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부끄러워해야 할 일은 합의금 요구가 아닌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5. 04.30(수)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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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어떤 중요하고 심각한 사안도 돈 이야기가 끼어들면 왜곡되기 십상이다. 해당 사건을 바라보는 제삼자들, 사람들에 의해서다. 그전까지는 피해자가 입은 불합리하고 억울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함께 분노해 주다가도 조금이라도 큰 액수의 돈이 합의금 명목으로 등장하면, 놀랍게도 분위기는 약간의 혹은 큰 반전을 일구어낸다.

누군가 돈 때문이었네, 한마디만 해도 내심 생각만 하던 이들의 것까지 누적되며 분위기 전체를 요동시키는 힘을 발휘한다고 할까. 이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란 ‘돈’ 이야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으니. 문제는 그러다 보면 정작 진짜 해결해야 할 지점, 해당 사안의 본질은 뒤로 미뤄지게 되는데 가해자로 몰렸던 이에게는 반격의 기회가, 피해자였던 이에게는 더없이 곤란한 상황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입은 피해를 돈으로라도 보상받겠다는 게 잘못된 일은 아니지 않나. 사실 정신적 피해는 어떤 물질로도 보상해 주지 못한다. 그저 명목일 뿐이나 불행히도 그게 최선의 방안이어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때가 있는데 이게 종종 상대방에게 빌미로 작용하여 졸지에 비난의 대상으로 몰리고 마니, 아이러니하기 이를 데 없다.

최근, 한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소속 아이돌 가수에게 강제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현재 피해자 측은 아동청소년보호법 위반으로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로, 이에 해당 대표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왜곡된 점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밝힌 입장문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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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대목은 따로 있다. “이미 작년에 보도되었던 사건과 관련하여 일방적인 주장을 근거로 거액의 위로금을 요구하다가 이를 거부하자 사건 발생 6개월가량 지난 상황에서 형사 고소를 한 점 역시 심히 유감스럽습니다.” 즉, ‘거액의 위로금을 요구하다 이를 거부하자’에 담긴 상당히 위협적인 의도다.

부모가 피해자인 자녀를 위해 고소를 한 경우, 가해자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돈이다. 자녀가 당한 피해를 가지고 장사를 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면, 여론은 오롯이 돈에 집중될 테니까. 역시나 그러했고,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입장이 나온 후 도움을 얻고 있는 노동인권센터와 만든 기자회견 자리에서 피해자의 부모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어릴 때부터 아이돌가수라는 꿈을 위해 모든 것을 건 소속사에서 쫓겨나고 더 이상의 활동도 대표의 진심 어린 사과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요구할 수 있는 건 합의금뿐이었다며, ‘부끄럽지만’ 가진 게 없는 부모라서 공부의 기반이라도 마련해주고 싶어서 취한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이게 다른 사람들에겐 그저 돈을 요구하는 부모로 비추어져, 자녀에게 또 다른 피해가 될 줄 생각지 못했다고.

사실 우리가 붙들어야 할 질문은, 요구한 액수가 얼마나 컸냐가 아니라 피해자가 겪은 고통의 크기이며 그에 대해 가해자라 지목된 대상의 태도가 얼마나 진실하냐는 것이다. 합의금을 요구하는 게 왜 부끄러운 일이 되어야 하는가. 또한 합의금을 요구했다고 해서 자녀가 입은 피해의 진실이 사라지진 않는다. 오히려 그 진실을 증명하는 무엇이 될 뿐이지.

하지만 피해자 측의 부모는 자신이 합의금을 이야기함으로써 자녀가 입은 고통의 진실이 제대로 드러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죄책감을 느낀다. 가해자 측은 어떤 부끄러움도 내보이지 않는데, 부조리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유사한 구조를 지닌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동일한 장면이 반복되어 만들어진다는 것. 자본주의 시대에서 돈은, 부여된 가치가 워낙 커서 자칫 본질을 가리는 강력한 수단이 되곤 하니 매 순간 경각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앞선 비극적인 오류를 반복할 수밖에 없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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