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20주년' 양희은, '여성시대'에서 '여성'이 사라지는 날까지 [종합]
2019. 06.04(화) 15:39
MBC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
MBC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가수 양희은이 '여성시대'의 마이크를 잡은 지 20년이 흘렀다. DJ 20주년을 맞아 골든마우스상을 수상한 양희은과 '여성시대' 팀이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4일 오후 MBC 표준FM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이하 '여성시대') 양희은 진행 20주년 기자간담회가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DJ 양희은 서경석, 강희구 PD, 박금선 작가가 참석해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대호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다.

'여성시대'는 1988년부터 지금까지 31년 간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MBC 라디오 대표 프로그램이다. 양희은은 1999년 6월 7일 처음으로 '여성시대' 마이크를 잡아 올해로 진행 20주년을 맞았다. 이에 20년 이상 진행한 공헌자에게 수여하는 골든마우스상을 수상하게 됐다.

지난 20년 간 진행하는 동안 방송된 편지는 약 5만8000여통, 방송한 시간은 1만4600시간, 함께 진행한 DJ는 김승현 전유성 송승환 강석우 서경석 5명이다.

양희은은 "20년을 목표로 방송을 했다면 절대 이렇게 못했을 것이다. 어떻게 이걸 버티면서 하다 보니 어느새 20년이 가더라"고 말했다. "몸을 담고 있다 보면 20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밖에서 보면 20년이라는 세월이 엄청나지만,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 뿐이다. 이 세상 어느 대학보다 여성시'대'에서 학사 학위를 따고 또 따고 그런 기분이 든다"고도 말했다.

양희은은 골든마우스상을 수상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소회가 없다. 정말 없다"며 "그냥 그 세월만큼 내가 '여성시대'를 사랑했다는 거다. 힘들고 지치고 고단하고, 콘서트랑 겹치는 날에도 늘 부스에 있었다. 눈 오는 날 새벽에는 한 시간 간격으로 일어나 창 밖을 보며 걱정하고, 세상 긴 세월동안 해본 적 없는 짝사랑을 한 것 같다"며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양희은은 20주년을 버텨 온 '여성시대'의 저력을 묻는 질문에 '청취자들의 진심'이라는 답을 내놨다. "따로 비결이 없다"는 것이다. 20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엽서 속 손편지로 전해지던 사연은 음성 사서함으로, 문자 메시지로, 이제는 홈페이지 글로 변모했다. 격변하는 매체 환경 속에서 '여성시대'에 도착하는 사연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양희은보다 먼저 '여성시대'에 합류해 지난 25년 간 프로그램을 이끌어 온 박금선 작가는 "그 흐름이 둔한 나 같은 사람에게도 보인다. 예전 봄에는 엽서, 손편지에 가정폭력이나 성폭행 등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여성들의 사연이 많이 도착했다. 그러다가 2004년에 관련 법이 제정되면서 그런 편지가 많이 줄어드는 걸 느꼈다"며 "이후에는 이주노동자나 외국인 며느리들의 편지가 오고, 요즘은 취직해서 효도할 때까지 부모님이 기다려주셨으면 한다는 젊은 친구들의 사연, 자영업이 어렵다는 편지 등이 온다. 뉴스에서 듣는 것들을 생활 속 이야기로 접하는 것이 신기하고, 마음이 짠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양희은은 "'여성시대'는 사람들이 사심과 욕심을 가지고 글을 써서 보내는 곳이 아니다. 가슴으로 보내는 편지, 아무 데도 써서 보낼 데가 없어서 자기를 정리하고 털어놓으려 쓰고 보내는 편지들이다. MC로서의 기술이나 그런 건 별로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전달을 정확히 하려 애썼다. 사투리가 들어가면 사투리도 섞어보고, 예전에는 안보던 드라마에서 사투리 쓰시는 분을 보면 유심히 보게 됐다"며 "'여성시대' DJ는 전달만 잘하면 된다. 프로그램의 모든 힘은 편지 써서 보내주시는 분들의 가슴에서 온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양희은은 "폭력 남편들의 사연들이 많이 오던 시절에 한 번은 전유성 선배가 '이른 아침에 그런 사연을 굳이 배달해야 해?'라는 말씀을 하셔서 내가 '해야 해요. 이런 사연 그만 올 때까지 계속 해야 해요"라고 답했다. 요즘은 확실히 그런 사연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박금선 작가는 "우리 프로그램 이름이 '여성시대'이긴 하지만 시연을 보내주신 분들이 여성이건 남성이건 '소수자'라면 굳이 구분하지 않고 모두를 위한 시간이 될 거라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양희은은 "'여성시대'에서 여성이라는 이름이 언젠가는 없어져야 한다. 여성, 남성을 구분하지 않는 시대가 와야 한다. '사람시대' 어떻겠느냐"는 바람을 내놓기도 했다.

양희은은 "만약 마지막 방송을 하게 된다면 그냥 일상적으로 끝내고 싶다. 전파는 날아가면 흔적이 안 남지 않느냐. 나 또한 그러고 싶다. 그렇게 사라지는 거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 자리에서 여러가지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지 않겠느냐"며 "앞으로 무엇을 할 지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다. 매번 어떤 노래를 발표할 지가 급급했다. 닥쳐온 것들을 헤쳐나가기도 바쁘다. '여성시대'도 그렇게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황서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서경석 | 양희은 | 여성시대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