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사람들' 오피스 로맨스의 모호한 경계 [첫방기획]
2022. 02.13(일) 07:31
기상청 사람들
기상청 사람들
[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장르의 경계가 너무나 모호하다. 오피스물에 로맨스를 녹이려 했지만 이도저도 아닌 꼴이 됐다. 신선한 소재는 낯설게 느껴졌고, 향후 전개를 위한 뻔한 클리셰는 작품의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JTBC 새 토일드라마 '기상청 사람들 : 사내연애 잔혹사 편'(극본 선영·연출 차영훈, 이하 '기상청 사람들')이 12일 첫 방송됐다.

'기상청 사람들'은 열대야보다 뜨겁고 국지성 호우보다 종잡을 수 없는 기상청 사람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직장 로맨스 드라마다. 바쁜 기상청 안에서 서로 부딪히며 생겨나는 사랑과 질투 등의 인간적 감정을 담아냈다.

이날 방송에서는 진하경(박민영)·한기준(윤박) 커플과 이시우(송강)·채유진(유라) 커플의 안타까운 이별이 그려졌다. 진하경과 결혼을 준비하던 한기준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한복집에 동행하지 않았다. 그는 집의 비밀번호도 바꾸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이후 진하경은 언니에게 결혼식장 예약금이 입금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에 곧장 한기준의 집을 찾아가 카드키로 문을 열었다. 그곳에서는 한기준과 채유진이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를 목격한 진하경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한기준과 바람을 핀 채유진은 이시우가 무슨 말을 건네든 시큰둥한 반응으로 일관했다. 그는 집에서 캠핑 준비를 하고 있던 이시우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당황한 이시우는 고개를 푹 숙였다.

두 달 뒤 진하경은 쓰러졌던 최과장이 사직서를 내면서 총괄예보관(총괄과장)으로 승진했다. 그러자 동료 직원들은 이별한 진하영·한기준과 일하게 될 상황에 대해 불편함을 내비쳤다. 그 시각 한기준은 진하경과 공동 명의로 된 집에서 물품을 모두 빼냈다. 또한 위자료 명목의 아파트마저 인수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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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사람들

'기상청 사람들'은 기상청 직원들의 이야기를 국내 최초로 담아낸 작품이다. 특히 극본을 집필한 선영 작가는 2년에 걸친 자료 조사뿐만 아니라 기상청 직원들과 직접 8개월간 생활하면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힘썼다.

이러한 노력은 첫 회에 고스란히 느껴졌다. 먼저 '단열선도' 등 대기열역학 단어를 대사에 녹여 드라마의 전문성을 높였다. 무엇보다 생소한 시청자들을 위해 자막으로 용어에 대한 설명을 실어 이해하기 쉽게 만들었다.

또한 이야기의 대부분이 펼쳐지는 기상청 예보국 상황실 실내 세트장을 극사실주의로 구성해 몰입도를 높였다. 이와 함께 실제로 기상청 직원들이 겪는 돌발상황과 고충도 세세히 담아 작품의 리얼리티를 배가시켰다.

하지만 기상청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다 보니 주요 뼈대인 로맨스보다 큰 비중을 차지했다. 특보 발령을 두고 펼치는 팽팽한 신경전과 이시우의 뛰어난 날씨 분석 스킬을 보여주는 장면이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게 담긴 탓에 장르가 다소 모호해졌다.

기존 로맨스 드라마와 별반 다르지 않은 전개도 시청자들에게 지루함을 안기는 요소로 작용했다. 아울러 이민영, 송강의 아름다운 로맨스로 가기 위한 빌드업을 각자의 전 연인이었던 윤박과 유라의 외도로 활용한 점도 매우 아쉽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은 비교적 선방한 모양새다. 고전했던 전작 '설강화'의 최고 수치를 뛰어넘어 4.5%(닐슨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로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애매한 경계선에 걸쳐있는 극의 중심을 잡지 못한다면 시청자들의 중도 이탈은 시간문제다. 향후 '기상청 사람들'이 치명적 약점을 극복하고 흥행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티브이데일리 박상후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기상청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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