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과 詩의 만남…서정주, '붉은달 푸른해' 핵심 단서
2018. 11.22(목) 18:30
붉은 달 푸른 해, 김선아 이이경
붉은 달 푸른 해, 김선아 이이경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붉은 달 푸른 해'가 첫 회부터 스릴러와 시(詩)의 참신한 조화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21일 밤 첫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극본 도현정·연출 최정규)에서는 주인공 차우경(김선아)이 의문의 교통사고 이후 기이한 현상을 목격하며 살인사건과 얽히는 모습이 그려졌다.

'붉은 달 푸른 해'는 의문의 아이, 의문의 사건과 마주한 한 여자가 시(詩)를 단서로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이에 첫 방송부터 시인 서정주의 시가 사망 사건의 단서로 연이어 등장해 시청자들의 의문을 극대화했다.

이날 방송에서 아동 심리상담가 차우경은 둘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보호자 없이 사망한 아이의 유품을 찾던 중 신발 밑창에 숨겨져 있던 의문의 종이를 발견했다. 종이 앞면에는 아이가 그린 듯한 그림이 있었고, 종이의 뒷면에는 어린아이의 '보리밭에 달 뜨면'이라는 시구가 적혀 있었다. 서정주 시 '문둥이'의 한 구절이었다.

'문둥이'는 "해와 하늘빛이 / 문둥이는 서러워 / 보리밭에 달 뜨면 / 애기 하나 먹고 /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라는 내용의 시다. 한센병 환자의 설움이 그대로 담겨있는 시이자, 아이의 간을 꺼내 먹으면 병이 낫는다는 잘못된 속설을 시구 속에 녹여낸 강렬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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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현정 작가는 이 시를 또 다른 사건에도 배치해 뒀다. 강력계 형사 강지헌(이이경)이 쫓던 또 다른 사망 사건의 중요한 단서에도 '보리밭에 달 뜨면'이라는 시구가 적혀있던 것이다. 이날 방송에서 강지헌은 아동 살인 및 방화 혐의로 수감돼 있던 박지혜가 출소 직후 의문의 사고를 당해 사망한 사건을 파헤쳤다. 박지혜의 집을 찾아 단서를 찾던 강지헌은 화장대에 끼워져 있던 낡은 사진을 발견했고, 사진 안에는 박지혜와 그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담겨 있었다. 사진 뒷면에는 시구가 적혀 있어 궁금증을 더했다.

차우경과 강지헌 두 사람이 찾아낸 단서들은 절묘하게 교차되며 2회의 엔딩을 장식해 오싹함을 자아냈다. 특히 차우경은 '보리밭에 달 뜨면'이라는 시구를 보고 "애기 하나 먹고"라는 뒷 구절을 암송하며 충격에 휩싸인 표정을 지어 시선을 강탈했다.

이처럼 '붉은 달 푸른 해'에는 첫 회부터 자해를 시도한 소년, 무연고자로 사망한 또 다른 남자아이 등이 등장했다. 일련의 사건들이 아동학대 문제와 연관돼 있음을 암시하며 작품이 단순 드라마가 아닌 현실 속 사회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정교한 스릴러물임을 짐작케 했다.

'문둥이'라는 시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던 별개의 사건을 이어주는 장치적 역할을 함과 동시에 작품 전체에 스산한 분위기를 불어넣었다. 배우가 직접 시를 낭독한 목소리가 내레이션으로 등장한 점 역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붉은 달 푸른 해' 제작진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시구가 곳곳에서 등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첫 방송에 앞서 공개된 하이라이트 티저 영상에서는 "살다 살다 이렇게 시를 자주 접한 적은 처음이라서요. 그것도 죽음의 현장에서"라는 형사 강지헌의 대사가 공개됐고, 이어 그가 던진 "이 시를 자기 그림 뒤에 적은 아이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에서는 시가 피해자를 추적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는 복선도 등장했다.

시와 스릴러의 영리한 만남이 앞으로의 이야기에 기대를 더한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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