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 ‘붉은달 푸른해’, 붉은 울음이 알려준 사각지대 [종합]
2019. 01.16(수) 23:07
붉은 달 푸른 해 김선아 이이경 남규리 차학연 나영희 오혜원 김여진 주석태
붉은 달 푸른 해 김선아 이이경 남규리 차학연 나영희 오혜원 김여진 주석태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붉은 달 푸른 해’가 아동학대라는 사회 현안의 어둔 그림자를 플롯 곳곳에 심는 강수를 성공시키며 한국 추리물사(史)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회당 극본의 균일한 필력이 없다면 좀처럼 쉽지 않았을 도전이다. 도현정 작가의 이 같은 공력에 연출도 배우도 탄력을 받은 것은 당연지사다. 모든 제작진이 이 사회의 아동학대, 나아가 어둔 사각지대 전반을 상징하는 ‘붉은 울음’의 비애를 체화했다는 인상이다.

16일 밤 방송된 MBC 수목드라마 ‘붉은 달 푸른 해’(극본 도현정·연출 최정규) 마지막회 31, 32회에서는 차우경(김선아), 강지헌(이이경), 전수영(남규리), 이은호(차학연), 허진옥(나영희), 차세경(오혜원), 동숙(김여진), 윤태주(주석태) 등을 둘러싼 의문의 미스터리 사태와 결말이 그려졌다.

이날 강지헌은 윤태주를 심문하며 그가 모든 연쇄살인 상황을 주재했다고 지목했다. 태주는 “은호 죽인 건 너야. 이 살인자 새끼야”라며 도리어 당당하게 대응했다.

과거 차우경의 동생을 아동학대하고 남편과 유기하다시피 한 진옥은 차세경과 독대해 죄의식을 토로했다. 세경은 그런 엄마에게 “엄마. 살아. 내 뒷바라지해서 죗값 치러라. 꼭 살아서 나 살려달라”라고 말했다.

차우경은 동생을 학대한 진옥에게 고통 받았던 모든 세월의 한을 토로했다. 급기야 우경은 진옥을 내리치려 했다. 그 순간 초록 원피스를 입은 세경이 우경 앞에 환영처럼 나타났다. 우경을 치유하려는 무의식의 움직임이었다.

방송 말미 ‘붉은 울음’의 정체는 예상대로 윤태주로 밝혀졌다. 태주는 그간 은호의 트라우마를 치료해주는 과정에서 그의 지옥을 맛봤고, 이 같은 분노로 인해 살인 행각을 저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람은 공모를 통해 아이들의 정보를 수집했고 가해자들을 살해해왔다.

윤태주는 은호의 고통을 들으며 “내가 아니라 다행이라 생각했다”는 자기 고백을 털어놨다. 때문에 ‘붉은 울음’은 이 사회가 미처 돌보지 못한 약자들이 겪는 정신적 아픔을 상징했다. 동시에 무관심의 무서움을 토로한 ‘붉은 울음’의 마지막 발언이야말로, 약자들의 고통에 공명(共鳴)해야 할 세상 모든 타인들의 의무감을 주지시켰다. 얼핏 교조적이지만 의미 있는 드라마적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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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 푸른 해’는 아동학대라는 민감한 사회 현안을 기저에 배치한 플롯으로 하여금, 세계의 어둔 사각지대에 대한 시청자들의 상념을 유발했다. 드라마틱한 스토리라인을 위해 연쇄살인이라는 미스터리 범죄사건이 32부작 내내 음험한 긴장감을 견인했다. 특히 주인공인 차우경이 트라우마나 과거사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는 설정이 이 같은 스토리텔링의 수상한 분위기에 단단히 일조한 편이다.

특히 미스터리가 다 풀린 것 같은 순간에도 미스터리가 지속적으로 남아있는 ‘붉은 달 푸른 해’ 극본 특질은 국내 수사물로선 흔치 않은 성과다. 추리물에서 이 같은 일명 '스무고개 수수께끼' 식 페이스를 내내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임에도, 도현정 작가가 구현해 낸 엔딩 장면들은 매번 시청자들에게 섬뜩함을 안겼다. 실제로 ‘붉은 달 푸른 해’는 각 인물들의 사연을 베일에 감춘 채, 교묘한 시점마다 방점을 찍듯 인물들의 상처를 한 조각씩 꺼내 보이는 방식을 취했다.

모든 순간과 장면, 대사가 허투루 쓰이지 않은 것도 작가의 공력을 보여주는 대목일 것이다. 가령 첫 방송에서 아이가 계단에서 구른 사건은 단순히 발단 단계의 공포 분위기에 일조하는 플롯만은 아니었다. 이 스토리는 향후 터질 더 큰 미스터리의 복선이었으며, 차우경의 무의식이 깨어난 도화선으로 기능했다.

결과적으로 ‘붉은 달 푸른 해’는 아동학대라는 민감한 사회적 문제를 연쇄살인 추리물과 교직하려는 작가의 상식적이고도 정의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수작으로 남게 됐다. 배우 김선아, 이이경, 남규리, 나영희, 차학연, 오혜원, 김여진, 주석태 등 모든 출연진들 역시 극의 숙연한 분위기를 기민하게 읽어내며 사회추리물로서의 완성도에 일조했다. 동참한 모든 제작진에게 이 수작은 더할 나위 없이 자랑스러운 작업물이자 필모그래피로 기억될 것이다.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포스터, MBC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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