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色 사모님 비교분석”…‘스카이 캐슬’ 김서형·염정아·윤세아의 묘미 |
| 2019. 02.02(토) 14: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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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SKY 캐슬’ 뜨거운 인기 요소를 한 가지로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캐릭터의 힘, 대사의 묘미, 배우들의 열연, 심연을 건드리는 연출, ‘강강중강약’이라는 강한 자극의 조율. 개중 드라마 소개 요약 한 줄에는 ‘상류층 사모님들의 욕망을 그린다’라는 설명이 있다. 과연 이 드라마는 사모님, 즉 여자가 욕망을 주재하는 흔치 않은 한국드라마이기도 하다. 이에 캐슬과 한국사회 일면을 둘러싸고 자신들의 근원적 욕망과 가치관을 토로한 다섯 명의 여성캐릭터 매력을 분석해봤다. 염정아, 오나라, 윤세아, 이태란, 비범한 외부인 김서형의 이야기다. 지난 1일 밤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스카이 캐슬, 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 최종회 20부가 전국 시청률 23.8%로 유종의 미를 거둔 가운데 한서진(염정아), 진진희(오나라), 노승혜(윤승아), 김주영(김서형)의 각기 다른 개과천선 결말이 그려졌다. 누군가는 지금껏 자신이 저지른 사건사고를 반추하며 내면의 변화를 자발적으로 다짐했고 누군가는 그런 친구의 반성에 한껏 동조했으며 누군가는 비뚤어진 반려자를 지도편달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들을 조망한 결과물을 기록으로 정리했고, 누군가는 법의 심판 앞에서 과거의 죗값을 치러야만 했다. 염정아, 욕망과 반성 사이
극중 한서진은 딸 예서(김혜윤), 예빈(이지원)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여자다. 모성애의 화신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극 전개 도중 한서진의 보잘 것 없는 출생 배경이 드러나고, 이에 시청자들은 그의 입시교육에 대한 욕망이 사실상 자신이 이루지 못한 성공의 야망을 투영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에 사로잡혔다. 실제로 한서진은 상류층 시어머니에게 인정받기 위해 예서를 서울 의대에 보내야 하는 미션을 안고 있다. 서진에게 이 숙제는 사실상 자신의 커리어 정점이자 대외적 인정투쟁인 것. 하지만 서진의 인간미는 “아갈머리를 확 찢어버릴라”를 외치는 동시에 예서를 끌어안고 진심 어린 눈물을 흘릴 때, 이 두 가지 극과 극 일면을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난다. 인간은 그만큼 욕망과 반성 사이를 오가는 존재이며 한 줄만으로 요약해낼 수 없는 다면체다. 인간을 조망하며 연민하는 작가의 시선이 한서진 캐릭터 속에 고스란히 녹아났던 셈이다. 오나라, 속물을 빙자한 푼수
진진희는 누가 봐도 시끄럽고 화려하고 예쁜 여자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의 산증인인 것은 덤이다. 그는 자신보단 입시 문제를 똑 부러지게 해결하는 듯한 친한 옆집 여자 한서진과 맞붙어 그의 말에 일희일비하거나 감정적 동조를 일삼는다. 확실히 진진희는 모의 작당에 능하고 말을 옮기는 것이 취미이며 어느 동네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듯한 치맛바람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극 중반부 ‘찐찐’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것도 괜한 일이 아니다. 찐찐이 드러내놓는 속물근성 기저에는 미워할 수 없는 귀여움이 있었다. 믿고 또 믿었던 한서진의 별 볼 일 없는 출생비밀이 밝혀지자 씩씩거리면서도 종국엔 동족으로서의 연민을 이기지 못해, 서진의 머리끄덩이를 붙잡아 보기도 했잖은가. 찐찐은 속물을 빙자한 푼수가 맞다. 2019년 어딘가에는 반드시 실존하는 어떤 학부모의 얼굴을 대변한다. 윤세아, 교양과 정도(正道)의 투쟁
노승혜는 처음부터 캐슬 안의 다른 사모님들과는 다른 일면이 있었다. 조근조근한 말투와 부드러운 웃음 속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듯한 여자. 서진과 진희가 아이들의 입시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는 사이, 승혜는 철학과 인간의 행복론에 기반한 자신만의 교육철학을 고수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승혜를 괴롭히는 폭탄이자 복병이 있었으니 그는 아이들의 입시를 자신의 성과로 여기는 교수 남편 차민혁(김병철)이었다. 민혁은 가부장이며 승혜는 일견 그를 따라야 하는 전통적 아내의 표상이기도 하다. 승혜가 아이 교육에 있어 민혁에게 시달리는 일은 가부장제 잔재에 종속된 다수의 현대사회 가정에서 흔한 일이며, 때문에 승혜가 간직한 교양은 많은 주부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카타르시스를 유발하기도 했다. 그리고 비로소 승혜는 쟁취해냈다. 부단한 교양과 옳은 가치관의 담금질이 민혁을 쓰러뜨린 셈일까. 이태란, 기록의 주체
이수임은 캐슬 안의 여자들과 가장 동떨어진 사모님이다. 황치영과 함께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그는 아이들의 교육관에 대한 투철한 신념이 있다. 인성의 함양.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나가고 행복을 발굴해나가야 한다는 믿음. 때문에 그런 수임의 굳건한 교육관은 한국의 주입식이며 경쟁식인 입시 교육과 자체 충돌한다. 수임이 서진과 잦은 대립을 보인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수임은 이처럼 캐슬에서 홀로 다른 톤의 사모님이기에 동시에 이들을 관찰하는 유일한 기록자가 될 수 있었다. 수임 캐릭터는 극중 입시 갈등을 유발하는 촉매제인 동시에, 한국교육의 폐단을 지적하고자 하는 작가의 특정 의도를 내포했다. 김서형, 마녀의 비애
김주영은 캐슬 안 사모님들의 욕망 기제를 빠삭하게 파악하고 있는 절대적 외부인이었다. 상류층이 자신의 유전적 우월함이나 기득권 체제를 유지해야 할 때, 주영은 자식 K에 대한 자신의 과거 비뚤어진 욕망을 투영하며 점점 더 사모님들을 코너로 몰고 갔다. 주영에게 서진과 같은 여자는 자신이 나락으로 떨어지기 직전의 동일시, 즉 분신에 가까웠다. 지나치게 급작스럽게 개과천선한 인물들로 인해 결말의 호불호가 갈린다곤 하지만, 최종회에서 주영이 서진에게 “어머니와 전 똑같다”고 일갈한 것은 이견 없는 요약일 것이다. 욕망의 틈바구니에서 순차적으로 전락하는 사람들. 다만 김주영은 도리어 너무 나약하고 여린 사람인 나머지, 자신의 죄를 개과천선할 기회조차 맛보지 못했다. 주영은 어쩌면 자포자기하듯이 사랑하는 딸 K를 따라 자신의 영혼을 죽음 쪽으로 몰아넣은 것은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방송화면 캡처,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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