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소문’이 증명한 히어로물 성공법칙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1. 01.26(화)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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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판타지가 가미된 히어로물은 보는 이들에게 해당 세계관을 납득시키지 못할 시 유치함만 낳을 수 있다. OCN ‘경이로운 소문’(연출 유선동 극본 여지나) 또한 동일한 맥락에 처할 수 있었으나, 각 캐릭터들이 지닌 뚜렷한 존재감과 이를 잘 담아낸 배우들의 연기력, 히어로물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이야기 전개가 작품의 무게를 들뜨지 않게 잡아주면서, 끝까지 완벽한 설득력을 발휘했다.

‘경이로운 소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악귀를 잡는 카운터라는, 실재하지 않는, 아니 실재한다 해도 대부분의 우리가 실제로 맞닥뜨린 적은 없는 존재에 관한 이야기인만큼, 작품 속 캐릭터가 얼마나 생생한 모양새를 지니는지가 주요 관건이었다. 그래야 보는 이들이 각각의 캐릭터에 몰입하여 그들이 사는 허구의 세계 또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까닭이다.

우려가 무색하게 이는 곧, 주요 등장인물인 소문(조병규)과 가모탁(유준상), 도하나(김세정), 추매옥(염혜란)이 서로 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균형잡힌 조합으로 응수하는 것으로 완수된다. 특히 베테랑 연기자들인 유준상과 염혜란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에서부터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고자 하는 절박함과 열망, 그리고 틈틈이 채워지는 유쾌함까지 섬세하게 그려내니, ‘경이로운 소문’의 세계는 자연스럽게 현실감을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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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의 역할을 맡은 조병규 또한, 부모의 죽음에 죄책감을 지닌 마음 따뜻한 고등학생의 모습에서부터 원한 어린 분노를 띤 얼굴, 그러나 결국 본연의 선함을 잃지 않고 그로부터 강력한 힘을 끌어내어 절대악을 쓰러뜨리고 마는 카운터로서의 장면들까지 경이롭게 구현하며, 순간순간의 유치한 설정마저 이야기의 한 부분으로 흡수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여기에 예쁜 외모를 과감히 무너뜨리는 액션으로 ‘센 누나’를 완성시킨 도하나 역의 김세정도 빼놓을 수 없다.

히어로물에서 주제를 구현하고 이야기를 더욱 밀도 있게 만들기 위해 배치에 있어 신중을 기하는 요소가 바로 적대자 혹은 절대악의 존재다. ‘경이로운 소문’에서는 지청신(이홍내)과 신명휘(최광일)라는 두 절대악이 등장하는데, 캐릭터의 면면을 표현하는 해당 배우들의 연기력이 뛰어나서 이야기 전체의 실제적 중압감을 담당하며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신명휘 역의 최광일은 배우 최민식의 동생이라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소문이 히어로로 성장해가는 과정도 주목해볼만 했다. 보통의 사람들보다 육체의 한계가 있었던 주인공이 어느날 특별한 능력을 얻어 본래의 한계는 물론이고 보통의 사람들이 지닌 정도를 훌쩍 뛰어넘는 활약을 펼친다. 그러다 힘이 주어진 이유와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잘못 사용하는 바람에, 그만 모든 것을 잃게 되는데, 사실 이는 히어로물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설정이다. 절대악과 히어로는 한 끗 차이로 힘의 본질을 제대로 깨닫는데 달려 있는 까닭이다.

“전 이 다리가 훨씬 더 편해요”
그리하여 절대악 신명휘의 탈을 쓴 지청신과의 마지막 결투에서 자신의 다리가 원래 상태로 돌아간 것에 반응하는 소문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오로지 절대악에게 갇혀 있는 사람들을 원래 자리로 돌려 보내겠다는 간절한 열망만을 가지고 마음도 몸도 더 이상 어떤 한계에 갇히지 않는 힘을 뿜어내는, 진정한 히어로로서 성장했음을 증명한 것이니까. 이렇게 히어로물의 기본 골대까지 완벽히 갖춘 ‘경이로운 소문’이 끝끝내 온전한 세계관을 획득하는데 성공하며 막을 내릴 수 있었던 건 자명한 결과라 보아도 되겠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OCN ‘경이로운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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