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나다운 걸 나답게 하면 그만이죠" [인터뷰]
2022. 02.28(월) 06:00
장기하
장기하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정말이지 '평양냉면'같은 가수다. 처음엔 의문을 품지만 어느샌가 빠져있다. 가수 장기하의 노래들이 그렇다.

그간 '싸구려 커피' '달이 차오른다, 가자' '별일 없이 산다' '그렇고 그런 사이' '그건 니 생각이고' 등이 그랬지만, 이번 솔로 음반 '공중부양'의 곡들도 유니크함이 극에 달한다. 물론 갸우뚱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의 음악적 세계를 꾸준히 접한 이라면 이젠 경의를 표한다. 그만이 할 수 있는 독보적인 창법과 구성은 갈수록 신묘하기까지 하다.

지난 22일 발표한 첫 솔로 EP '공중부양'. 듣는 순간 예사롭지 않다는 걸 단번에 느낄 수 있다. 베이스는 찾아볼 수 없으며, 그의 말하는듯한 목소리가 노래 전반을 채운다.

장기하는 "나라는 뮤지션의 정체성은 내 목소리다. 그 외에는 뭐가 어떻게 돼도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졌다. 작업 자체도 편곡 등을 하기 전에 목소리를 먼저 녹음했다. 목소리를 들어보며 이런저런 소리를 붙이면 어울리겠다며 하나하나 붙어나가는 방식으로 했다. 이 목소리가 한 곡의 가요로서 인식되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소리만 넣자는 생각으로 작업했다. 그러다 보니 처음부터 의도했던 건 아닌데 다섯 곡 다 베이스가 빠졌더라"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하와 얼굴들 때와는 많이 다르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장기하와 얼굴들 때는 밴드 편성이기도 했지만, 여러 악기 중에서도 베이스가 굉장히 강조됐었다. 은연중에 편곡적으로 많이 달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지, 베이스를 줄이다 못해 아예 빼게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특히 타이틀곡 '부럽지가 않어'는 내레이션 같이 읊조리는 창법이 래퍼를 연상케 할 정도다. 그는 "원래 래퍼였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싸구려 커피' 때도 랩이냐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래서 당시 랩이라고 답했다. 이번 역시 저 나름대로 랩이라고 한 거긴 한데 랩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게 라임이 딱히 없다. 그 말들 자체의 운율을 살렸을 뿐이다. 어떤 분들에게는 랩으로 들릴 수 있고, 다른 분들에게는 아닐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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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의 이번 앨범은 그가 지난 2018년 장기하와 얼굴들 졸업 이후 약 3년 반 만에 내는 신보다. 공백기가 꽤 길어진 터라 은퇴를 거론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이에 그는 이번 앨범 발매 전, 선싱글 '2022년 2월 22일'을 통해 그 질문에 답을 내놓았다. 그는 은퇴를 묻는 이에게 유쾌하게 2022년 2월 22일 새 앨범을 내놓는다고 말한다.

그는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은퇴를 한건 아니다'라는 얘기를 처음부터 정확하게 했는데, 어떤 분들은 음반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주는 분들도 있었지만, 어떤 분들은 은퇴했는데 앞으로 뭐 할 거냐고 질문하는 분들도 있었다. 같은 얘기를 해도 사람마다 다르게 얘기하는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솔로로서의 소감을 묻자 아직도 얼떨떨하다고 말하는 그다. 그는 "굉장히 떨린다. 이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대답하기엔 아직 실감이 나질 않는다. 주변 지인들한테 간담회, 방송 등 일정이 잡혀있다고 말하니 '너 연예인이구나'라는 반응이었다. 그 부분은 저도 잊고 있었다. 내가 어디 가서 뭐 하는 사람이었나 이런 생각이 들어서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설레 기고하고 긴장도 많이 된다. 음반에 대해 음악이 좋다는 반응을 많이 받아서 마음이 한결 편해져 있다"고 웃었다.

지난 2008년 '싸구려 커피' 때와 마음가짐이 어떻게 다르냐라는 질문에는 "그때와는 아예 다르다. 가장 다른 점은 그때는 아무도 나의 음악을 기대하지 않는다라는 상황이었고, 지금은 그에 반해 기대하는 분들도 있고, 꼭 기대를 안 하더라도 저 사람이 대충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저 사람은 이미 한차례 해먹었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그런 상황에서 하는 건 많이 다른 것 같다. 그럼에도 비슷한 점은 어떤 면에서는 '초심 따위 개나 줘버려'라는 가사를 쓰긴 했지만, 어떤 때는 초심으로 돌아갔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나다운 거 외에서는 많이 신경 쓰지 말자는 생각이다. 그때나 마찬가지로 나다운 거를 나답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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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장기하'의 음악적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이번 음반이 지난 3년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솔로 장기하의 기본값을 보여줬다고 생각하고, 출발점을 제시한 거라고 생각한다. 자기소개서 같은 거다. 작품, 결과의 의미보다는 '제가 이 정도 지점에 좌표를 찍었습니다'라는 거고, 들으시는 분들한테는 '앞으로 지켜봐 달라'라는 의미다. 또 하나는 창작자분들께 '제가 이런 사람이니까 같이 하실 분들 들어와라'라는 느낌이다. 많은 다른 좋은 아티스트들과 같이 작업을 하고 싶다는 게 '솔로 장기하'의 가장 중요한 음악적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올해 마흔이 된 장기하는 40대를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그는 "팬들이랑 라이브 방송을 종종 하는데 거기서 스스로에게 '빼마(빼박 마흔)'라고 한다. 제가 스스로 별명을 지은 건 아닌데, 그 얘기를 하니까 팬들 사이에서 별명이 됐다"며 "이번 음반은 솔로 활동의 시작점이니까 일단 이 음반을 가지고 활동하고, 이런저런 분들이랑 대화를 나누고 나면 다음에 누구랑 뭘 같이 해야겠다는 계획이 생길 것 같다. 재밌는 협업을 많이 하고 싶고, 싱글을 많이 안 내봐서 누군가와 같이 싱글을 내보고 싶다"고 바랐다.

장기하는 다음 달 3년 만의 단독공연 '공중부양'도 앞두고 있다. 장기하는 "한순간 한순간,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특별한 무대다. 기본적으로 밴드 편성의 공연이 아니다. 지금까지 봤던 저의 공연과는 전혀 다른 공연이다. 다만 이번 공연에서는 장기하와 얼굴들 곡은 안 할 거다. 이번 음반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다. 공연을 많이 보러 와줬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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