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씽' 엄태구가 달라졌어요 [인터뷰]
2026. 06.01(월) 09:00
와일드 씽 엄태구
와일드 씽 엄태구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평소에는 조용하고 소심해 보이지만 카메라 앞에서만 서면 돌변한다. 그 반전이 배우 엄태구의 연기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기대하게 한다. 한물 간 래퍼로 배꼽 빠지게 웃게 만들었던 ‘와일드 씽’에 이어 또 어떤 반전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엄태구의 다음을 기대하는 이유다.

3일 개봉되는 영화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코미디 영화로, 엄태구는 극 중 3인조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의 래퍼 상구를 연기했다.

시나리오도 재밌었지만, 엄태구가 ‘와일드 씽’을 하기로 결심한 이유에는 강동원이 있었다. 영화 ‘가려진 시간’으로 강동원과 호흡을 같이 맞춰봤던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강동원이 트라이앵글의 메인 댄서, 그리고 자신의 래퍼를 연기한다면 재밌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엄태구에게 ‘와일드 씽’은 모든 것이 부담이었다. 재밌겠단 생각만으로 뛰어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코미디라는 장르적인 특성과 안무에 거기다가 랩까지 해야 하고, 또 상구의 높은 톤을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재밌는 걸 보고 웃기는 쉬워도, 누군가를 웃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망가지는 건 오히려 무섭지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연기지만, 그 연기가 정말로 가짜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엄태구는 이 모든 부담감을 뚫고 나아가기 위해 연습 또 연습에 매달렸다.

JYP엔터테인먼트 캐스 작가와 랩 연습에 몰두했다. 엄태구는 “제가 랩 라임을 잘 모르지 않나. 제가 상구에 대한 이야기를 써가면, 캐스 선생님이 라임을 맞춰 주셨다. 감독님이 원하시는 걸 둘이서 가사로 쓰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라고 말했다.

극 중 상구의 랩 하듯 말하는 대사톤 역시 캐스 작가에게서 따와 디테일을 더했다. 엄태구는 “선생님과 이야기할 때 특유의 제스처가 있더라. 그걸 많이 따라 했다”면서 “그때 당시에 랩 연습을 많이 해서 그런지 대사 톤에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춤 역시 틈만 나면 연습했다. 촬영 전에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촬영 중에는 쉬는 날 틈틈이 연습에 매진했단다. 그 연습 과정에서 가수들에 대한 존경심이 생길 정도였다고. 엄태구는 “무대에 서보니까 랩을 립싱크로 하고 춤을 추는데도 진짜 호흡이 너무 부족하더라. 가수 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는 1절만 해도 팔이 잘 안 올라갈 정도인데, 가수 분들은 어떻게 라이브로 노래도 부르고 춤을 추는지 궁금하더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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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박지현은 엄태구가 마치 센터 포지션을 노리듯, 무대 촬영을 할 때마다 윙크를 해 위기의식 아닌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그 정도로 상구의 옷을 입은 엄태구가 무대 위에서 ‘잔망(?)’을 떠는 모습이 웃음 포인트 중 하나다. 하지만 처음부터 귀여운 표정을 지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고. 이에 대해 엄태구는 “현장에서 결정됐다. 원래는 그렇게 귀여운 척하는 게 아니었다”면서 “현장에서 가발과 의상을 다 입어보고 안무 선생님이랑 이야기하는데 상구가 귀엽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갑작스럽게 귀여워야 한다는 미션을 받은 엄태구는 정말로 죽기 살기로 연기했다. 귀엽지 않으면 죽겠다는 각오로 귀여운 척이란 척은 다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귀여운 척(?) 말고도 엄태구가 유달리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 바로 즐기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 상구가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엄태구는 “상구가 무대 위에서 노는 것만 생각했다. 저도 진짜로 놀고 싶었다”면서 “어린아이가 씻고 나와서 팬티만 입고 춤출 때가 있지 않나. 그런 것처럼 진짜 즐기면 전해질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진짜 즐기려고 노력 많이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엄태구는 “모니터링할 때 이게 억지스러운지, 자연스러운지 위주로 봤다”라고 강조했다.

엄태구가 상구로서 즐길 수 있었던 건 비주얼의 힘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발이나 의상 등 상구의 비주얼이 연기할 때 큰 도움이 됐단다. 엄태구는 이에 대해 “비주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의상 분장 팀에서 준비해 주신 것 중에서 제일 좋은 거를 착용했다”면서 “의상 분장 팀 덕분에 큰 무기를 얻은 것 같았다. 상구가 귀엽게 나오게 된 것도 의상과 분장의 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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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대표 내향인으로 꼽히는 엄태구는 과거 인터뷰 자리에서 유독 쑥스러움을 많이 타 인터뷰 난이도가 꽤 높은 배우 중 한 명이었다. 그럼에도 카메라 불만 켜지면 어떻게 저런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지 경이롭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에서 마주한 엄태구는 한층 더 단단해진 모습이었다. 비록 청산유수처럼 화려한 말솜씨는 아니었을지라도, 취재진의 질문 하나하나에 자신의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전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묘한 감동을 안겼다.

말 한마디에도 신중을 기하는 엄태구의 진솔한 태도는 연기를 대하는 묵직한 책임감과도 맞닿아 있다. 엄태구는 “연기가 너무 어렵다. 항상 느끼는 건 쉬운 컷이 없다. 연기라는 게 다 직업이 되는 순간 다 어려워지는 것 같다"고 솔직한 고충을 털어놨다. 매 순간이 부담이고 넘기 힘든 벽이라 느끼면서도, 결국 치열한 연습과 고민으로 자신만의 상구를 완성해 낸 원동력이 바로 이 치열한 진심이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게 매번 스스로의 한계와 부딪치며 나아가는 엄태구의 시선은 벌써 새롭고 흥미로운 도전을 향해 있었다. 엄태구는 “하고 싶은 역할이 생겼다. 로커를 해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어 “랩 배우는 것처럼 록을 배울 수 있는 거 아니냐. 배우는 과정이 힘들지만 재밌었나 보다”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낯선 랩과 춤에 몸을 던져 관객을 무장해제시킨 엄태구가, 언젠가 뜨거운 록 스피릿을 뿜어내며 다시 한번 대중을 놀라게 할 그날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롯데엔테터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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