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견된 '설강화' 논란, 더 괘씸할 수밖에 [TV공감] |
| 2021. 12.21(화) 11: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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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강화 |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설강화'가 민주화운동사 왜곡 논란으로 비난 여론에 부딪혔다. 방영을 중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단시간에 30만 명이 넘게 동의했을 정도로 반향이 거세다. 이미 수없이 있었던 기회들을 날린 '설강화'였기에 지금의 상황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JTBC 새 드라마 '설강화'(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대학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영로(지수)의 시대를 거스른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 18일 첫 방송 이후 '설강화'는 민주화운동 폄훼, 안기부 미화 등으로 역사왜곡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남자 주인공이 남파공작원, 즉 간첩이라는 설정과 안기부 캐릭터의 설정 등에 대한 지적이 일면서 비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1987년 대선정국을 다뤘다고 하더라도, 시대적 맥락 속에 간첩, 안기부 설정이 놓인 순간 민주화 운동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간첩이 민주화운동에 연루돼 있다는 설정은 오랜 시간 민주화운동을 폄훼해 온 자들의 억지와 비슷한 맥락이다. 또한 그 시절 무고한 사람들을 소위 '빨갱이'로 몰아가며 고문을 자행했던 안기부다. 그런 안기부 미화로 비화될 여지가 충분한 '대쪽 같은 성품'의 서브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은 지금도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급기야 '설강화'에 제작, 협찬, 광고를 지원한 회사들이 사과문과 함께 지원을 철회하고, 방영을 중지해달라는 청원은 30만 명이 넘게 동의해 비난 여론이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케 하고 있다. 또한 故 박종철 열사 측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화운동을 간첩과 연계시키는 건 당시 피해자들에 대한 또 다른 가해"라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제작진뿐만 아니라 출연 배우, OST를 부른 가수 성시경에게까지 대중의 비난이 계속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비난 여론이 논란에 비해 적정 수준을 넘은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첫 방송 전 '설강화'에게 이 같은 논란을 예방할 수 있었던 기회들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비난 여론이 왜 거셀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구상 단계에서부터 기회가 있었다. 작가와 연출자가 조금의 역사의식을 갖고 접근했다면, 또 자신들이 만들 창작물에 대한 대중의 반응을 조금이라도 예상했다면 오늘날의 같은 논란은 없었을 수도 있다. 이후에도 기회들은 수없이 있었다. 캐스팅 단계에서 '설강화' 시놉시스가 유출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민주화운동사 왜곡 논란이 일었다. 특히 남자 주인공이 간첩이라는 설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누리꾼들이 다수였다. 오죽하면 배우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설강화'에 출연하지 않길 바랄 정도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민주화운동사 왜곡 논란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업계 특성상 제작진이 이러한 의견들을 사전에 인지 못했을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설강화' 제작진은 자신들이 초기 구상한 시놉시스대로 캐스팅과 제작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폐지되면서 '설강화'에게도 비난 여론이 쏠렸다. 이에 JTBC는 '설강화'의 설정 일부를 공개하며 해명에 나섰다. JTBC 측은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라면서 "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대선정국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다. 그 회오리 속에 희생되는 청춘 남녀의 멜로드라마이기도하다"라고 해명했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계속됐다. 급기야 제작 중단을 요청하는 트럭 시위가 전개됐지만, '설강화' 측은 제작을 감행했다. 민주화 운동가 천영초의 이름을 연상케 한다고 해 문제가 된 여자 주인공의 이름을 영로로, 남자 주인공을 '비밀을 간직한 재독 유학생'으로 바꿔 홍보를 하며 첫 방송을 위한 준비를 해나갔다. 이로 인해 작품을 보고 나서 판단하자는 여론도 만만치 않게 있었다. 여기에 여론을 확인한 제작진이 논란이 된 일부 설정들을 수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그러나 그 기대와는 다르게 방송 이후 확인된 '설강화'의 변화는 여자 주인공 이름 단 하나뿐이었다. 남자 주인공의 간첩 설정과 안기부 미화 여지가 있는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 전개는 여전했다. 억울하다는 JTBC의 해명이 무색할 정도로 '설강화'는 초기에 유출된 시놉시스와 거의 흡사했다. 그러니 이미 논란을 바로잡을 기회가 여러 번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고집대로 밀고 나간 '설강화'가 대중은 괘씸할 수밖에 없다. 조짐이 있었음에도 외면했던 제작진과 배우들, 이제는 논란에 책임져야 할 때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JTBC '설강화',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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