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부부의 세계'? 아직은 억울한 오명 [TV공감]
2020. 05.08(금) 18:09
JTBC 부부의 세계
JTBC 부부의 세계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부부의 세계'가 김희애 박해준의 재결합이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혼한 부부의 만남, 일명 '역불륜'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전개라는 지적을 받으며 논란을 야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의 세계'를 쉽게 막장 드라마라 치부할 수는 없는 이유가 있다.

지난 2일 방송한 JTBC 금토드라마 '부부의 세계'(극본 주현·연출 모완일)에서는 지선우(김희애) 이태오(박해준)가 다시 불륜을 저지르는 모습이 그려졌다.

지선우 이태오는 극 중 2년 이미 이혼해 각자의 세계를 구축한 상황이다. 지선우에게는 지켜야 할 아들이 있고, 이태오 역시 불륜을 저질러 부부의 연을 맺게 된 여다경(한소희)와 딸까지 가지며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복수를 위해 고산시로 돌아온 이태오는 끊임없이 지선우에게 집착하고 그를 도발했다. 이태오의 도발에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침묵하며 평정을 지키려던 지선우는 결국 그의 마지막 도발에 넘어가 다시 이태오와 관계를 맺었다. 외도와 폭행으로 이혼을 한 전남편과의 역불륜, 지극히 자극적인 전개에 시청자들은 격분했다. '부부의 세계'는 다시금 막장 꼬리표를 다는 듯 했다.

그럼에도 '부부의 세계'를 쉽게 막장이라 부를 수 없는 이유는 촘촘히 쌓아 올린 서사와 인물들의 감정선이 꼭 맞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렸다는 데 있다. 지선우는 남편의 불륜으로 인해 분노했고, 그 결과 스스로 가정을 부수는 편을 택한 인물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미처 연소하지 않은 이태오에 대한 애정이 남아있다. 작가는 지선우의 이런 복잡한 심리를 끊임없이 묘사했다. 지선우의 새로운 조력자로 등장한 김윤기(이무생)와의 우호적인 관계는 역설적으로 이태오를 향한 미련을 드러내는 장치가 됐다.

이태오의 애증은 지선우의 경우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알아보기 쉽게 묘사됐다. "나는 두 여자를 사랑하는 것 뿐"이라며 억울해 하던 이태오는 이혼 후에도 일관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일례로 지선우는 이태오와 여다경의 집들이에서 이혼 전 자신의 침실과 똑같이 꾸며 놓은 부부 침실을 보고 경악했다. 마치 이태오라는 세계에서 지선우라는 퍼즐을 빼고 그 자리에 여다경을 고스란히 끼운 듯한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지선우를 향한 그의 애증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켜켜이 쌓아 올린 이들의 애증은 결국 재결합이라는 형태로 터져 나왔다. 시청률을 높이는 도구가 될 단순하고 맹목적인 역불륜이 아닌, 서로의 감정을 밑바닥까지 드러낸 모습이기에 오히려 개연성과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이쯤 되면 단순한 불륜 드라마가 아니라 치밀한 짜임새로 이뤄진 심리분석극을 보는 듯한 착각도 든다.

'부부의 세계'는 종영까지 4회를 남겨두고 있다. 여다경은 역불륜을 저지른 이들을 의심하고 있고, 두 사람 사이의 아들 이준영(전진서)은 이들 관계의 변수 값으로 남아있다. 아빠와 엄마 모두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는 아들의 심리를 어떻게 풀어낼지, 이들이 어떤 결말에 도달할 지를 지켜봐야 할 상황이다. '막장' 꼬리표를 붙이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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