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호·임춘길·유보영, 공감을 무기로 빚어낸 연극 '아부지' [인터뷰]
2019. 06.28(금) 18:00
연극 아부지, 인성호 연출, 배우 임춘길 유보영
연극 아부지, 인성호 연출, 배우 임춘길 유보영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발화한 모든 문장에 연극을 향한 열정이 녹아 있었다. 소통과 공감을 무기로 무장한 연극 '아부지'를 만든 세 사람 인성호 연출, 배우 임춘길 유보영의 이야기다.

'아부지'(연출 인성호)는 젊었던 시절 사랑했던 그 사람, 나를 지켜주던 똑똑하고 건강했던 우리의 아버지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약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가족 간에 일어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를 치매라는 소재와 함께 풀어낸 연극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병, 치매를 솔직하고 현실적으로 그려낸 이 작품은 중년이 된 주인공 정욱(임춘길)과 성희(유보영) 부부의 이야기를 담았다. 예고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치매라는 병으로 자신을 잃어가는 정욱과 그의 곁을 지키는 성희,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창작극단 imo의 첫 정통 연극으로 이번 공연이 세 번째 시즌이다.

imo의 수장인 배우 겸 연출 인성호와 주연 배우 임춘길 유보영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서 함께 수학한 선후배 사이다. 졸업 이후에도 꾸준히 배우로 활동하며 서로의 행보를 응원하던 중 '아부지'를 통해 조우하게 됐다. 처음부터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 프로젝트는 아니었다지만, 중장년층을 위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보겠다는 인 연출의 열정이 작품을 제작하는 원동력이 됐다.

"어느덧 50대에 가까워진 내 나이가 실감이 났고, 우리 세대가 볼 수 있는 연극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인 연출은 "소재를 찾던 도중 많은 이들이 직면했을 아픔, 치매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미 치매를 다룬 여러 작품들이 등장한 상황이지만, 신파 위주로 흘러가는 여느 작품과는 달리 관객들이 치매의 아픔을 가볍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아 제작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마냥 슬픔만 있는 극이 아니라, 이 아픈 현실을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임으로써 밝은 모습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어요. 사람들의 주위를 살짝 환기시켜서 행동을 유도하는 '넛지 효과'처럼, 연극을 통해 치매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관객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인 인식이 개선될 수 있다면 더 바랄 바가 없겠다는 마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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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연출은 제작 1년 전부터 캐스팅에 돌입, 임춘길 유보영과 함께 imo의 기틀을 닦았다. 계속해 소비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아, 모든 단원들이 한데 모여 리딩 연습을 진행했다. 수 없는 연습을 통해 대사를 수정하고 지문을 고치며 지금의 '아부지'가 완성됐다. 십시일반으로 모인 아이디어 덕에 관객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훨씬 쉬워졌다.

인 연출은 "창작극이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는 각오를 했는데, 막상 공개하고 나니 불호 반응이 없더라"고 말했다. 임춘길은 "여러 등장인물의 관계가 유기적으로 짜여있다. 공감을 살 만한 캐릭터가 곳곳에 배치돼 있는 셈이다. 누군가는 새엄마의 사연을 보고 공감하고, 치매 환자를 가족으로 둔 이들이 공감을 하는 지점도 분명히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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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부부인 임춘길 유보영에게도 '아부지'는 특별한 작품이다. 남편 임춘길은 이 작품을 통해 2004년 생애 첫 연극 이후 15년 만에 두 번째 연극 무대에 서게 됐다. 대형 뮤지컬에서 쇼맨 역할을 하며 가창력을 뽐내던 그가 이제는 치매 노인을 연기하며 절절한 감정선을 뽐내고 있다. 연극 특유의 희열을 무대 위에서 느끼고 있다는 임춘길은 배우로서의 성취감과 함께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치매 증상을 다방면으로 다루며 연기를 해요. 치매의 증상도 다양하고 종류도 많다는 걸 '아부지' 연습을 하며 알게 됐죠. 어떤 장면에서는 아이처럼 상대를 못 알아보기도 하고, 어눌하게 말을 하거나 길을 잃어버리는 등 다양한 상황이 등장해 극의 완급을 조절하고, 블랙 코미디 같은 웃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러닝 타임 내내 신파가 아니라 때로는 웃음을 자아낼 수도 있는 그런 연극이에요."

치매 연기를 하는 남편을 지켜보게 된 유보영에게도 이번 작품은 특별했다. "이제는 공연을 많이 해서 익숙해졌지만, 처음 연습을 할 때는 너무 몰입이 돼 무섭고 눈물이 나더라"는 유보영. 그는 "처음에는 '이래 가지고 공연을 어떻게 하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힘들었다. 한참을 연습한 후에야 극 중 상황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됐다"며 "극한의 상황을 연기를 통해 경험하고 나니 현실에서는 오히려 부부 관계가 더 좋아졌다. '아부지' 덕이다. 요즘은 서로를 배려하고 챙겨주며 아기자기하게 신혼 때로 돌아간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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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길 유보영의 '케미' 넘치는 연기 덕일까, 세 번째 소풍에 나선 '아부지'는 관객들의 호응을 얻으며 순항 중이다. 특히 실제 치매 환자들이나 환자 가족들이 이용하는 치매안심센터에서의 공연이 굉장한 호응을 얻고 있단다. 인 연출은 "센터 직원 분들이나 환자 가족 분들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세세한 설정을 할 수 있었느냐'며 놀라워하시더라. 좋은 이야기를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씀도 많이 듣는다. 그럴 때마다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임춘길은 "여세를 몰아 '아부지'가 대학로 안에서도 작품성 좋기로 소문난 작품들의 목록 안에 들어갔으면 한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아직 입소문은 덜 났지만, 분명 직접 보시면 느끼시는 바가 있을 것이다. 대학로에서 안 본 사람이 없는 극이 됐으면 한다"며 작품의 높은 완성도를 자부했다. 공감으로 객석과 소통하는 이들의 소풍이 계속해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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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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