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 속 ‘강도창’들에게 ‘모범형사’가 건네는 찬사 [윤지혜의 슬로우톡] |
| 2020. 07.30(목) 0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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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사명감이 투철해야 하는 직업일수록 고되기 마련. 형사도 그 중 하나다. 보통의 사람들의 삶이 누군가에 의해 함부로 침몰되지 않게 지키고 보호할 의무를 지닌 이들은, ‘대한민국 경찰이야’라고 외치지만 매순간 위험천만한 세계에 노출되어 있다. 사실 노출되는 건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해서라도 범죄를 막을 수 있다면야 얼마든지 노출될 수 있겠다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을 경우가 태반이라 수없이 듣고 마는 게 욕설 섞인 원성이다. “갈 때 가더라도 뒷모습이 멋있는 형사로 남고 싶다” JTBC ‘모범형사’(연출 조남국, 극본 최진원)는 이러한 형사들의 애환을 강도창(손현주)과 그와 함께 하는 강력2팀을 통해 고스란히 녹여 낸다. 경찰의 세계는 죄를 다루기에 권력에서 가장 자유로워야 하는 영역이지만 그래서 더욱 권력의 하수인이 될 가능성을 높게 보유한다. 아무리 제 신념을 굳건히 세운다 해도 형사들의 삶을 갈아넣은 노고가, 때로는 허망한 결과를 가져오곤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건네받은 증거들만 믿고 범인이라 여겼는데 5년이 지나 그가 무고한 사람이었음을 깨달았을 때 도창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처음에는 부인하고 싶었을 거다. 동생 말마따나 형사 말고는 아무 것도 할 게 없고 인생에서 형사 빼면 남는 게 없는 자신인데, 부실수사를 했고 그로 인해 누군가가 억울한 죽음에 처해 있다면 지금껏 쌓아온 형사로서의 신념에 돌이킬 수 없는 흠집이 생기는 건 물론이고 더 이상 형사를 할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뒤늦게 하나 둘 나오는 증거들이 당시 경찰의 초동수사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 되었음을 이야기하고, 그 과정에서 권력의 인위적인 힘이 개입되었다는 사실 또한 발견된다. 도창은 고의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본인의 책임임을 크게 통감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에 형사로서의 삶을 내려놓을 각오로 힘이 없다는 이유로 죄수복이 입혀진, 그러나 무고한 자를 위하여 재심을 신청한다.
“제가 받을 건 비난과 처벌이지만 누군가한테는 살고 죽는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가족과도 같은 동료의 등에 칼을 꽂는 것, 졸지에 내부자가 되어버린 그는 함께 일하는 팀이 갑작스런 감사를 받고 자신은 보직이 변경되는 등 이래저래 수난을 겪지만, 태생이 외곬수인 데다가 뼛속까지 형사이고 죽는 그 순간까지 형사이고 싶은 그는 속이 시끄러울지언정 결단한 것을 꺾지 않는다. 도창의 신념이나 도덕성이 다른 형사보다 투철해서가 아니다. 다른 형사보다 좀 더 나은 점이 있다면 딱 하나다. 좀 슬픈 맥락인데, 가족이라고는 제 몸 하나쯤은 거뜬히 보호할 수 있는 여동생 하나밖에 없기 때문. 즉, 형사 일로 인해 위협을 받는다거나 먹여 살려야 할 누군가가 있어서 권력이나 돈의 유혹을 받을 일이 적으니 신념이나 도덕성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지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렇다고 모르쇠로 일관한 것도 모자라 누군가의 살고 죽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일까지, 그것도 사람들의 삶이 누군가에 의해 침몰되지 않게 지켜야 하는 형사의 손에서 벌어졌다면 어떤 변명이나 핑계거리로라도 절대 합리화될 순 없다는 점이다. 도창이 보이는 모습이 도창이어서 드라마여서 가능한, 판타지나 허구의 것, 특이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소리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고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는 오늘의 현실 속에서, 형사는 몇 개의 목숨을 보유해야 하고 형사의 가족이 평생 짊어져야 할 위험은 목숨 몇 개의 몫일까.‘모범형사’란 것 자체가 어렵고 무거운 요구일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바는, 형사 말고 아무 것도 할 게 없는, 인생에서 형사 빼면 남는 게 없는 사람들이 우리 곁에, 드라마만큼이나 대우를 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오로지 사명감 하나 붙들고 ‘모범형사’로 존재하고 있어 그나마 우리 사회가 이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며 건재할 수 있다는 점이리라.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JTBC '모범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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