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이민호가 써내려 갈 진짜 이야기 [인터뷰]
2026. 09.18(금) 10:00
이민호
이민호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책임감이라는 무거운 겉옷을 벗고, 세상과 교감할 줄 알게 됐다. 그 교감을 통해 이제 막 자신만의 진짜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다채로운 이야기를 피워낼, 이민호의 다음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23일 개봉되는 영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이민호는 극 중 충격적인 사건을 직접 목격한 뒤 진실을 취재하는 신입기자 영일을 연기했다.

하나에 꽂히면, 끝까지 파고 또 파고드는 성격. 어쩌면 영일과 이민호 사이의 간극은 그리 크지 않았을 터다. ‘암살자(들)’을 만나기 전, 1974년 8월 15일의 사건에 대한 콘텐츠들을 밤새 봤던 경험은 이민호를 자연스럽게 작품으로 이끌었다.

영일과 자신 사이의 간극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이민호의 고민은 컸다. 유해진과 박해일, 땅에 발을 착 붙이고 서있는 것처럼 인물을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표현하는 선배 배우들과 자신이 어우러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그 숙제의 정답을 이민호는 영일의 과거 이야기에서 찾아나갔다. 영화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영일의 과거 이야기를 나름 생각하며, 인물의 사실성을 쌓아갔다. 이민호는 “그 시대에 반유신 활동이 활성화 됐다는 걸 키워드로 가져왔다”면서 “영일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민주화 운동을 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않았을까 싶다. 너무나 안정된 삶이 보장된 환경에서 화초처럼 자랐지만 자신의 길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고 싶다는 청춘의 바이브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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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민호는 영일을 통해 작품 전체에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민호는 “철구나 재환의 경우에는 명확하게 그 시대의 억압과 책임에 눌려서 자유롭지 못한 느낌이었다면 영일의 경우에는 이 인물을 통해 극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활력, 이민호가 생각한 영일의 또 다른 키워드다. 이에 이민호는 영일이 일본으로 출장을 가서 사건의 진실을 취재하는 장면에 대해서도 고심했다. 상황과 배경이 변화하고 새로운 인물과 부딪히면서 앞서 끌고 왔던 활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단다. 이민호는 “새로운 사람들끼리 만났을 때 묘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살리자고 감독님과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민호는 영일이 일본에서 만난 취재원을 보호하려고 장면에 대해서도 “영일은 극장에서 사망 사고를 직접 목격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순간적인 본능이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했다.

재환이 사회에 나와 존중할 만한 첫 어른으로 재환을 만난 것처럼, 이민호도 박해일과 유해진이라는 선배 배우들을 만나 현장에서 많은 것들을 배워나갔다. 특히 데뷔 때부터 품었던 의문이었던 기술적으로 잘 다듬어진 배우가 좋은 배우인가라는 의문을 풀었다. 이민호는 “좋은 사람과 좋은 표현력을 가진 사람이 돼야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다는 걸 선배들을 보면서 느꼈다”고 말했다.

그 의문이 풀리자 평가에 대한 부담감도 사라졌다. 이민호는 “내가 이 작품을 통해서 이런 기분을 느꼈고 이런 것들이 보였으면 좋겠다는 지점들이 관객들에게 전달되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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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깨달음은 이민호가 오롯이 자신의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원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거에만 집중하자가 목표였는데, 이번 현장에서 선배님들, 감독님과 함께 작업하며 제가 생각했던 것에 대한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타인의 평가나 외부의 시선에 흔들리기보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에너지를 쏟겠다는 다짐이다. 이어 “할 수 있는 것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해준, 그 시작이 되는 작품인 것 같다”고 했다.

이민호의 내면적 변화는 전작인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를 기점으로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그는 “인생을 바라보는 제 관점이 그때를 기점으로 크게 요동쳤다”고 고백했다.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까지의 시기가 이른 나이부터 쏟아진 대중의 관심과 사랑에 부응해야 한다는 책임감, 그리고 무언의 짐을 얹고 살아온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그 무게를 덜어내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게 된 것이다.

이민호는 “그 이후부터는 새로운 에너지로 인생을 가져가고 싶다는 욕망이 들었다”며 “다행히 그런 시기에 ‘파친코’라는 작품을 만나서 완전히 리셋된 마음으로 현장에 갈 수 있었고, 다른 관점으로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짊어져야 했던 압박감에서 벗어나 연기 자체의 순수한 즐거움과 해방감을 다시금 깨닫게 된 전환점이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제 이민호는 자신만의 세계를 넘어 타인과의 소통을 향해 유연하게 나아가고 있다. 그는 “나이가 들다 보니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소통할 수 있는 시기가 된 것 같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배우로서의 선택이나 표현에 있어서도 점차 바뀌어나가는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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