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 안재현, 너무 진지한 이 배우 어떻게 하죠? [인터뷰]
2014. 11.07(금) 13:28
안재현 인터뷰
안재현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작품을 통해서 느껴지는 안재현의 이미지는 차가움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안재현이 맡은 역할이 살가운 인물들이 아니었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안재현은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크지만 표현이 서툴기에 까칠하게 행동하는 윤재 역할을 맡았다. ‘너희들을 포위됐다’ 역시 시크한 모습이 주요했다.

더구나 안재현은 ‘패션왕’에서 원호 역할을 맡아 시크함에 냉소를 더했다. 원호는 내면의 상처가 있지만 이를 감추기 위해 타인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안재현의 필모그래피만으로 첫 인상에 대한 선입견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4일 삼청동 소재 한 카페에서 만난 안재현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너무나 차분하면서도 진지한 모습을 한 안재현. ‘패션왕’에서 맡은 원호라는 캐릭터가 안재현의 성격과 맞지 않는 옷처럼 보였다. 이에 대해 안재현은 “어떤 옷이든 소화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하나라도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배역보다는 연기 자체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이어 “원호도 알고 보면 상처를 가진 존재다. 결과적으로 영화에서 끝까지 악역으로 끝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하지만 엔딩을 고려했을 때 원호는 끝까지 악역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신인 배우라면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만 감당하기도 벅차다. 그렇기에 자신이 맡은 배역에만 집중하기에 바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안재현은 자신의 앞가림도 벅찰 신인 배우임에도 ‘패션왕’을 촬영하면서 자신의 배역뿐 아니라 작품 전체에 대한 고민을 한 모습이 역력했다. 안재현은 “원호보다는 주원이 연기한 기명이라는 캐릭터가 잘 보이길 원했다. 기명이가 착한 친구로 보일 수 있는 것도 원호라는 캐릭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무기명에서 우기명으로 자신의 이름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제가 맡은 원호는 우기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고 관객들이 우기명의 성장을 보면서 통쾌함을 받게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렇기에 원호가 차가울수록 기명이는 순수하게 보일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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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에서 안재현이 맡은 역할은 원호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안재현에 입에서 나온 캐릭터 이름은 기명이었다. 모든 이야기가 결국에는 기명이라는 캐릭터로 귀결된다는 점이 독특했다. 조심스럽게 원호보다 기명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큰 것 같다고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안재현은 가벼운 농담에도 여전히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안재현은 “아무래도 어떻게 하면 기명이를 더 잘 보일 수 있을지 고민해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어떻게 해야 관객들이 기명이의 편에 설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상대방 캐릭터를 보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시나리오를 볼 때나 연기를 하면서 리액션을 할 때나 내 캐릭터를 배제시키고 상대방의 캐릭터를 보면서 그들을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사진이나 그림을 보더라도 하나의 포인트가 부각된 것보다 모든 것들이 작품에 녹아 들어 있는 작품을 좋아해요. 그런 성향 때문인지 누군가가 부각되기 보다는 모두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작품이 완성도 있는 작품이 아닐까요? 어떤 역할을 맡든 다른 배우들의 조력자가 되고 싶어요”

문득 안재현은 ‘패션왕’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궁금해졌다. 이렇게 진지한 배우라면 코믹하다 못해 ‘병맛’이 부각되고 있는 작품을 진지하게 설명할 것 같았다. 안재현의 답변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안재현은 “웹툰적인 요소를 보여주고 마지막에 갈수록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다. 웃음 코드만 부각됐으면 영화가 너무 가벼워졌을 것 같다”고 밝혔다.

“웃으면서 즐겁게 볼 수 있지만 무언가 느끼려고 하고 연구하듯 보면 많이 느낄 수 있어요. 가볍게 봐도 좋을 것 같지만 기명의 모습에서 한번쯤 나 자신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마술 같은 영화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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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출신 안재현은 지난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시작으로 ‘너희들은 포위됐다’, 영화 ‘패션왕’까지 쉼 없이 작품을 해왔다. 하지만 모델로 첫 출발을 해온 터라 연기를 하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느꼈을 법도 하다. 그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연기를 배우고 준비를 한 뒤 작품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이야기를 했다. 감사하게도 감독님들이 모두 좋은 이야기를 해줬다”라고 전했다.

“감독님들이 '작품을 하는 것 자체가 배우게 되는 과정이고 달라짐을 느낄 수 있다'고 했어요. 오기환 감독님은 저와 함께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셨어요. 현장에서, 촬영을 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웠어요. 오히려 열심히 준비했다면 '부담감이 커져서 준비만 하다 끝이 났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모델 경험이 많아서 인지 지금까지 안재현의 연기는 대사보다는 눈빛 연기가 많았다. 배움의 과정 중에 나온 결과인지 아니면 모델 출신이기에 가능한 연기인지가 궁금해졌다. 안재현은 “사실 '별에서 온 그대'를 촬영할 때 김수현의 연기를 지켜봤다. 김수현은 눈빛 하나로 많은 걸 담고 있다. 그런 것을 배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눈빛으로 할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을지 고민했다”며 “하지만 결국 리액션을 하는데 있어서 상황의 흐름을 깨면 안 된다고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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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은 안재현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보통 다른 배우들은 자신의 얼굴이 큰 스크린에 걸리는 것에 남다른 감회를 느낀다. 하지만 안재현은 오히려 자신을 채찍질하는 계기였다. 안재현은 "오히려 감격보다 연기를 하면서 잘못 햇던 것들이 너무 자세히 잘 보였다"며 "시선 처리, 동작 하나도 너무 세밀하게 드러나더라"라고 밝혔다.

안재현의 끊임없는 고뇌는 추진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안재현은 “추진력이 강한 편이다. 모델 일을 할 때도 열심히 했다. 시작하면 끝을 봐야 된다라는 생각이 있어서 연기를 시작했으니 끝을 봐야 된다는 생각이 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그렇다 보니 결과도 빨리 나타났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다. 그래서 연기를 함에 있어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열심히 하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에요. 선배들처럼 연기를 즐겁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관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차승원 선배가 ‘작품이 중요한 게 아니라 너의 연기가 중요하다’고 조언해주셨어요. 독립 영화든, 단편 영화든 개의치 않고 하고 싶어요. 좋은 연기만 보여드리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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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현은 작품에 임하는 태도도, 인터뷰를 임하는 태도도 모두 진지한 모습이다. 심지어 인터뷰가 웃음기 없이 계속 진지해진다는 농담에도 그는 "귀한 시간을 내준 자체가 너무 감사하다. 그렇기에 진지하게 궁금한 것들을 성심성의껏 이야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사람이 이렇게 진지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의문을 안재현이 한마디로 해결시켜줬다.

“전 너무 큰 선물을 받았어요. 선물을 잘 활용해서 잘 쓰고 있다고 보여드려야지 방치하고 안 쓴다면 선물을 주신 분들이 기분이 상할 거에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애쓰다 보니 진지한 태도가 될 수 밖에 없어요.”

22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큰 부상으로 인해 넉 달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던 안재현이다. 그렇기에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와 사랑이 감사할 수 밖에 없다. 그의 내면에 대중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하는 열정이 자리잡고 있음이 느껴지기에 진지하고 경직된 태도가 기분 좋게 느껴진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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