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2024년, 갑진년의 연예계 키워드는 단연 민희진이다. 어도어 전 대표인 그는 모회사 하이브를 공개 저격하며 사실상 ‘뉴진스의 독립 선언’에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 1년 간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과 뉴진스는 연예계 전속계약 분쟁 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극단의 대립을 보여줬다.

2024년이 전쟁의 서막이었다면, 2025년은 전쟁의 포문이다. 포문을 연 탄알은 '소송', 꼬리에 꼬리를 문 소송이다.

어도어 전 직원 A씨는 오늘(6일) 오후 민희진을 상대로 제기한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따른 1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조정 기일에 변호사와 함께 참석했다. 하지만 민희진 측이 조정을 거부하며 민희진과 A씨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어도어 재직 시절 ‘민희진의 오른팔’로 불렸던 어도어 전 부대표 B씨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사내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A씨는 민희진 어도어 (전)대표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은폐하는 것은 물론 가해자인 B씨를 두둔하는 2차 가해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누구일까. 하이브 측이 주장하는 민희진의 ‘어도어 경영권 탈취 모의’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하이브 회계 부서 출신인 B씨는 어도어로 이적한 후 민희진과 함께 경영 전반을 논의했다. 하이브가 실시한 어도어 감사 결과에 따르면 B씨는 ‘어도어를 빈껍데기로 만들고, 하이브에 어도어를 팔라고 권유해야 한다'는 논란의 문건(메모)를 직접 작성해 민희진에게 전달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날 A씨가 조정 기일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이유는 자신의 요구대로 민희진 측이 사과의 뜻을 전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A씨는 민희진 측에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면 조정에 합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A씨의 법률대리인은 “상대방이 낸 답변서 속 태도를 볼 때 조정이 성립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민희진과 A씨의 조정은 결렬됐고, 결국 사건은 판결 절차로 진행될 예정이다.

민희진은 불과 5일 후인 이달 1월 10일 또 다른 소송전을 이어간다. 그가 하이브를 상대로 전쟁을 선언한 공식 이유인 ‘아일릿 표절 논란'과 관련된 소송이다.

지난해 쏘스뮤직은 민희진을 상대로 5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아일릿 소속사 빌리프랩은 아일릿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데뷔했다고 주장하는a민희진을 상대로 20억 원 대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10일 진행되는 변론기일은 쏘스뮤직과 빌리프랩이 제기한 25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이다.

민희진은 이들의 공세에 더 크게 맞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빌리프랩 청구액 보다 두 배 더 많은 5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빌리프랩 대표 등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용산경찰서에 고소하는 맞불 작전을 펼쳤다.

또 올해 민희진은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인 ‘어도어 경영권 탈취 모의 논란’으로도 법적 다툼을 이어간다. 지난 해 4월 하이브는 민희진이 자회사 어도어의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며 그를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용산서에 출석한 민희진은 8시간의 조사를 마친 후 취재진에게 “배임 혐의는 코메디"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하이브가 민희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배경에는 A씨(어도어 전 직원)가 성희롱 의혹을 제기한 B씨(어도어 전 부대표)의 문건(메모장)이 주요 동기가 됐다. 하이브는 어도어 감사를 통해 민희진과 B씨가 ‘어떻게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 얘기하는 문자 내역을 확보했고, 이 문자가 배임 혐의에 해당될 수 있다며 민희진을 고발했다. 민희진은 해당 문자에 대해 “동료들과 나눈 대화일 뿐”이라고 해명했고. B씨의 문건도 개인 메모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민희진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경찰의 수사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하이브와 민희진의 주주간계약 관련 소송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는 어도어에 대한 하이브, 민희진의 지분 싸움, 거대한 자본 싸움과도 연결돼 있어 예민한 문제다.

또 이 수사 결과는 어도어를 박차고 나온 뉴진스의 행보에 대한 평판에도 영향을 미친다. 민희진과 뉴진스는 이미 한 몸, 운명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뉴진스의 현 행보는 거대 기업의 권력에 맞선 아티스트의 용감한 투지일까. 아니면 법리를 무시한 철 없는 생떼일까.

뉴진스에게 남은 운명의 8할이 민희진의 승패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