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쓰리 효과’, 잊은 혹은 잃은 젊음을 소환하다 [윤지혜의 슬로우톡]
2020. 07.31(금) 12:54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라떼는 말이야’, 기성세대가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를 풍자하는 표현이다. 특히 꼰대(자기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사람을 의미)와 함께 부정적으로 사용되곤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MBC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 혼성 댄스그룹 ‘싹쓰리’를 통해서는 사뭇 다른 느낌, 그러니까 지난 날을 향한 애틋한 감성으로 재해석되는 것이다.

‘싹쓰리(유두래곤, 린다G, 비룡)’ 열풍이 대단하다. 그들의 노래 ‘다시 여기 바닷가’가 가온 디지털차트, 다운로드차트, 스트리밍차트, BGM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음은 물론, Mnet 음악차트 프로그램 ‘엠카운트다운’에서 데뷔와 동시에 1위에 등극하는 영예를 얻었다. 이효리와 비의 합류 소식에 어느 정도 예상한 바이지만, 현역 아이돌그룹도 아닌 프로젝트성 그룹이 이렇게 기대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줄 미처 몰랐다.

“나 다시 설레어, 이렇게 너를 만나서 함께 하고 있는 지금 이 공기가”
대중은 무엇 때문에 이들에게 이토록 열광할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소비하고 있는 재료가 요즘 것이 아닌 옛날 것이기 때문이다. 왕년에 한가닥씩 해본 이효리와 비의 존재도 그러하고 이들이 대중과 공유하는 정서 또한 그러하며, 당시의 시절을 옮겨온 듯한 느낌과 분위기가 담뿍 담긴 노래, 뮤직비디오의 모양새까지 ‘라떼는 말이야’의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할까.

“다시 여기 바닷가, 이제는 말하고 싶어, 네가 있었기에 내가 더욱 빛나 별이 되었다고”
철 없이 뛰놀고 멋모르고 덤벼 들던, 젊다는 이유로 마냥 아름다웠던 때, 꿈 꾸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여기던 시간의 냄새가, 그 시절의 풍미를 함께 한 스타들이 활동을 재개함으로 인해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와 있다.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기억은 애잔한 향수를 남기고 우리는 그들의 노래를 반복하여 들으며 자연스레 ‘라떼는 말이야’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라떼는 말이야’는 더 이상 꼰대들의 듣기 싫은 훈계가 아니다. 추억을 소환하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할 뿐이다.

신기한 건 이게 그 때에 젊음을 지냈던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맥락이 아니란 점이다. 당시를 모르는 오늘의 젊은이들도 이들의 음악이 주는 추억과 감성에 반응을 한다는 것. 각종 음원차트와 음악프로그램 순위에서 상위권에 들었다는 게 이를 입증한다. 무엇 때문일까. 분명 ‘놀면 뭐하니?’라는 콘텐츠가 주는 오락적인 측면도 작용을 했겠지만, 알다시피 이것만 가지고 ‘라떼는 말이야'가 지닌 부정적인 감성이 쉽게 긍정적인 코드로 바뀔 리 없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어쩌면 좀 더 세련되진 만큼 각박해진 시대 속에서 꿈 꾸는 것마저 사치가 되는 현실을 살아가는 오늘의 젊음에게, 옛날의 낡은 낭만이 주는 설렘과 편안함이 필요했고, ‘싹쓰리’가 이를 충족해준 것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기성세대가 왜그렇게 ‘라떼는 말이야’를 입에 올릴 수밖에 없는지(그러니까 긍정적인 입장에서), 그들의 애틋한 감성을 공유하고 현재 주어진 젊음을 새삼 소중하게 여기는 과정에까지 이른다.

“시간의 강을 건너 또 맞닿은 너와 나, 소중한 사랑 영원히 간직해줘”
잊고 있던 젊음과 잃어버리고 있던 젊음을 되찾다, 나름 세대의 통합이다. 이 정도면 '싹쓰리 효과’라 해도 되겠다. 무엇 하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암울한 시기, 유재석과 이효리, 비를 한 데 모아, 생각지도 못한 혼성 댄스그룹을 만들어 젊음의 낭만과 아름다움을 되새기게 한 ‘놀면 뭐하니?’가 고마울 따름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BC '놀면 뭐하니?' SNS]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키워드 : 놀면뭐하니 | 싹쓰리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