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 박소진,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인터뷰]
2020. 02.19(수) 09:01
스토브리그, 박소진
스토브리그, 박소진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말이 있다. 모진 풍랑을 이겨내고 피어났기에 꽃은 더 빛나는 것일 테다.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고뇌의 시기를 견딘 박소진은 한층 더 빛날 배우로 성장할 늦게 핀 꽃이었다.

2010년 당시 박소진은 아이돌 가수라기엔 다소 늦은 나이인 만 스물넷에 그룹 걸스데이(소진, 유라, 민아, 혜리)로 데뷔할 수 있었다. 이후 걸스데이는 ‘Something’ ‘Darling’ ‘기대해’ ‘여자 대통령’ 등 다양한 곡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대한민국의 대표 걸그룹으로 자리매김했다.

어느새 박소진은 데뷔 10주년을 맞은 정상급 가수로 성장해 있었다. 그러나 그 속에는 남 몰래 키워온 연기라는 꿈이 싹트고 있었다. 박소진은 “스물일곱 때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가졌다”며 “이후 첫 연극을 통해 연기의 제대로 된 매력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소진은 2018년 연극 ‘러브 스코어’를 통해 연극에 발을 들였으며, 현재 ‘우리 노래방 가서 얘기 좀 할까?’에서 민정 역으로 새로운 도전에 임하고 있다.

박소진은 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내가 굉장히 내성적이고 낯도 많이 가린다. 원래부터 이렇게 밝은 성격이 아니었다. 그런데 첫 연극을 통해 맡은 캐릭터가 나와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이었다. 무척 해맑아 뭐든지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꿈의 소녀 같은 이미지였다”고 말했다.

“이런 성격의 오름 역을 표현하기 위해 내 안의 긍정적이고 밝은, 장난꾸러기 같은 면을 찾으려 노력했다”는 박소진은 “내가 가진 발랄함을 최대한 확대시켜서 캐릭터를 그려나갔다. 이렇게 내가 아닌 다른 인물을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재밌었고, 연기에 대한 열정이 불타오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기에 대한 애정을 조금씩 키워오던 박소진은 연기자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여러 드라마의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결국 한 작품을 만나 자신의 진가를 증명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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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진은 지난 14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극본 이신화·연출 정동윤)에서 존중받는 저널리스트가 되는 게 꿈인 스포츠 아나운서 김영채 역으로 활약했다. 초반부에서는 이른바 ‘악마의 편집’으로 드림즈에 해를 가해 눈엣가시 같은 존재로 비쳤지만, 후반에서는 다시 드림즈를 위기로부터 구해내 팬들의 응원을 받는 인물로 그려졌다.

먼저 “’스토브리그’를 통해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어 감사했다”는 박소진은 “좋은 스태프 및 선배분들을 만나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절 기억해주시는 시청자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는 종영 소감을 전했다.

박소진은 “내가 이 드라마를 선택했다기보단, 오디션을 통해 선택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너무 감사했고, 합격 전화를 받았을 땐 엉엉 울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연기를 제대로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기에, 짧은 시간 동안 내가 원하는 걸 이룰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늘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불안했다. 그래서 합격 전화가 더 기뻤던 것 같다.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이런 불안함을 억지로 이겨내려 하기보단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세상 사는 게 쉽지만은 않을 거다’라는 마음으로 버텨냈다”고 털어놨다.

박소진은 “어떻게 보면 가수도 늦은 나이에 됐고, 항상 남들보다 조금씩은 늦었다. 그게 내 템포라면 불만을 가져봤자 내게 득이 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또한 늦은 만큼 더 특별한 장점을 가지게 될 거라 믿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적중했다. 박소진은 남들과는 다른 시선으로 오디션에 도전했고, 영채라는 역을 쟁취할 수 있었다. 그는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날 캐스팅 한 이유에 대해선 정확히 말씀해주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내가 색다르게 준비한 게 신선하게 보인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오디션을 앞두고, 영채가 기자이니만큼 모두가 기자처럼 대사를 준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난 오히려 대사를 평소 대화를 하듯 툭툭 내뱉었다. 궁금증으로 가득 찬 사람이 말하듯 밝게 말했다. 그런 점을 재밌게 보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소진은 ‘스토브리그’ 출연을 확정한 뒤 본격적으로 영채라는 인물을 분석하는 데 매달렸다. 뉴스를 보며 앵커의 말을 따라 하거나 스포츠 캐스터의 방송을 보곤 했다고. 하지만 박소진은 “같은 스포츠 기자라 해도 각자 분야에 따라 완전히 달랐다”며 “특히 인터뷰를 하기 위해 선수들을 사석에서 만날 땐 더 그랬다. 밖에선 말투나 복장이 정말 캐주얼했다. 이런 다름 사이에 기자 정신을 섞기 쉽지 않았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그런 면에서 최희 아나운서가 이런 명확한 차이를 각자의 위치해서 잘 보여준 것 같아 가장 많이 참고했다”며 “여러 가지 면모가 다양하게 섞인 것 같은 분이었다.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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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노력 끝에 영채로 변신할 발판을 한층 더 쌓을 수 있었던 박소진이다. 그러나 ‘스토브리그’ 방송 이후 그는 예상치 못한 벽을 마주하게 됐다. 악플이라는 벽이었다. 영채가 극중 길창주(이용우)의 인터뷰를 악의적으로 편집하고 방송에 내보내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은 비난을 일삼았다. 심지어는 아무 이유 없이 그의 연기를 비꼬는 이들도 있었다. 이에 박소진은 “속상하지 않았다고 하면 사람이 아니다. 무척이나 속상했고, 심장이 늘 두근거릴 정도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는 박소진은 “’더 심한 비난을 받을 수도 있어. 지금이 최고는 아니잖아. 이제 알아가는 만큼 당장 사람들이 본심을 알아주는 것도 이상해’라는 질문을 계속 나에게 던졌다. 결국은 언제부터인가 ‘그럴 수 있어’라고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박소진은 “지금은 ‘스토브리그’를 촬영하며 가장 듣기 좋았던 말로 ‘얄밉다’를 선택할 정도로 시선이 바뀌었다. 과거엔 괜히 내가 욕을 먹는 것 같아 아프기도 했는데, 한편으로는 영채의 모습을 잘 전한 것 같아 뿌듯하다”며 웃었다.

인터뷰 간 10년의 연예계 생활을 돌아보던 박소진은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10년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어 침묵을 깬 박소진은 “지금의 마음으로는 그냥 알고 싶은 게 많은, 배우고 싶은 게 많은 배우로 남고 싶다. 또 미움받을 땐 마음껏 미움받는, 사랑받을 땐 충분히 사랑받는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10년 뒤엔 어쩌면 한 아이의 엄마가 됐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연기에 대한 열정이 불붙은 만큼 지금은 내 몫을 다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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