알 수 있는 데도. 그래서 봉태규처럼, 영향력 있는 이들의 경계를 지우려는 시도가 너무 중요하다. 우리가 무엇에 우리의 생각과 삶의 주도권을 내주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하여 시야를 틔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어떤 틀도 경계도 처음부터 당연한 것은 없다. 그러니 그것이 우리에게 압박을 가한다면 단호히 되물어야 한다. 나의 가치관에 적합한지, 선택할 만한 것인지. 이제는 누가 뭐래도 스코틀랜드인의 자긍심을 나타내는 전통 의상인 킬트가 정작 당시 스코틀랜드 노동자들에겐 입고 싶지 않은 옷이었다는 점도 생각해 볼만하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봉태규' 인스타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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