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내려놓으니 더 커진 설득력… 르세라핌의 여유로운 밤 [가요공감]
2026. 09.18(금)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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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그간 르세라핌에게는 '독기'라는 말이 꽤 잘 어울렸다. 강한 음악, 강도 높은 퍼포먼스, 한 치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표정까지. 무대 위에서 자신들의 존재감을 증명하는 방식도 선명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유연하고 여유롭다.

르세라핌(김채원·사쿠라·허윤진·카즈하·홍은채)은 지난 11일 싱글 2집 '메이드 마이 나이트(Made My Night)'를 발표했다. 타이틀곡 '메이드 마이 나이트'는 특별한 누군가와 밤새 함께 보내는 즐거운 순간을 노래한다. 강렬한 에너지 대신 밝고 리드미컬한 사운드, 부드러운 음색을 앞세웠다.

이번 곡은 누구나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방향에 가깝다. 하우스 리듬이 더해진 밝고 경쾌한 팝 댄스곡에 따라 부르기 쉬운 멜로디를 반복해 넣었다. 게임 속 전장을 비장하게 그려내기보다 가볍게 흥얼거릴 수 있는 음악이다. 강한 에너지 대신 편안한 분위기로 접근한 '메이드 마이 나이트'의 방향성이 여기서 드러난다.

'메이드 마이 나이트'의 여유는 단순하게 장르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곡 전체를 끌고 가는 리듬은 가볍게 흐르고, 보컬 역시 힘을 과하게 싣기보다 부드럽게 흘러간다. 후렴구 또한 반복되는 멜로디와 리듬으로 자연스럽게 귀에 들어온다. 무언가를 강하게 증명하기보다 음악 자체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든 구성이 이번 르세라핌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준다.

변화는 음악에서만 느껴지지 않는다. 무대 위 르세라핌의 움직임도 한층 편안해졌다. 높은 난도의 동작을 몰아붙이며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대신 리듬을 타고 흐르듯 움직인다. 동작 사이의 여백과 표정,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까지 안무의 일부가 됐다.

중요한 점은 '덜 한다'는 것이 '덜 보여준다'는 의미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르세라핌은 작은 움직임만으로도 시선을 끌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동안 쌓아온 퍼포먼스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변화다. 무엇을 더 보여줄지뿐 아니라, 무엇을 덜어낼지도 알게 된 것이다.

특히 다섯 멤버가 함께할 때 이 여유는 더욱 선명해진다. 서로를 바라보고 동작을 주고받는 순간마다 무대의 호흡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군무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멤버들 사이의 편안한 분위기까지 무대 위에 드러난다. '메이드 마이 나이트'가 가진 분위기 역시 여기서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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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르세라핌에게 이런 여유가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과거 '오버워치'와 협업한 '퍼펙트 나이트(Perfect Night)'에서도 산뜻한 감성의 이지리스닝을 앞세워 대중적인 접근성을 넓힌 바 있다. 당시 '퍼펙트 나이트'는 미국 빌보드 '글로벌 200' 18위, '글로벌(미국 제외)' 8위에 올랐다. 지난 2025년 3월 발매한 미니 5집 '핫(HOT)' 또한 유연하고 여유로운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다.

르세라핌은 그동안 대부분 '피어리스(FEARLESS)',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 '언포기븐(UNFORGIVEN)', '이지(EASY)', '크레이지(CRAZY)'까지 매번 다른 방식으로 강함을 보여왔다. 더 세게, 더 높게, 더 완벽하게 보여주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색을 무대에 새겨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모습을 택했다. 그동안 무대에서 느껴졌던 긴장감이 이제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여유로 읽힌다. 강한 에너지로 시선을 끌던 방식에서 한 걸음 나아가, 힘을 빼는 것만으로도 자신들의 색을 보여줄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렇다고 르세라핌의 강렬함이 사라진 건 아니다. 다만 강렬함만이 르세라핌을 설명하는 단어가 아니게 됐다. 독기를 품고 앞으로 나아가던 팀이 이제는 잠시 걸음을 늦추고 밤을 즐긴다.

이번 르세라핌의 모습은 이전보다 조금 느슨해 보이지만, 약해 보이는 건 아니다. 오히려 힘을 빼도 자신들의 색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 단단하다. '메이드 마이 나이트'가 보여준 변화는 결국 증명에서 한 걸음 나아가, 힘을 빼고도 자신들을 설명할 수 있게 된 여유다.

한편 르세라핌은 오는 1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개최되는 '아이하트라디오 뮤직 페스티벌(iHeartRadio Music Festival)'에 출연한다. 역대 K팝 걸그룹 중 최초의 참가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쏘스뮤직, Mnet '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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