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미학, ‘유퀴즈 온 더 블럭 2’ [TV공감]
2019. 08.31(토) 16:14
유 퀴즈 온 더 블럭 2 괴발개발 유재석 조세호 차승원
유 퀴즈 온 더 블럭 2 괴발개발 유재석 조세호 차승원
[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세찬 불경기 속에서 미디어는 급속도로 다원화되는 사회상과 국민의 욕망, 목소리를 나날이 치열하게 반영한다. 본의 아니게 다양한 예능, 교양, 시사,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문제의식이나 불편감을 안기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는 TV프로그램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시절, 유니크할만치 선(善)한 예능이 시청자들에게 적재적소 위로를 건넨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이하 유퀴즈)은 전 국민이 웃고 즐길 수 있는 전체관람가 예능의 정석이다. 기획진과 출연진, 시민들의 참여에 따른 선한 의도의 결과론이다.

‘유퀴즈’는 전국 각 지역을 돌아다니며 시민들과 함께 퀴즈는 푸는 콘셉트로 출범했다. 각 잡힌 수트를 차려입었다곤 하지만 보따리장수 분위기를 내는 유재석, 조세호는 유명 방송인의 위상을 내려놓은 채 매 순간 시민들과 다정하게 호흡한다. 프로그램 속 두 사람은 더 이상 셀러브리티가 아닌 옆집 이웃 그 자체다.

핵가족, 1인 가구가 급증하고 네트워크 통신망이 발달하면서 각종 업무와 사생활을 원샷 처리하는 생활 경향이 확산했다. 문명의 이기가 발달한 딱 그만큼 현대인들은 가족, 친구, 연인 등 가까운 사람들과 속을 터놓는 일을 등한시하기도 한다.

이기의 발달이 당연시되는 이 같은 세상에서 '유퀴즈'는 희귀한 정공법을 택했다. 어느 날 유재석은 아이를 키우는 주부 시청자에게 자식의 의미를 물었다. 주부는 "아이는 내 심장과도 같은 존재"라고 답한다. 어쩌면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이 베이직한 대답은 쳇바퀴처럼 힘겨운 일상 속에서 모두가 간과하고 살았던 인생의 섭리다.

실제로 ‘유퀴즈’는 자극적 트렌드, 즉흥 이슈에 집중하기보다 사람들의 일상 곳곳에 숨어있는 행복 요소를 스케치하는데 몰두한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의 고뇌를 잠시 접기로 했다. 누군가와 마주앉아 농담 따먹기를 하는 찰나, 아이들이 뛰노는 거리의 풍경, 한여름의 더운 공기는 브라운관을 넘은 실체로 다가선다. 요컨대 불경기 속 삶 자체의 소중함을 누릴 줄 아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유머와 기지야말로 이 프로그램이 클로즈업하고자 했던 제재다.

더불어 시즌2로 돌아온 ‘유퀴즈’는 개인에서 나아가 사회 저변 현안, 즉 공동체를 응시하기 시작했다. 과거 국민 예능 MBC ‘무한도전’이 고통스러운 한일역사를 되짚은 것과 마찬가지로, ‘유퀴즈’ 역시 광복절 특집에서 독립유공자들을 찾아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어떤 어른은 젊은이들을 향해 "어른들을 믿지 말라"고도, 또 다른 유공자는 "반드시 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당부한다. 개인의 행복이 자연스레 공동체의 행복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이 낙관은 '유퀴즈'의 핵심 세계관이기도 할 것이다.

누군가와의 진정한 대화 경험이 좀처럼 기억나지 않는 현재, 시청자들은 오랜만에 타인들의 평범한 소통과정을 포착했다. 내처 지친 심신을 내려놓으며 그들의 작은 기쁨에 이입할 수 있게 됐다. 잊고 있었던 사랑과 정(情), 좋았던 관계와 기억의 파노라마, 의지를 키우며 또 다시 만들어갈 수 있는 행복. '유퀴즈'가 지나치게 바쁘고 똑똑하고 각박한 대한민국 시청자들을 사려 깊게 고려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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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이기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tvN,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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