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논란, JTBC가 가져야 할 창작의 책임 [TV공감]
2021. 12.24(금) 11:38
설강화
설강화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민주화운동 폄훼, 안기부 미화 논란에 휩싸인 '설강화'가 파격 편성으로 정면 돌파에 나섰다. 초반 회차를 빠르게 공개해 설정에 대한 오해를 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사과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자신들의 억울함만 강조하기 급급한 JTBC의 입장에 대중의 반감이 거세지고 있다.

JTBC 드라마 '설강화 : snowdrop'(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은 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로(지수)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지난해 초기 시놉시스가 유출되면서 '설강화'의 몇몇 설정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간첩인 남자 주인공을 민주화 운동가인 줄 알고 여자주인공이 구해준다는 것과 대쪽 같은 성품의 안기부인 서브 남자 주인공 등 여러 설정이 민주화운동 폄훼, 안기부 미화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됐다.

올해 초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폐지되자 논란의 불길은 '설강화'로 옮겨 붙었다. 대중들은 '설강화'의 초기 시놉시스의 여러 설정을 두고 역사왜곡 우려가 있다며 비판했다. 이에 JTBC 측은 두 차례의 입장문을 통해 1987년이 시대적 배경이지만 민주화운동이 아닌 대선정국을 다룬 블랙코미디라고 해명하며 사태 진압에 나섰다.

하지만 JTBC의 해명에도 제작 중단을 요구하는 트럭시위와 '불매운동'이 전개되면서 '설강화'는 첫 방송도 전에 시청자들의 반감을 샀고, 급기야 작가와 제작진은 물론 출연배우들에게까지 비난 여론이 확산됐다.

물론 작품이 공개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첫 방송 전까지는 비난 여론이 잠시 가라앉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 2회 방송에서 문제가 된 설정들이 수정 없이 전파를 타면서 잠잠했던 논란이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첫 방송 이후 논란은 다시 들불처럼 퍼져나갔다. '설강화'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삽시간에 30만 명의 동의를 얻을 정도로 그 파급력을 실감케 했다. 또한 故 박종철, 故 이한열 열사 측이 '설강화'의 민주화운동 폄훼, 안기부 미화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급기야 일각에서 '설강화'와 출연 배우들을 옹호하기 위해 민주화 운동가들을 모욕하고, 故 박종철, 故 이한열 열사 측에 조직적으로 항의하는 등 도를 넘는 행태들이 자행되면서 논란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JTBC는 21일 공식입장을 통해 JTBC는 "'설강화' 방송 공개 이후, 사실과 다른 내용을 바탕으로 논란이 식지 않고 있다"라며 "'설강화'의 극중 배경과 주요 사건의 모티브는 군부정권 시절의 대선 정국이다. 이 배경에서 기득권 세력이 권력 유지를 위해 북한정권과 야합한다는 가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창작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설강화'에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 존재하지 않는다. 남여 주인공이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거나 이끄는 설정은 지난 1, 2회에도 등장하지 않았고 이후 대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현재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신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는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오해의 대부분이 해소될 것이다. 부당한 권력에 의해 개인의 자유와 행복이 억압받는 비정상적인 시대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제작진의 의도가 담겨 있다"라고 설명했다.

JTBC의 입장문은 반감을 더 키우기만 했다.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오해라고만 말하는 JTBC에 시청자와 '기싸움'을 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한 간첩 설정만큼이나 문제가 된 안기부 미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이 더욱 문제가 됐다. 또한 "창작의 자유와 제작의 독립성"을 강조한 것을 두고 대중의 입막음을 하려는 것이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설강화'로 인해 민주화 운동가들과 고문 피해자들이 2차 가해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JTBC가 사과는커녕 일언반구 하지 않은 것도 대중의 분노를 키웠다. 의도는 없었다고 하나 어찌 됐든 본인들이 제작한 창작물로 인해 누군가가 피해를 받는 상황에서 이를 언급하지 않는 것을 대중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피해자들보다 자신들이 입은 피해가 더 크고 중요하다는 JTBC의 태도에 대중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방영 전까지 합해 총 3차례의 입장문에도 논란이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JTBC는 파격 편성이라는 수를 뒀다. 초반 회차를 예정보다 빨리 공개해 오해를 풀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JTBC와 '설강화' 제작진에게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를 미화할 의도가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창작물이 그런 의도로 해석돼 논란이 생긴 이상 JTBC와 '설강화' 제작진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설강화'를 둘러싼 일련의 논란을 두고 그저 오해라고 말하기에만 급급하다. 심지어 사과해야 할 사안에 대해서도 모르는 척하고 있다. 창작의 자유만 누리고 책임은 안중에도 없는 JTBC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JTBC 설강화]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최하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설강화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