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전여빈’의 무한한 확장성 [윤지혜의 슬로우톡] |
| 2021. 04.09(금) 08: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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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tvN ‘빈센조’(연출 김희원, 극본 박재범)에서 배우 전여빈의 위치는 특별하다. 제목이 ‘빈센조’인 만큼 자신보다 더 중심에 놓인 남자주인공을 빛내주는 동시에, 그녀가 맡은 ‘홍차영’이란 인물에게도 독자적인 존재로서의 매력을 부여해야 하며, 작가의 전작 ‘열혈사제’에서 이미 대중의 환대를 받은 캐릭터, 배우 ‘이하늬’의 ‘박경선’과 구별되는 지점들 또한 획득해야 하는 까닭이다. 배우 전여빈을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린 작품 ‘죄 많은 소녀’와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전여빈이 연기한 인물들은 각각, 크고 작은 무게감을 지니고 있었다. 친구를 자살로 몰았다는, 다른 이들의 죄책감과 책임회피에서 발로한 비난을 받아야 했던 고등학생으로서, 사랑하는 연인을 병으로 잃어야 했던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그녀가 진하게 뿜어 낸 묵직하면서도 선명한 매력은 많은 이들의 마음에 짙게 각인되었다. 즉, ’빈센조’의 시작과 함께 일어난 전여빈의 연기 논란은 어느 맥락에선 당연했다. ‘홍차영’이란 캐릭터 자체가 그녀가 그려 왔던 기존의 이미지와 다소 거리가 있어 어딘지 모르게 낯설고 어색하다 보니, 앞선 성공사례, ‘열혈사제’에서 이하늬가 구현해낸 ‘박경선’과 비교가 안 될라야 안 될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속된 말로 ‘또라이’라 표현해도 될 만큼 캐릭터 자체도 평범하지 않고, 전여빈의 ‘홍차영’이 첫 인상부터 친근감을 형성할 리 만무하지 않은가.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에게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진다. 과한 리액션과 코믹 연기, 발음 등의 문제로 혹 어울리지 않은 옷을 억지로 입은 건 아닐지, 의문까지 들었던 전여빈의 홍차영이 어느새 익숙해지기 시작한 것. 그간의 낯설고 어색한 시간이 안면을 익히는 과정이라도 되었는지, 주어진 상황이 어떤 것이든 함부로 기 죽는 법 없고 고개 빳빳이 들고 할 말 다하며 어떤 어려움에 처했든 유쾌하게 소화해낼 줄 아는 홍차영의 모습에 어떤 애정마저 느끼게 되었다 할까.
이는 홍차영을 연기하고 있는 전여빈이 아닌, ‘빈센조’의 세계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홍차영이란 인물을 오롯이 마주했기에 가능한 결과로, 더이상 유사한 캐릭터나 유사한 연기가 떠오르지 않는 전여빈 고유의 홍차영이 만들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초반에 제기되었던 의아함들을 제대로 무마시켰으니, 덕분에 우리는 배우의 역량은 과거의 경험이나 경력이 아닌 현재 지니고 있는 연기력으로만 증명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고 있는 중이다. 더욱 놀라운 건 균형감이다.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지녔음에도 남자주인공에게 부여된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 오로지 제 영역을 충실하고 또 완벽하게 채우며 빈센조에게 향하는 스포트라이트가 한층 온전해지도록 도울 뿐이어서, 드라마의 모양새는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견고해지는 양상을 띠고 마는 것이다. ‘빈센조’에서 있어, 전여빈의 홍차영은 ‘캐릭터 자체로서도, 작품으로서도 더할나위 없는 여주인공이다. 어느 배우의 연기력이 무한한 확장성을 가진다는 것은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변화를 꾀할 때 가능한 성취로, 그만큼 본인의 연기에 골몰하고 있고 진심 어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좋은 배우라 할 만한데, 전여빈이 그러하다. 결과가 예측되지 않는 도전을 과감히 감행하여 역시나 예상한 시련을 만났으나 좌초하지 않고 꿋꿋이 헤쳐 나갔다. 이제 그녀에게 완벽하게 설득된 대중은, 낯선 캐릭터를 낯익게 만들어줄 뿐 아니라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매력으로 환산(換算)해주는 배우 전여빈의 힘에 푹 빠져들어, 그녀가 구현하는 인물의 유형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설렘 어린 호기심을 가득 품은 상태에 놓여 있다. 대중에게, 좋은 배우의 본격적인 등장은 언제나 짜릿하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tvN '빈센조', JTBC '멜로가 체질', 영화 '죄 많은 소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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