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건물주 논란, 왜 박탈감 일으킬까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2020. 09.09(수)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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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우연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얻게 된 농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농사일에 흥미를 잃는다. 거위가 알 하나 낳기만 하면, 몇 백배의 힘과 노력과 시간을 들여 농사를 지은 결과보다 더 큰 수익을 얻게 되는데, 굳이 농사를 지을 필요가 있을까. 아니 더 이상 농사를 짓고 싶을 리가 없다. 많은 이들이 입버릇처럼 ‘건물주’가 되고 싶다 말하는 속사정은, 성실함이 가져오는 결과에 대한 신뢰가 바닥이 났다는 데 있다.

부동산 전문가가 인정한 안목의 소유자 배우 전지현은, 지난 2014년에 75억 원에 매입한 삼성동 주택을 130억 원에 매각하며 적지 않은, 그러니까 건축비와 제반 세금 등을 제하면 그리 많지 않다고 하니, 많지도 적지도 않은 시세차익을 남긴다. 이로써 그녀의 총 자산규모는 무려 870억 원대로, 보통의 사람들, 예를 들어 매달 받는 월급으로 삶을 꾸리는 회사원으로서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금액이다.

일명 ‘건물주’ 재테크를 하는 스타는 그녀만이 아니다. 지난 4월에 방송한 MBC ‘PD수첩’ 1238회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건물주가 된 연예인은 총 55명으로 이들이 소유한 건물은 모두 63채, 매매가 기준 총액은 약 4,730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하정우, 이병헌, 김태희, 공효진, 하정우, 이정재, 권상우, 하지원, 서장훈 등이 대표적 연예인으로, 보다시피 대부분이 현재 대중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스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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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꼬마빌딩 매각으로 35억의 수익을 냈다는 이정재, 이태원 소재 빌딩을 37억 원에 사 불과 4년만에 60억 원대에 되팔았다는 공효진, 건물 5채를 보유하고 있어 부동산 자산만 총 334억 정도 된다는 하정우, 가족법인 명의로 각각 100억 원대, 132억 원대, 260억 원대의 건물을 매입한 하지원과 김태희, 이병헌 등. 이들의 어마어마한 성공사례는 스타라는 이유로 더욱 파급력 있게 전달되어 우리의 감탄을 자아내는데 문제는 불로소득의 단꿈이 허락되지 않는 누군가에게는 삶과 세계에 회의감을 느끼게 한다는 거다.

단순히 건물을 사고 팔아 얻은 그들의 거대한 액수는, 힘써 얻어 온 노동의 신성한 대가를 한순간에 순진하고 초라하게 만들기 충분하여, 어떻게든 우리도 그들처럼 머리를 굴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고급 정보를 얻어 알맞은 건물만 잘 만난다면, 설사 매입 비용이 높다 하더라도 고액의 대출을 받아 사두어서 시세가 올랐을 때 팔자고, 성실할 대로 성실하게 살아도 이 모양 이 꼴이니 우리도 이 참에 영악해져 떼 돈 좀 벌어보자고.

하지만 곧 깨닫는다. 그 영역 자체가 돈 있는 자에게만 허락되었음을. 결국 우리는 이전보다 한층 더 절망하며, 이 세계의 섭리란 성실함이나 정직함과는 상관 없이 안 될 사람은 안 되고 될 사람은 되는 것이라는 비극적 결론을 내리고 만다. 아이들이 이른 나이부터 ‘연예인’ 아니면 ‘건물주’를 장래희망으로 꼽는 상황 또한 이제는 너무 당연하다. 어차피 이 이상의 꿈이나 희망은 돈이 없을 경우 망상에 불과하니까. 그야말로 스타의 영향력이 대중에게 끼친 폐해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바는, 스타들의 부동산 재테크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행해지며(가족법인이라는 어느 정도의 꼼수를 쓰긴 하지만), 투자의 기반 또한 그들이 충실하게 일해서 벌고 모아온 돈이라는 점이다. 즉, 성실하지 않은 자본이 아니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해 돈을 벌었으며, 그들이 속한 직업의 특성상 앞으로의 일을 장담할 수 없으니 미래를 위한 대비가 필요했고 그 방식이 건물주 재테크였을 뿐이다.

그럼에도 우리의 마음 한 구석을 서늘하고 비릿하게 만드는 이 씁쓸한 감정은 어디서 기인하는 걸까. 앞서 언급한 ‘PD수첩’에 출연한 어느 성직자는 이렇게 말했다. “소위 얘기해서 더 가난한 사람들, 2대 8의 사회 속에서 8에 해당하는 사람들하고 공존할 수 있는 투자이냐, 그렇다면 그건 윤리적 투자이다, 그렇지 않다면 비윤리적 투자이거나 윤리적 투자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거든요. 최소한 연예인 분들이라면 윤리에 대한 부분을 조금은 고민하실 수 있잖아요.”

조금은 고민할 수 있지 않냐는 것, 스타들의 영향력이 사람들 사이에 존재해야 할 성실하고 정직한 삶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절망감과 회의감을 조성하는 데 사용된 것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게다. 매일 주어지는 황금알이 성에 안 찼던 농부는 거위의 배를 갈라 황금을 더 많이 얻고자 한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거위는 죽고 황금알은 더 이상 얻지 못하게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이 우화의 교훈이 필요한 시점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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