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혁’과 ‘김지훈’, 외모마저 연기에 힘을 보탤 때 [윤지혜의 슬로우톡] |
| 2020. 09.25(금) 17:26 |
| ||||
![]() |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어느 순간 눈에 들어오는 배우들이 있다. 신인이 아닌 그들은, 대중이 모르는 오랜 시간 멈추지 않고 그 어떤 시선에도 굴하지 않으며 본연의 영역을 구축해오다 결국, 대중의 시선을 이끌어냄으로써 배우다운 배우임을 스스로의 능력으로 입증한 사람들이다. 수많은 예들이 있는데 현재 JTBC ‘비밀의 숲 2’에서 설정 상 실종되어 모습을 비추지 않음에도 매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배우 ‘이준혁’을 먼저 이야기해보자. 2007년 KBS 드라마시티 ‘사랑이 움직이는 방식’으로 본격적인 연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매끄러운 외모로 다수의 작품에 조연 혹은 주연으로 출연해 왔다. 작품을 계속 할 수 있었으니 배우 중에서도 운이 좋은 경우다. 하지만 으레 눈에 띄게 훤칠한 배우들이 겪는 벽이 그에게도 있었다. 배우에게 예쁘장한 겉모습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동력인 동시에 장애물이기도 한데, 우선 외모가 이야기를 압도하는 일이 종종 있어 주어지는 배역에 한계가 생기기도 하고 연기력이 제 수준만큼 평가받지 못하기도 하는 까닭이다. 게다가 예쁘장한 배우가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준혁이 활동한 양에 비해 대중의 뇌리에 그리 깊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한 이유다. 그러나 ‘비밀의 숲’에서 영민한 머리를 오로지 출세의 기회를 얻는 것에만 활용하는 영악한 검사, ‘서동재’를 만나며 상황은 달라진다. 그의 매끄러운 외모가 도리어 흙수저 출신이라는 열등감으로 독이 바짝 올라 있는 서동재를 표현하는 데 안성맞춤의 옷이 되면서 본연의 연기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동재는 악역이지만, 악의 주체라기보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저 천박한 사고방식을 지닌 보통의 악인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뿐, 어느 정도의 선과 악의 경계는 지니고 있는, 알다시피 이런 인물이 표현하는 게 생각보다 더 어렵다. 이준혁은 그간 갈고 닦은 연기력으로 서동재를 성공적으로 구현해내면서, 시즌2에 이르러서는 무려 등장하지 않았음에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게 되었다.
또 하나의 예로 tvN ‘악의 꽃’에서 작품의 중반부에 투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물로서 빈틈 없는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 ‘김지훈'이 있다.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살인마였던 ‘백희성’이란 인물을 맡아 극적 반전의 미를 제대로 선사한 그 덕분에 ‘악의 꽃’은 말미로 갈수록 더욱 높은 완성도를 보이는 웰메이드 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 2002년 KBS 드라마 ‘러빙 유’로 데뷔한 김지훈 또한, 시선을 끄는 외모와 유연한 연기력으로 작품 활동이 끊임 없었던 운 좋은 배우 중 하나다. 그러나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 주말드라마, 가족극이어서인지, 후에 들어오는 역할들도 대부분 유사했다. 배우 개인적으로는 장르물 캐릭터를 원했다고 하니까, 어쩌면 답답한 상황이었을 수 있겠다.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드라마 ‘바벨’에서 끝없는 욕망의 전차 위에 오른 인물 ‘태민호’를 맡아 본격적인 연기 변신을 이루어내더니 ‘악의 꽃’에서 완벽한 절대악이 되어 본연의 연기력을 꽃피우고 말았다. 특히 15년 간 혼수상태에 빠져 있다 깨어난 지 얼마 안 된 유약한 상태의 인물인 줄 알았던 백희성이 휠체어세어 일어나며 본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패닉에 빠질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여기서도 흥미로운 건 김지훈의 어여쁜 얼굴이 백희성이란 캐릭터가 지닌 악의 면모를 한층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는 데 있다. 순수하면서 동시에 잔인한, 어떤 공감도 이해의 지점도 없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인간에게 일말의 희망도 걸지 않게 만드는 추하고 추한 악인의 내면이, 그의 반듯한 외모와 대비되며 도리어 절대악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이들의 성실한 연마의 과정과 연기를 추구하는 간절한 마음이 얻어낸 성과로, 대중은 이러한 배우들은 언제고 반드시, 기가 막히게 알아본다. 물론 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할 바는 외부의 어떤 기준도 아닌 본연의 것에 걸맞은 속도와 방향을 파악하여 제대로 길을 들이는 과정이다. 그러다 보면 이준혁과 김지훈처럼 방해 요소마저 강점으로 활용되는, 꽃 피는 시기가 찾아올 테다. 어느 영역이나 마찬가지인 이치로, 두 배우로 인해 새삼 배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JTBC '비밀의 숲 2', tvN '악의 꽃'] |
|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