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만찬' 노동의 조건, 도시가스 점검원 실태 조명
2019. 01.23(수) 17:03
거리의 만찬
거리의 만찬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거리의 만찬'이 도시가스 점검원들의 삶을 조명한다.

25일 방송될 KBS1 교양프로그램 '거리의 만찬'의 '노동의 조건' 2부에서는 '3만 6천 7백 걸음' 편으로 꾸며지는 가운데, 우리 주변에 늘 있었지만, 쉽게 지나쳤던 도시가스 점검원들의 발걸음을 따라간다.

'거리의 만찬'이 만난 도시가스 점검원들이 담당하는 세대수는 평균 4,500세대. 많게는 5,000세대까지 이른다. 그들은 자신이 할당받은 세대수 안에서 매달 검침과 송달을 끝내야하고, 6개월에 한 번씩 세대 방문 점검을 완료해야한다. 이 업무를 위해 하루에 2만보 이상, 많게는 3만 6천 7백 걸음을 걸어야한다는데. 이들의 노동환경은 어떤 모습일까. 우리가 알지 못한 그 리얼한 현장을 '거리의 만찬'의 세 MC가 직접 찾아갔다.

점검원들과 함께 검침, 점검 업무를 한 세 MC. 박미선은 직접 가정집을 방문해 점검을, 김지윤과 김소영은 주택가에서 검침을 함께했다. 비좁은 곳에 들어가고, 난간에 매달리고, 담까지 넘는 등. 그 현장은 아슬아슬하고 위험천만했다. 하지만 할당량을 채우려면 한 시간에 최소 100가구는 돌아야 하는 현실. 그러다보니 다리가 부러지기도 하고 일사병으로 쓰러지는 일도 다반사다.

2017년 2월에 있었던 '서울도시가스 강북5고객센터' 점검원들의 파업 현장을 방문해 직접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온 이정미 정의당 대표. 토크에 함께한 이정미 대표는 파업 이후에도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도시가스 점검원의 근무 환경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도시가스 사업법 상 점검원 1인 담당 가구 수는 일반주택 3000세대, 공동주택 4000세대라는 규정이 있지만 1000세대 이상이나 더 할당받는 게 그들의 현실이다. 또한 점검원들은 주 40시간 근무로 간주하는 간주근로제 노동자지만,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40시간을 훨씬 넘게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 근로수당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 이정미 대표는 이들에게 적용된 근로조건과 실제 노동환경의 차이를 지적하며 이러한 간극을 줄이기 위한 법안 마련을 함께 고민했다.

도시가스 점검원들은 이동, 방문, 감정 노동자로서 업무 중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점검원들은 특히나 고객과의 시간을 맞춰 집 안으로 들어가는 '안전점검' 업무에 가장 큰 어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점검원 윤선미 씨는 밤 11시에도 방문 점검을 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거리의 만찬'이 도시가스 점검원 102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1회 방문으로 점검을 완료한 세대는 몇 퍼센트인지' 묻는 질문에서 절반 이상이 20% 미만이라고 대답했다.

점검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고객들의 언행때문. 윤선미 씨가 점검 당시 직접 겪은 성희롱 일화에 MC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앞서 언급한 설문 조사 응답에도 49%가 성추행, 성희롱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 폭언, 폭행 경험은 85.9%에 이르러 충격을 더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환경 속에서 그들이 무리하며 점검률을 높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독촉 문자, 내용 증명 등으로 압박하는 원청 때문. 더군다나 원청이 점검률을 높이려고 하는 것이 시민의 안전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도시가스 점검원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된 일이 아니다. 지난 2017년 4월 29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시가스 점검원들의 노동조건 개선방안을 위한 간담회를 마련했다. 간담회를 참여했던 김효영 점검원은 "박원순 시장이 '노조를 가입해라, 힘을 모아라'"라며 노조 결성을 권유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검원들은 노조를 결성한 후,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받기는커녕 권고사직서, 해고 예지 통지서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MBC 파업에 참여했던 김소영은 "노조 활동을 하면 나를 바라보는 회사의 눈빛이 달라진다"라며 그들의 이야기에 동감했다. 이들은 왜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까.

이런 상황에서도 노동자의 권리를 포기하지 않고 이 직업을 이어가는 이유가 있다는 점검원들. 김효영 씨는 가스 사고를 막았던 아찔한 순간을 회상하며 "이 일을 하면 할수록 안전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더불어 다른 점검원들은 다음 세대의 노동환경을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 MC는 추운 날 고생하는 점검원들을 위해 준비한 새알팥죽을 만찬으로, 그들을 응원했다.

2부에 걸친 '노동의 조건' 기획을 끝낸 MC들은 함께 '노동'에 대한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나누었다. 김소영은 "화장실도 못 가고 평일 주말, 밤낮 할 것 없이 일을 하는 이 노동환경이 비상식적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노동환경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윤은 "행복한 노동이 보장돼야 행복한 인간을 만들 수 있다"며 "노동의 조건이 곧 인간의 조건이다"고 말했다. 박미선은 "이들의 노동가치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다. 그리고 그들은 다음 세대가 똑같은 일을 겪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거다"라며 그들의 작은 목소리를 응원했다. 이날 밤 10시 방송.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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