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아티스트 강영민, 시대와 정치라는 화두를 던지다
2014. 04.15(화)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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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헬레나의 그림이야기] 강영민 작가를 만나기 전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급진적인 좌파 성향을 가진 작가’라는 선입견을 갖고 있었기에 내심 인터뷰 요청을 하기가 꺼려졌다. 하지만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예술 및 기타 사회 현상에 대해 자유롭게 본인 의견을 개진하고, 사람들과 열린 소통을 하고자 한다는 느낌을 받고 그의 작품 세계와 그가 생각하는 시대와 정치란 어떠한 것인가를 알아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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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는 하트’, ‘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을 차용한 작품’, ‘박근혜 대통령 이미지’ 등으로 유명한 강영민 작가는, 주위 작가들이 언급한 바와 비슷하게 매우 지적이면서도 냉철하고 정확한 분석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여느 예술가들이 그렇듯, 자아가 강하고 본인이 확신하는 바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지만, 예술과 본인의 작품 세계, 그리고 기타 주제에 대해 대화를 하면서는 그의 통찰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작품만 보고는 사람들이 ‘진보 성향’을 가진 작가, 혹은 현 정권을 비판하는 작가라는 생각을 가질 것 같다. 이러한 선입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박근혜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작품에 차용한다고 해서 현 정권에 대한 비난을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해석이다. 나는 사람들이 관심 갖는 것에 관심이 간다. 그들을 소재로 삼은 것도 이런 관심의 연장이고, 나의 개인적인 정치적 성향과는 관계가 없다. 급진적인 진보 정당 소속이라거나, 보수 정권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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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여전히 논란이 많은 인물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박통이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 과오나 업적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는 부분들이다. 나는 박통과 대한민국 산업화의 역사가 고정된 해석에 머무는 것을 경계하고 현재와 대화하며 계속 새롭게 해석되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박통은 예술적 감수성이 뛰어났다. 예술에 능한 그가 자신을 국가에 감정이입해 일치시킨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곧 국가라고 생각한 점에서 민주적 절차, 곧 다른 의견에 대한 관용이 부족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는 민주적 시민의식보다는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했다. 박통은 이런 시대의 요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라고 본다.

지난 개인전 제목이 ‘국가와 혁명과 너’였는데,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은 박통에 대해 무조건적 비판을 할 것도 아니고, 아무 생각 없이 그를 지지해서도 안 되고, 스스로 주체적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박통의 자서전 제목인 ‘국가와 혁명과 나’를 ‘국가와 혁명과 너’로 패러디했다. 나의 의도는 박통과 그의 시대에 대한 경직된 진영논리에 균열을 내고 해석을 열어놓고자 한 것이다. 제목의 ‘너’는 새로운 정치적 감수성을 가진 시민주체를 호명하는 것과 동시에 박통에 대한 나의 리플(댓글)이기도 하다. 우리는 박통에 대해 자발적인 리플을 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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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팝아티스트로서 정치적인 소재를 다룬다는 것이 흥미롭다. 향후 한국 팝아티스트들은 정치적인 소제를 어떻게 다룰 수 있을까?

“팝아티스트들이 모든 시사현안을 다룰 필요도 없고, 작가들이 모두 그런 의무감을 가질 필요도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작품을 통해 팝아트도 그러한 시도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 작품의 소재는 정치적이지만 주제는 예술적이다. 왜냐하면 정치인을 정치적으로가 아니라 예술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정치는 우리 삶을 편집하며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술가가 밸런스를 잡아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우리가 현실 이해관계에 함몰되지 않고 자신의 주체적인 삶으로 현실을 해석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것이다. 정치가 예술을 만나야 우리 삶을 긍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한국 팝아트의 근원은 80년대 ‘민중 미술’인데, 이는 한국 최초의 자생적 미술 운동이었다. 당시 정치적 소재, 상업적 소재 등 모든 것들을 활용한 시도가 가능했다. 정치적인 압박이 심했던 그때가 오히려 예술이 가장 자유로운 시대였던 것이다. 현재 미술계에 정치적 소재가 배제된 이유는 오히려 정치가 아니라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과거엔 작가들이 독재와 싸웠다면 지금은 자본과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훨씬 험난한 싸움이 될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작품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아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아트 스타 코리아’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일단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관심도 있다. 그래서 매회 시청을 하고 SNS에 리뷰도 올리고 있다. 혹자는 ‘아트 스타 코리아’가 예술에까지 경쟁 구도를 들먹이며 예술의 상업화를 조장하는 것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기도 하는데, 웃기는 유체이탈화법이다. 미술계는 이미 철저히 상업화 되고 서열화 되어 있다. 아스코는 미술계의 이런 분위기를 카피한 것뿐이다. 내가 긍정적으로 본다는 것은 아스코가 이런 미술계의 분위기에 균열을 가져 올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 때문이다. 과한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일제가 구한말의 온갖 폐단을 일소해 버리지 않았나. 내부의 정체는 외부세력의 침입으로만 타개할 수 있다. 나 나름대로는 팝아트씬을 통하여 부단히 그런 시도를 해왔다. 하지만 거대자본의 물리적 힘이 들어오니 보다 확실히 가시화 되는 것 같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트 스타 코리아’가 미술계 전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한 생산적인 담론이 형성되는 것과, 해당 프로그램이 추구하고 있는 ‘미술의 산업화’와 ‘산업의 심미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 줄 것인지를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다.”

작가로서 정치와 시사 현안, 그리고 미술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슈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인데, 꼭 본인의 개인적인 관심 때문이 아니라 문화를 비롯한 시사 전반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또한 여러 담론을 형성하려는 강영민 작가의 시도가 신선하게 느껴졌다.

‘팝아트와 정치’라는 다소 생경한 조합을 친근하게 만들 수 있는 강영민 작가는, 어쩌면 향후 한국 팝 아티스트들이 지향해야 할 하나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가 언급한 것처럼, ‘아트 스타 코리아’와 같은 방송 프로그램이 미술계 전반에 미칠 영향과 한국 대중에 줄 수 있는 파급 효과, 그리고 그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결과에 대해 작가들 뿐 아니라 평론가들을 비롯한 미술계 종사자들이 건전한 담론을 형성한다면,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문화 콘텐츠가 더욱 다양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떠한 의견이든 절대적으로 옳은 의견은 있을 수 없다는 말처럼, 그가 던지는 화두들도 절대적으로 옳거나 혹은 그르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러한 담론의 형성 자체가 한국 문화예술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글 : 헬레나 (문화예술 칼럼니스트, Helena & Co. 아트디렉터) faithmyt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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